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 8월 27일자는 ‘챔버스 회장이 본 세계(World according to Chambers)’라는 이색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빠르게 변모하는 현대 사회 생활상을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제조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의 존 챔버스 회장의 일과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존 챔버스는 업무상 출장이 없다. 왜냐하면 그는
시스코시스템스의 프로그램으로 고객과 만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즐기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시스코는 텔레프레즌스(영상 서비스)를 팔아 왔는데 이 프로그램은 놀라운 비디오 콘퍼런스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이 프로그램으로 유럽·아시아 고객들과 대화하며 밤을 지새운다.”
이보다 앞선 지난 2007년 10월 인도 벵갈루루에서 열린 행사에서 챔버스 회장은 자사의 혁신 기술인
온 스테이지 텔레프레즌스를 선보였다. 이 기술은 최근 개봉한 영화 ‘지 아이 조’나 원조 SF영화 ‘스타워즈’처럼 수만km 떨어진 곳에다 자신의 3D 입체 동영상을 구현,
얼굴을 맞대고 현장에서 대화하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드는 혁신 기술이다.
이처럼 인터넷 시대는 기업들을 새로운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거부할 수도 없다.
과거에 안주하다간 언제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 반대로 시대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에는 엄청난 전리품이 기대리고 있다. 승자독식이라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기업들은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됐다.
화상회의는 이제 보편화된 서비스일반적으로 우리나라를 가리켜 정보기술(IT)의 강국이라고 말한다. 지난 10월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는 한국의 초고속 인터넷 기술이 질적인 수준에서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고 점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찬사에 갇힌 채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바로 뒤처지는 것이 IT 업종의 생리다. 얼마 전 세계 최고의 경영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실린 ‘IT는 이제 별게 아니다’라는 보고서는 인터넷이라는 IT의 한 분야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의 요지는
인터넷은 더 이상 신기술이 아니고 생필품이 됐다는 것이다.
유비쿼터스(Ubiquitous)의 어원(언제 어디서나 존재하는)에서 알 수 있듯이 최첨단 IT기술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삶의 일부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초고속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감성에 호소하는 기술들이 대거 개발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자. 미래학자 존 네이스비츠가 말한 ‘하이테크 하이터치’로 요약되는 감성 IT는 앞으로 미래 산업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을 태세다. 우크라이나 과학자 차우소프스키가 개발한 15cm의 접시를 예로 들어보자.
이 접시는 미리 지정해 둔 용량 이상의 음식이 담기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그만 먹어’라는 메시지가 나오게끔 설계됐다.
이 같은 웹 3.0 시대는 기업들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요구하고 있다. 신산업군이 형성되는데 인터넷은 기본 전제나 다름이 없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왔다 사라지는 것이 반복되는 것도 인터넷이 기본이 돼 있기 때문이다.
송도, 첨단 U-시티로 개발돼미 상무부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미국 전체 가구 중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이 62%로 1997년 조사 당시 18%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인터넷 사용자의 82%가 초고속 접속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알래스카나 뉴햄프셔는 전체 인구 중 인터넷 사용자가 각각 76.1%, 74.6%를 기록했다고 이 보고서는 밝혔다.
이 같은 인터넷 기반의 세상 속에서 기업은 어떤 것을 생산하고 어떻게 판매할지 치밀하게 짜야 할 상황에 놓였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관련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참고할 사항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PC, 휴대전화, TV 등 다양한 세트 기기 이용자들이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프로세서, 스토리지, 소프트웨어를 유틸리티 서비스 형태로 제공받는 방식이다.
작업에 필요한 컴퓨팅 서비스를 구름(클라우드) 저편에서 받아와서 작업한 뒤 그 파일을 소프트웨어와 함께 다시 구름 저편으로 보내어 저장한다는 뜻의 이 개념을 토대로 각 기업들마다 새로운 시도가 한창이다.
모바일과 팩스, PC 등을 하나로 묶는 모바일 오피스도 비슷한 개념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이 IT와 의료 산업을 결합한 헬스케어 IT 구축에 열을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최첨단 도시 건설을 목표로 시스코시스템스가 송도에 구현한 시스템도 주목받는다. 이 시스템은 화상 통화는 물론 원격 근무도 가능하다. 포스코 더샵 퍼스트월드 펜트하우스에 설치된 시스템을 통해 입주자는 시스코 프로그램이 깔려 있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송도 펜트하우스 내 TV·PC·보안장치는 물론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 등을 원격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저출산, 여성·장애인 인력 활용의 대안으로 재택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관련 산업의 발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정부도 소통형 디지털 정부 구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는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열린 정부(Open Government)’를 국정 운영의 목표로 삼고 IT를 활용한 대국민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과 호주는 디지털 통합(Digital Engagement) 정부 구현을 역점 사업으로 벌이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가 글로벌 표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U(유비쿼터스)-시티’ 사업은 IT와 공공사업의 통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