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300억짜리 기업 100억 공제받아

2009. 11. 27. 09:15C.E.O 경영 자료

20년 된 300억짜리 기업 100억 공제받아
[중앙일보] 2009년 11월 27일(금) 오전 01:43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김영훈] 중소기업 사장들이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국세청장을 만나면 꼭 하는 얘기가 있다. 제발 기업 승계에 따른 부담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강상훈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장은 지난 4일 국세청장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고 5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라며 “독일이나 일본처럼 상속세 납세를 일정기간 유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속세를 낮추려던 움직임이 주춤하고 있다. 따라서 당장 기업을 물려줘야 하는 경우는 현재 제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정길 국세청 재산세과장은 “그동안 꾸준히 가업 승계와 관련된 지원 제도가 보완됐다”며 “현행 제도에서도 분할 납부나 공제 제도를 활용하면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제 제도=올해부터 10년 이상 된 중소기업을 물려줄 때 적용되는 공제가 대폭 늘었다. 지난해까진 상속하는 재산의 20%를 공제했으나 지금은 최대 40%를 공제한다. 최저 공제 금액은 2억원이다. 승계하는 가업의 총 재산가액이 2억원이 안 되면 전체를 공제받게 되는 것이다. 공제 한도는 10~14년간 기업을 해왔다면 60억원, 15~19년은 80억원, 20년 이상은 100억원이다.

예컨대 20년간 유지해 온 300억원 규모의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면 100억원을 공제 받는다. 여기에 일괄공제 5억원이 적용되기 때문에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과세 표준액은 195억원이 된다. 상속세율 10~50%를 적용한 최종 세액은 92억9000만원이다.

이렇게 공제를 받으려면 충족해야 할 조건이 있다. 말 그대로 ‘가업 승계’의 요건을 잘 지키는 것이다. 피상속인(기업을 물려주는 사람)은 가업이 유지된 기간의 80% 이상을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또 상속인(기업을 물려받는 사람)이 만 18세 이상이면 피상속인이 숨지기 2년 전부터 그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야 한다. 피상속인은 상속세 신고기한으로부터 2년 내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 또 상속 후 10년간은 기업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해선 안 된다.


◆분납 제도=공제를 받아도 상속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내기가 쉽지 않다. 이럴 경우엔 분납 제도를 활용할 만하다.

분납은 상속세나 증여세의 납부액이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가능하다. 담보도 제공해야 한다. 상속받은 재산 가운데 ‘가업 승계’에 해당하는 부분이 절반 미만이면 2년 거치 5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가업 승계에 해당하는 재산이 상속 재산의 절반 이상이면 3년 거치 12년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 일반 상속이나 증여는 거치 기간 없이 5년간 분할 납부할 수 있다. 단 연도별로 분할해서 내는 세액이 1000만원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금액에 따라 분할 납부를 1~2년만 할 수 있는 경우도 생긴다.

중소기업의 최대주주가 지분을 넘길 때는 할증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최대주주 지분에 대해선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시가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세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중소기업은 10~15%, 대기업은 20~30%를 할증한다. 그런데 올해까지는 이 같은 할증을 중소기업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정부는 할증 배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용호 국세청장은 최근 “최대주주의 주식 상속·증여에 대해 할증 과세를 하면 경영자가 너무 어렵지 않으냐고 말하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김영훈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pili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