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모우기

2009. 11. 11. 21:27C.E.O 경영 자료

'도전 1억 연봉', '우리아이 종자돈 만들기', '1억의 벽'…. 주변에서 '억' '억' 소리를 듣는 것은 너무나도 일상적인 일이 됐다. 하지만 1억 연봉, 1억 주택, 1억 종자돈, 1억 매출. 평범한 서민들에게 1억원은 그야말로 '벽'으로 다가올 때가 더 많다. 어떤 이에게는 꿈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벽으로 느껴질지 모르는 '1억의 세계'로 들어가 봤다. 직장 또는 가게, 혹은 재테크 등에서 1억원의 벽에 도전한 사람들의 웃음과 눈물, 그리고 그 꿈으로 다가가기 위한 성공 로드맵을 살펴본다.

[[머니위크 커버]1억의 벽/ 종자돈 모으기]


"부자가 된다는 건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과 같다. 신기록을 작성하겠다고 마라톤의 매 구간을 전력 질주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신기록을 위해 전력 질주해야 할 구간이 있다. 바로 1억까지 가는 구간이다." (전용학 한국조폐공사 사장)

종자돈 1억원. 자본주의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귀가 따갑도록 들어온 상징적인 말이다.
그렇다면 종자돈 1억원이 이토록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설령 머리와 가슴으로 종자돈 1억원의 중요성을 느낀다고 치자. '1억의 벽'을 뛰어넘을 준비는 됐는가?

◆"1억 만들려면 지혜로운 거지가 되라"

우선 준비단계로 단기간에 1억원 만드는 노하우를 담아 발간한 책들로 여행을 떠나보자.
#1. 한달 월급 220만원으로 1억원 만들기?
20대의 '쇼핑 퀸'이었던 방송작가 강서재 씨. 재테크의 왕초보였던 그녀가 돌변해 1억원 만들기에 나선 동기는 단순했다.

"슬럼프에 빠져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었는데 통장 잔고는 700만원이 전부였다. 그나마 카드값 등 빚잔치하면 남는 게 없었다."

1억원이란 목표를 정한 것 또한 무계획적이었다. 대략 '싱글 여성이 1억원 있으면 기 죽지 않겠지' 하는 심산이었다. 월급 220만원 중 160만원을 넣는 적금통장을 만들었다.

무조건 돈을 아끼는 알뜰 작전에, 일을 늘리는 양다리 작전을 병행했다. 80만원짜리 일에 이어 주당 70만원짜리 프로그램까지 더 맡았다.

몸무게는 8kg이나 빠졌고 신경성 위염이 도졌으며 영양실조 때문에 눈 다래끼를 달고 살았다. 대신 1회 100만원씩 아무 때나 넣을 수 있는 통장을 하나 더 만들었다.

결국 그녀는 3년이 채 안 돼 1억원을 모았다. 작가라는 본업에 걸맞게 이 시기의 기록을 담은 < 나는 남자보다 적금통장이 좋다 > 라는 책을 펴냈고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등극했다.

#2.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앞으로 4년, 아니 최대 5년만 거지로 살자 다짐했어요."
직장인 A씨는 군대시절 동기가 몇푼 안 되는 월급이며 보너스 등으로 100만원을 모아 전역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똑같은 기간을 똑같은 공간에서 지냈는데 누구는 빈손이고, 누구는 100만원이 넘는 돈을 만들었다는데 깨달음을 얻은 것.

회사에 입사한 후 곧바로 자신의 깨달음을 실천에 옮겼다. 공식적인 회식자리가 아닌 이상 술자리도 하지 않았으며, 점심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사람들도 그도 빈대 붙는 삶에 익숙해져갔다.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시간이 남아돈다는 것. 20대 팔팔한 놈이 침대에 누워 이리저리 TV리모컨이나 돌려대면서 시간을 때우는 건 정말 한심한 짓일터. 결국 자전거를 한 대 장만해 시립도서관을 다니며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마침내 그는 4년 만에 1억원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그 기간 200권에 이르는 책을 읽으며 방대한 지식도 쌓았다.

맹재원 PCA생명 초이스지점장이 최근 펴낸 < 1억의 벽 > 에 소개된 사례다.
혹자는 말이 좋아 '지혜로운 거지'지,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돈을 모아야 하나 회의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들이 얻은 건, 단지 '돈 1억'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 1억원은 인생의 한 시기를 미친 듯이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였다"는 강서재 씨의 말이나 "1억원 만들기의 과정에서 더욱 큰돈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는 A씨의 교훈은 보다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1억의 벽을 넘어야 하는 이유 세가지

그렇다면 왜 유독 '1억'일까?
부자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돈은 다다익선' 텐데, 1억원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재테크 전문가 3인에게 '종자돈 1억'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1억원과 100만원, 1000만원은 돈을 굴리는 속도가 다르다. 만일 100만원을 주식에 투자해 연 10~15%의 수익을 냈다고 치자. 수익금은 연 10만~15만원. 일반적으로 재테크의 효과를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나 1억원이라면 다르다." (윤의필 골든브릿지금융판매 PB팀장)

"1억원은 '자산소득'의 효과를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돈이다. 만일 1억원을 투자해 연 10%의 수익만 거둬도, 이는 웬만한 직장인들이 1년간 근로소득으로 저축할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을 수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

"만일 누군가 10만원을 주고 이 돈으로 큰돈을 만들라고 한다면? 십중팔구는 복권을 사거나 리스크가 큰 투자에 올인 할 것이다. 그러나 1억원이라면? 큰돈이라는 생각 때문에 안전한 예금에도 일부 묻고, 주식이나 펀드 운용도 고민한다. 바로 그러한 '1억원은 위험관리를 할 수밖에 없는 목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공성률 국민은행 재테크 팀장)

재테크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종자돈 1억원이면 투자대상의 범위가 넓다"는 점도 주요한 강점으로 꼽았다. 금융상품에서 나아가 부동산까지 다양한 투자를 고려할 수 있는 실탄이 된다는 것. 따라서 종자돈 만들기는 빠를수록 무조건 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1억 모으려면 '수익 < 리스크' 따져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종자돈 1억원 만들기에 빨리 성공할 수 있을까?
재테크 전문가들은 종자돈을 만들 때는 "수익 < 리스크를 고려하라"고 말한다.
윤의필 팀장은 "돈을 굴리는 묘미는 종자돈이 만들어진 다음으로 미루고, 종자돈을 만드는 기간에는 우선적으로 안전하게 돈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이에 종자돈을 만드는 기간에는 안전 자산에 60% 이상 비중을 둘 것을 제안했다. 만일 종자돈을 만들다가 무리한 투자로 손실을 보게 되면, 자칫 1억원 만들기라는 목표마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강우신 센터장은 "1억원 만들기는 장기적인 목표로 가져가야 하지만, 그 안에서 단기별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특히 적금은 짧게 가져가라"고 충고했다.

적금을 '푼돈 모아주는 항아리'라고 할 때 항아리를 조금 작게 만들어, 꽉 차면 조금 더 큰 여유 있는 항아리로 옮기라는 설명이다. 강 센터장은 "조금 작은 항아리에서 큰 항아리로 바꾸는 '맛'을 배우는 과정에서 터득하는 학습효과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성률 팀장은 "일반적으로 1억원 만들기는 단시간에 달성하는 목표가 아닌 만큼 적금과 함께 간접투자 상품인 적립식펀드를 꾸준히 활용해 목표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30대 억대연봉 "비결은 긍정의 힘"

억대 연봉의 그늘


모바일로 보는 머니투데이 "5200 누르고 NATE/magicⓝ/ez-i"
배현정기자 m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