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번역해 펴낸 ‘2010 세계경제 대전망(이코노미스트 편, 한국경제신문 발행)’에서
내년 우리 경제의 6대 위기 중 하나로 ‘고용 없는 성장’을 지목했다. 경기 회복 속도는 빠르지만 고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실업률 증가에 따른
고용 악화는 소비 침체로 이어지며 이는 가계 부채 증가, 금융회사 부실화라는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고 이 책은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이라는 큰 틀에서 볼 때 더 큰 문제는 청년 구직난과 실업률이 아니라 50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쏠림 현상이다. 다수의 경제 연구 기관이 우리 경제의 중·장기 전망에서 베이비붐 세대들의
무대책 은퇴 증가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가 처한 상황은 심각하다. 1953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 선진화의 역군이었다. 한국 경제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도성장을 이룩해낸 것도 따지고 보면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도시 집중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들어 냈지만 그보다는 우리 경제에 기여한 측면이 더 크다.
하지만 우리 경제 선진화에 기여한
이들은 현재 은퇴라는 숙명에 놓여 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은퇴라는 타이머는 더 빨리 돌아가는 것으로만 느껴진다. 그렇다고 특별한 대책도 없다. 정부는 그동안 성장이라는 목표에 집중한 나머지 구성원의 은퇴에 대한 준비에 소홀했고 개인은 먹고사는 문제, 자녀 교육에 올인한 나머지 정작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니 은퇴 이후가 막막하게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통계로 살펴보면 우리 사회는 2018년부터 고령화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고령화사회는 총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7%인 사회를 의미하며 고령사회는 이들 인구가 14~20%인 사회를 말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우선 기업의 생산성을 악화시켜
경쟁력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2018년까지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전체에서 72~73% 정도 차지한다. 그러나 여기서 은퇴 인력은 55~64세 인구를 빼면 이 비율은 57.8~62.6%로 떨어진다. 2007년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생산 현장에서 대거 빠지면서 일본이 숙련공 부족 사태에 직면한 것이 우리에게도 재현될 수 있다. 은퇴 세대의 급증은 정부로서도 엄청난 비용 손실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소득세 등의 감소가 우려되며 고령 인구에 대한 연금 지급은 늘어나게 될 수 있다. 반대로 생산가능인력이 은퇴 세대 몫까지 부담해야할 금액은 커지게 된다.
기업 생산성 악화·소비 침체 우려이 같은 전후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1945년 후 인구가 급증한 것은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1950년 6·25전쟁을 치르면서 이들보다 8~10년가량 뒤졌을 뿐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일본은 이 같은 은퇴 인구 급증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큰 틀에서 보면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정년을 최대한 보장하는 직접적인 대책을 펴고 있다면 미국은 저소득 은퇴 세대의 재취업과 사회보장기금 확대 등 간접책을 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물론 우리 정부의 대책은 아직까지 특별한 것이 없다. 일본처럼 정부가 나서서 기업에 정년 보장을 요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단시일 내에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현 상황에선 녹록하지 않다. 연금으로 대표되는 복지 재정을 대폭 확대할 만한 여유도 없다.
이런 이유로 은퇴 예정자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실제로 한경비즈니스가 창간 14주년을 기념해 기획한 베이비붐 세대 설문조사에서는 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표출됐다. 무엇보다 자녀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껴 응답자의 37.0%가 자신 소득의 ‘10~30% 미만’을 자녀 교육비로 내고 있다고 말했으며 ‘30~50% 미만’이라고 응답한 경우도 25.7%에 달했다. 경제적으로 독립한 자녀가 없다는 답도 67.0%에 달해 자녀 중 80~100%가 이미 독립했다(34.8%)고 응답한 일본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평균 5년 이상 일본 표본의 연령대가 높았다는 것을 감안해도 양자 간 차이는 크다. 이에 따라
응답자의 39.3%가 금전적인 문제를 미래의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연구위원은 “일본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 680만 명보다 한국이 30만 명 많을뿐더러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일본이 5%인 것에 비해 우리는 14.6%로 훨씬 크다”면서 “단기적으로 정년 연장 등 베이비붐 세대 은퇴를 지연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시장 수요 유발을 통한 중고령자의 실업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은퇴 인력의 기술을 후대에 전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