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조사기관에 따라 기업경기전망은 제각각일까?

2009. 12. 2. 07:4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최근 한국은행과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기관이 상반된 '기업경기전망 조사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반된 경기전망 결과를 접하는 기업이나 가계 등 경제주체들은 당연히 향후 계획을 수립하는 데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Why 뉴스'가 왜 조사기관에 따라 기업경기전망이 제각각인지 살펴봤다.

▶먼저 '기업경기조사'라는 것이 무엇인가?

=기업경기조사는 기업가의 현재 경기수준에 대한 판단과 향후전망 등에 대해 이메일이나 팩스 등을 통한 설문조사로 전반적인 경기동향을 파악하는 경기예측기법이다.

조사결과인 기업경기실사지수는 Business Survey Index의 약자인 'BSI'로 부르며 보통 전망 BSI와 실적 BSI 등으로 구분된다.

BSI가 기준치인 '100 이상'인 경우에는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며 '100 이하'인 경우에는 그 반대다.

▶그렇다면 조사 주체별로 중소기업경기전망은 어떻게 엇갈리는가?

=먼저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주 중소제조업의 12월 전망 BSI를 '90'으로 발표하며, 중소기업 체감경기가 2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이와 비슷한 결과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의 조사결과 12월 중소기업의 전망 BSI는 '85'로 나타났다.

두 조사기관 모두 BSI가 100을 밑돌며 향후 중소기업의 경기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분기별로 기업경기전망을 조사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상반된 결과를 내놓았다. 대한상의는 "내년 1분기 중소기업 BSI 전망치가 기준치를 넘는 '114'로 집계됐다"며 "중소기업의 체감경기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기업에 대한 향후 경기전망은 어떤가?

=대기업의 향후 경기전망을 놓고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한국은행과 긍정적인 경기전망을 하는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서로 맞서는 형국이다. 한국은행의 12월 대기업 전망 BSI는 '87'이다.

반면 전경련은 12월 전망치가 '105.9'로 나왔고, 대한상의 역시 내년 1분기 전망치가 '115'로 나왔다.

다시말하면 한국은행 조사에서는 '앞으로 경기가 안좋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대기업이 더 많았고, 거꾸로 전경련과 대한상의 조사에서는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한 대기업이 더 많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상반된 결과에 대한 조사기관들의 입장은 어떤가?

=대체로 자신들의 조사결과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반된 조사결과를 내놓은 상대방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이다.

우선 중앙회는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과 금융혜택이 내년부터 크게 축소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위기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의 체감경기가 상승하고 있다는 대한상의의 조사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과 대한상의는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전망 BSI가 올 들어 한 번도 100을 넘어선 적이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올 3분기에는 경기회복세가 뚜렷했으나 한국은행의 조사결과는 늘 부정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업경기전망이 제각각인 것은 무슨 이유때문인가?

=조사대상이나 조사시점, 조사방법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대한상의(회수율 86.1%)의 경우는 회원사를 중심으로 대기업 172개와 중소기업 1174개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전경련(회수율 93.3%)은 업종별 매출액순 상위 560개사를 상대로 조사했다.

중앙회(회수율 95%)는 중소제조업체 1425개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으며, 한국은행(회수율 82%)은 제조업의 경우 대기업 383개, 중소기업 1092개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결국 조사대상의 수나 성격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결과 역시 일정정도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조사시점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날 수 있는가?

=기업경영을 둘러싼 환율과 원자재 가격, 이자율 등 외적인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조사시점에 따라 기업경기전망지수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한 예로 '두바이 사태'로 금융위기 재발에 대한 위기감이 한껏 고조된 최근에 기업경기전망조사가 다시 이뤄진다면 당연히 부정적인 전망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실제로 조사기간은 상의(11월 2일~14일)와 한국은행(11월13일~20일), 중앙회(11월 17일~23일), 전경련(11월 18일~24일) 등이 모두 달랐다.

이와 함께 조사 주체마다 조사방법이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전경련과 대한상의, 중앙회는 전월이나 전분기 대비 경기전망을 조사한다. 이 때문에 비교기준이 되는 전월이나 전분기의 수치가 낮다면 기저효과 때문에 경기전망이 보다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전망 BSI는 비교기준없이 절대수준을 묻는다는 차이가 있다.

또한 한국은행(좋음, 보통, 나쁨)과 전경련(개선, 동일, 악화), 대한상의(호전, 불변, 악화)는 경기전망을 3단계로 구분해 조사하지만 중앙회는 매우 좋음, 다소 좋음, 동일, 다소 나쁨, 매우 나쁨 등 5단계로 구분한다는 차이가 있다.

▶경영애로사항도 조사 주체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은행은 기업의 경영애로요인으로 '내수부진'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 '불확실한 경제'와 '경쟁심화'의 순이었다.

중앙회 조사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수부진'이 가장 큰 경영애로요인이었으며, '원자재'와 '업체간 과당경쟁'이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대한상의의 조사결과는 달랐다. '원자재'가 가장 큰 애로요인이었으며 이어 '환율', '자금' 순이었다. 중앙회와 한국은행의 조사결과 가장 큰 기업애로요인으로 꼽힌 '내수부진'은 아예 순위에서 빠져 있다.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보기문항의 차이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경우 ①수출부진 ②내수부진 ③인력난·인건비상승 ④노사분규 ⑤생산설비노후 ⑥자금부족 ⑦경쟁심화 ⑧불확실한 경제상황 ⑨원자재가격(유가포함) 상승 ⑩정부규제 ⑪환율 ⑫비수기 등 계절적 요인 ⑬기타(자세히 기술) ⑭없음 등 모두 14개 보기문항을 제시한다.

중앙회도 ①내수부진 ②수출부진 ③판매대금회수 지연 ④자금조달 곤란 ⑤업체간 과당경쟁 ⑥인력확보난 ⑦인건비 상승 ⑧물류비상승 및 운송난 ⑨기술경쟁력 약화 ⑩제품단가 하락 ⑪원자재가격 상승 ⑫원자재 구득난 ⑬설비노후 및 부족 ⑭계절적 비수기 ⑮환율불안정 16.고금리 등 비교적 풍부한 문항을 제시한다.

하지만 대한상의는 ①노사관계 ②원자재 ③금리 ④임금 ⑤환율변동 ⑥인력 ⑦자금 ⑧기타 등 보기항목이 매우 적다.

특히 '내수부진'은 아예 보기항목에서도 빠져 있어 그 만큼 대한상의가 조사하는 경영애로요인은 제한된 현실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