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전원이 취업

2010. 1. 20. 09:20분야별 성공 스토리

재교육 필요없는 실무중심 강의, 기업 원하는 맞춤인재 양성 시급

[고용빙하기 대학가 취업전쟁] <하> 특성화·구조조정이 해법
'문어발식' 학과 운영 더이상 안통해
기업과 제휴 '계약학과' 신설등 필요
수요자 위주 학부 통폐합도 서둘러야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송주희기자 ssong@sed.co.kr
졸업 시즌만 되면 여기저기서 '청년 실업'과 '20대 백수'를 걱정하며 울상을 짖지만 졸업생 전원이 대기업에 입사해 '졸업식=잔칫집'이 된 학과가 있다.

지난 2006년 첫 신입생을 받아 오는 2월 졸업생을 배출하는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은 총 12명의 졸업생 가운데 5명이 삼성전자 DS부문(옛 반도체총괄)에 입사했다. 나머지 7명도 석사과정 진학을 했고, 이들 역시 학위 취득 후 삼성전자 입사를 확정한 상태다.

반도체시스템공학전공은 '첨단 반도체 분야에 즉시 투입 가능한 산업체 맞춤형 고급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일종의 '계약학과'로, 태생부터 '실무 투입이 가능한 전문 인력 양성'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이 학과 학생들은 2학년 2학기에 이미 삼성전자 채용시험 직무적정검사(SSAT)와 면접, 신체검사를 받았고, 학부 재학 중 삼성전자 임원이 와서 반도체 소자 및 공정에 대해 강의를 하고 4학년 2학기에는 삼성전자에서 인턴십을 한다.
학교는 취업률 제고를 도모하고, 기업은 신입사원 입사 후 실무 투입이나 재교육 비용을 줄이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서 서로에게 이득인 '윈윈전략'인 셈이다.

이처럼 최근 극심한 취업난 속에 일부 대학들을 중심으로 유망ㆍ특성화 학과를 신설해 이들을 전략적으로 지원, 취업에 강한 전문인재 양성에 주력하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신설된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역시 산학협력지원기업에 취업을 보장하는 학과로 올 수시 모집에서 무려 42.6대 1의 경쟁률을 보일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성신여대도 국내에서 4년 동안 의예과 교육을 받으면 시험을 보지 않고 미국 AUA의과대 4년 본과 과정에 진학할 수 있는 '글로벌의과학과'를 신설, 이번 첫 신입생 수시모집에서 1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역시 100% 영어 진행 강의, 중소기업청과의 협력을 통한 창업 지원 및 프로젝트 참여 기회 부여, 해외현장 체험 등 '실무ㆍ현장 중심'의 강의를 제공해 학생들을 졸업과 동시에 다양한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전문 맞춤 인재'로 양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원대(바이오메디컬ㆍ나노시스템 전공), 건국대(특성화학부), 인하대(아태물류학부)도 2007~2009년 특성화 학과를 신설해 실무적 학사 운영으로 전문 인재 양성에 전략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입시학원 관계자는 "취업난에 대한 걱정이 수험생들에게까지 전이되면서 취업을 위한 커리큘럼이 잘 짜진 학과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수험생들의 수요가 있는 한 학교 측도 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대학들의 노력 외에도 대학 학문단위 개편이나 구조조정이 일정 부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칫 '인기학과'와 '비인기 학과 나누기'로 비난 받을 수도 있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학과별 경쟁력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대는 지난해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부로 통폐합했다. 백화점식 학과 나열로는 교육의 효율성을 키울 수 없는 만큼 경쟁력 있는 학과 중심으로 학제를 재편한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최근 경쟁력을 갖춘 학과는 학과제로 전환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학과는 통폐합을 추진하며 '수요 중심의 학제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과간 형평성만 눈치 보며 문어발식 학과 운영을 지속한다면 학과의 경쟁력을 물론이요, 그 학과 소속 학생들의 취업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물론 취업 문제로만 바라볼 수는 없지만) 학과 개편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구체적인 채용 계획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세대 장학취업팀 이상학팀장은 "정확하게 언제 어느 정도의 취업인원 수요가 있는지 명확하지 않아 학생 상담 시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조종숙 숙명여대 취업경력개발원 팀장 역시 "대학 입학은 각 대학에서 내놓은 다양한 자료를 펼쳐놓고 비교할 수라도 있지만, 취업은 이런 것조차 어려울 정도로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 여전히 많다"며 "기업의 채용계획, 학교의 파악, 학생의 이해 간에 갭(gap)을 줄이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