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단결 힘!

2010. 1. 3. 09:18C.E.O 경영 자료

[이재권]세상을 바꾸는 '긍정'의 힘
이재권 논설실장 jaylee@inews24.com
"안된다, 못한다 하지 말고 어떻게?"

2009년 10월24일. 잠실구장은 펄펄 끓었다. 가마솥이었다면, 솥뚜껑이 튕겨나올 기세였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이 거기서 열렸다. '한국시리즈 28년 사상 최고'로 꼽힌, 바로 그 경기다.

9회말 6대5로 KIA의 역전승. 드라마도 그런 드라마가 없었다. 영웅들이 탄생했다.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의 주인공 나지완. 신(神)으로 추앙된 이종범. 2009년의 신화를 쓴 김상현. 철완(鐵腕) 로페즈...

기자는 거기 있었다. 야구광이 아니다. 야구 팬도, 아닌 쪽에 가깝다. 평범한 관중으로서 거기 있었다. 1년에 딱 한 번이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만 본다. 3년 째 아들과 함께.

야구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그 경기는 신문, 방송, 인터넷, 술자리에서 워낙 많이 회자됐다. '선덕여왕'의 '미실보다 더 많이 이야깃감이 됐을 것이다. 때문에 새삼 경기를 되짚을 필요는 없겠다.

관점과 초점을 관중석으로 옮겨본다. KIA 응원석 쪽이다. 그날 KIA 팬들은 내내 마음을 졸였다. KIA 타이거즈가 계속 끌려갔기에. SK 와이번스는 펄펄 날았다. 경기는 확실히 SK가 지배했다. KIA는 SK를 올려다보며 벼랑에 매달린 신세였다. 4회 0대3, 6회 1대5, 7회 5대5였으니...

KIA 팬들은 입이 타들어갔다. 자리를 뜨는 사람이 없었다. 위에 있던 관중은 시간이 갈수록 아래 쪽으로 내려왔다. 더 가까이서 보려는 듯이. 열망하지만 초조한. 다들 그런 눈빛이었다.

끌려가는 경기에 KIA 팬들은 신이 안났다. 그러나 응원 열기는 결코 식지 않았다.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이 터질 때까지. 그들의 열정은 9회 말까지 식지 않았다. 그 무엇이 KIA 팬들을 끓게 만들었을까?



바로 '긍정의 힘'이었다.

KIA의 응원단장, 김주일이란 사내가 있다. 김주일은 KIA가 실점할 때마다 마이크를 잡는다. 삭발한 사내가 목에 굵은 핏대를 세운다. 잠실이 떠나갈 듯 큰 목소리로 관중들에게 묻는다.

"안된다, 못한다 하지 말고 어떻게?"

KIA의 득점 찬스가 무산돼 공격 이닝이 끝날 때도 똑같이 묻는다.

"안된다, 못한다 하지 말고 어떻게?"


놀라운 일이 그 다음에 벌어진다. 전체 관중의 70%가 넘음직한 KIA 팬들이 일제히 '손마이크'를 한다. 관중석 최상단에서도. 저 멀리 외야석에서도. 김주일의 물음표가 떨어지자마자 관중들은 외친다.

"긍정적으로!!!"

이 짧은 교감 하나에 분위기는 결코 '다운(down)'되지 않았다. 김주일은 수십 번 반복해서 목이 터져라 물었다. 그 때마다 관중들 역시 "긍정적으로"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아마도 오래 전부터 그렇게 해왔을 것이다. 분위기가 '다운'될 때마다 그렇게 하기로. 긍정의 교감은 KIA 선수들에게도 전달됐다.

선수들도 알 것이다. 고비 때마다 응원단이 "긍정적으로"를 외쳐준다는 것을. 선수들은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아 보였다. 불독처럼 물고 늘어졌다.

팬과 선수들은 그렇게 긍정의 교감으로 하나가 됐다. 9회 말로 넘어가도록 '역전승'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운명의 순간, 나지완이 역전 끝내기 홈런을 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전율했다. 그리고 태어나서 가장 큰 함성을 질렀다.

결국 그들이 믿는 대로 돼버린 것이다.

기자도 그날 '역사의 현장'에서 엑스터시를 겪었다. 강력한 메시지의 힘에 뼈가 저려왔다. 절실히 믿는다는 것의 위력에 압도당했다. 이른바 'KIA빠'가 아닌데도. 김주일이 발산한 긍정의 메시지는 그렇게 강력했다.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은 긍정의 힘을 증명한 '도구'였을 뿐이다.



'믿었더니 되네.' 세상에 이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또 있을까? 마틴 루터 킹의 유명한 연설 '나는 꿈이 있어(I have a dream)'와 견준다면 과장일까? '꿈'과 '긍정은 '목표'와 '마음가짐'이라는 점에서 서로 통한다.

어김없이 또 새해다. 2010년 시작점이 태평성대가 아니다. 나라 안팎이 온통 시끄럽다. 이렇게 많은 사단들이 동시다발한 적도 드물다. 2010년 시공간을 사는 개인도 마찬가지다.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불편한 기색이 짙어 보인다.

덕담 한 마디. '된다고 믿으세요. 그럼 이루어집니다.' 경고도 한 마디. '조심하세요. 생각대로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