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흙으로 만든 ‘숨쉬는 황토한옥’

2009. 12. 6. 11:37건축 정보 자료실

나무와 흙으로 만든 ‘숨쉬는 황토한옥’
담양군 수북면 양해진씨 집

 

구들방과 탁 트인 시야를 즐길 수 있게 꾸민 아늑한 다락. 한 발짝만 내디디면 바깥이어서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신나게 뛰어놀 수 있어 마냥 신난 아이들. 양씨 가족이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그럴듯한 전원생활을 즐기는 이유다. 아래는 벽을 붙박이식 책꽃이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눈에 띈다.

“한옥 양식의 흙집에 살면서

다른 점이라… 집이 숨을 쉬는 느낌은 확실히 알겠더라구요.”

담양군 수북면에서 한옥을 짓고 지난 2년을 살아온 양해진(39·전기업)씨가 느낀 점이다. 광주시내에서 승용차로

20분 가량 떨어져 있는 지역. 대형 할인마트도 없고 자녀들이 다닐만한 그럴듯한 학원이나 문구점 찾기도 쉽지 않다.

동료들과 술 한 잔이라도 하노라면 대리운전 부르기가 쉽지 않은데도, 얼굴에는 오히려 행복에 겨운 표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 1년 여의 산고 끝에 탄생=양씨는 지난 2007년 12월 집을 지어 이사했다. 100평 땅에 목조 기와지붕 단층주택(95.4㎡)으로, 집 짓는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

여러 차례 사전 답사를 거쳐 전원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이 곳을 선택했다. 맑은 공기와 조용한 주거환경 등 모든 게 흡족했다.

막상 땅을 구입했지만 건축에 관한 한 완전 초짜라, 무엇부터 해야할 지 막막했다. 가족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새로 살 집은 그야말로 ‘살기 좋은’ 집이어야 했다. 서둘러 급히 짓고 싶지도, 전부 전문 건축업자에게 맡겨버리고 싶지도 않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설계사무소 등 전문가들의 조언과 관련서적을 보면서 필요한 재료목록 등을 준비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판 것이 가장 도움이 됐고 전통가옥 건축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황토방을 돌아다니다가 나주에서 ‘좋은 흙’을 구할 수 있었고, 황토를 섞어 벽을 만들 때 도움이되는 ‘팁’까지 덤으로 얻었다.

한옥 시공 경험이 풍부한 전문 목수와 1년 가까이 상의하면서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꼼꼼히 반영했다. 가족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며 일할 수 있도록 개방감 있게 설계한 부엌,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붙박이식 책꽃이로 변신시킨 아이디어 등이다.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직접 구했다.

이렇게해서 나무와 흙으로만 지어진 한옥 양식의 흙집이 등장했다. 외장 재료에서 벽지도 양씨 부부가 직접 선별한, 자연친화적 재료로 사용됐다.

흙집은 통기성이 뛰어나 냄새는 금방 빠져나가고 여름에는 시원하다. 혹한에도 흙으로 지어진 바닥과 벽, 구들방으로 보온성도 빼어나다. 담과 대문을 만들지 않아 개방감과 함께 주변 자연과의 일체감도 높였다. 특히 1층의 3평 남짓한 구들방은 이 집의 자랑거리다. 나무를 때는 전통 방식으로 설치한 독특함도 두드러지지만, 바닥에 한지를 대고 콩즙을 여러차례 사용, 건강에 좋다는 것이 특징이다.

양씨가 부인 요구를 적극 검토, 전통 한옥 건축 방식을 그대로 사용했다.

양씨 부인은 친정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에게 들은 방법을 써서 구들방을 마감했다. 직접 콩 두 되를 불려 짜 나온 즙을 한지에 여러차례 발랐는데 효과가 좋았다는 것.

양씨 부인은 “구들을 떼면서 콩 즙을 여러차례 발랐더니 습도조절력이나 보온성이 뛰어난 한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방수기능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양씨 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입소문이 났다. 양씨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시고 피곤해도 아침이면 머리가 개운해진다”면서 “집이 숨을 쉬는 것을 알겠다”고 했다.

거실에 마련된 나무를 때는 난로는 늦가을부터 겨울, 초봄까지 난방용으로 유용하고 2층의 아늑한 다락에서 창문을 열면 탁 트인 전망과 함께 시원한 공기와 흙내음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다.

◇ 사는 사람의 모습이 들어가=“가족들을 위한 공간인데, 가족들의 생각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양씨 부부와 두 아이는 2년 째 도시에서 벗어나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다. 주변 텃밭을 일구고 아이들은 집 주변의 산과 들을 뛰어다닌다.

양씨 부인은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싶은데, 낮에도 ‘뛰지 마라’, ‘조용히해라’며 목소리 높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양씨네 가족들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숲을 과감히 떠나 자연으로 들어간 뒤 나오려 하지 않는 이유다. 아파트 안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 하는 답답함도 한 몫했다. 당시 유치원 입학을 앞둔 둘째 아이와 초등학교에 다니는 큰 딸에게 자연친화적 교육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한 뜻도 있었다.

양씨는 도심에서 벗어나 집을 짓고 사는 이유와 관련, “가족들이 매년 조금씩 집 안팎을 손봐주는 것도 재미”라며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씩 우리 가족들의 생각이 가득한 집으로 계속 꾸며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사진=위직량기자 jrw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