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고교선택제 돌입

2009. 12. 13. 09:47이슈 뉴스스크랩

서울 첫 고교선택제 돌입…대혼란 불가피

연합뉴스 | 입력 2009.12.13 07:35 | 수정 2009.12.13 09:23

 

학부모 불만에 교육청 "바뀐것 없다" 딴청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학생에게 학교선택권을 준다는 취지로 서울지역에 처음 도입되는 `고교선택제'가 15일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에 돌입한다.

그러나 명문학교, 선호학교가 몰려있는 지역에 대해 사실상 `거주자 우선배정'으로 배정방법이 돌연 변경된 것을 두고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 심각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누더기' 된 고교선택제 = 13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흔히 인문계로 불리는 서울시내 후기 일반계고 입학전형 절차가 이달 15∼17일 원서접수를 시작으로 본격 시작된다.

그러나 15∼17일은 학생들이 작성한 원서가 시교육청으로 접수되는 기간으로, 이미 학생들은 지원서를 작성해 교사들에게 제출한 상황이라고 시교육청은 설명했다.

배정 예정자는 내년 1월8일 소속 중학교에서 발표하며 입학 신고 및 등록기간은 2월16∼18일이다.

시교육청이 지난 4년간 홍보해온 바에 따른다면 학생들은 3단계에 걸쳐 스스로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었다.

1단계에서는 학생들이 서울의 전체 학교 가운데 서로 다른 2개 학교를 골라 지원해 추첨으로 정원의 20%가 배정되고, 2단계에서는 거주지 학교군의 서로 다른 2개교를 선택해 지원하면 다시 이들 학교 정원의 40%가 추가배정된다.

이 과정을 거친 뒤 3단계에서는 나머지 학생을 통학 편의와 1∼2단계 지원상황, 종교 등을 고려해 거주지학군과 인접학군을 포함한 통합학교군 내에 추첨 배정된다.


이처럼 당초에는 3단계를 제외한 1∼2단계가 사실상 `완전 추첨'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 시교육청은 2단계 배정을 통학거리나 통학시간(대중교통 수단) 등을 고려한 사실상 `근거리 배정' 방식이 가미된 `불완전 추첨' 또는 `조건부 추첨' 방식으로 변경했다.

2단계에서 경쟁률이 높은 학교에 대해서는 통학조건이 떨어지는 학생들은 원천적으로 추첨 대상에서 배제되는 것이다.

예컨대 목동 A학교에 학생들이 많이 몰려 경쟁률이 상승하고, 배정기준을 통학거리 1㎞, 통학시간 20분(버스 이용)으로 결정한다면 이 기준을 충족하는 학생들만 추첨대상이 된다.

기존 모의배정 2단계 지원율 분석 결과를 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의 지원율 상위 10개교 경쟁률이 각각 9.36대 1과 8.8대 1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목동, 강남, 노원 등을 중심으로 한 서울지역 선호학교에는 대부분 변경된 추첨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배정 방식이 바뀐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사실상 `특정지역 학생들만을 위한 고교선택제'라는 비난이 고조된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 시교육청 "바뀐 것 없다" = 시교육청은 변경방침으로 교육계에서 큰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2단계 배정방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이 학부모들에게 변경된 내용에 대해 설명한 것은 지난달 25일 가정통신문을 통해서였다. 설명 내용은 "2단계 배정은 교통편의 등을 감안해 배정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경쟁률이 얼마나 올라가야 이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인지, `교통편의' 기준은 뭔지, 또 교통편의 외에 또 다른 배정기준이 있는지 등에 대해 시교육청은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은 학부모, 교원 등이 참여하는 관련 위원회를 통해 결정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런 와중에서도 시교육청 담당자들은 제도변경에 항의하는 학부모들에게 "바뀐 것이 없다.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믿지 말라"는 황당한 답변만 내놓고 있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한 학부모는 최근 시교육청에 전화를 걸어 `고교선택제를 왜 수정했느냐'며 따졌지만, 파견교사라는 한 여성 공무원은 "바뀐 것이 없는데 왜 자꾸 전화를 하느냐. 일부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근거리 배정한다. 가정통신문 그대로다"라는 답변만 늘어놨다.

이 공무원은 "수정한 것도 없고 변경된 내용도 없다. 기자가 잘못 쓴 것이다. 바뀌지 않았는데 바뀌었다고 자기들이 바꿔서 쓴 것이다. 원안대로 실행한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해당 학부모는 이런 내용을 시교육청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 소개하며 "우리 서민이 그들과 싸우기에는 바위에 계란치기인 것 같다"며 "생각 같아서는 하는 일 그만두고 교육청 앞에 가서 1인 시위라도 하고싶은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중3 손녀를 둔 78세 노인이라고 밝힌 이모씨 역시 "평생 살아오면서 이런 경우는 없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정책을) 바꾸는 사람들이, 성장하는 꿈나무들에게 어떻게 보이겠느냐"며 힐난했다.

특히 일부 학부모들과 학부모단체들은 행정소송이나 헌법소원까지도 제기하겠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향후 고교선택제를 둘러싼 2차 논란이 예상된다.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