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4조원 순익 뒤엔 ‘등골 휜 가계’

2010. 2. 2. 00:19이슈 뉴스스크랩

은행들 4조원 순익 뒤엔 ‘등골 휜 가계’

한겨레 | 입력 2010.02.01 21:00

 

[한겨레] 대출-예금금리차 벌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가계에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4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은행권과 증권업계 집계를 종합하면, 우리은행이 지난해 1조원가량 순이익을 거두는 등 신한은행(7500억원), 국민은행(6800억원), 하나은행(2800억원), 외환은행(8800억원) 등 7개 시중은행들이 대규모 순이익을 달성했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실적보다는 적지만, 금융위기 여파와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늘어난 대손 비용과 줄어든 각종 수수료 이익 등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셈이다.

은행 실적 호전의 주요인은 대출과 예금금리(예대금리) 차이가 벌어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은행 이익의 80% 정도는 이자부문에서 발생한다. 실제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지난해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2.39%포인트로, 이는 지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평균 예대금리차(1.51%포인트) 보다 1.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08년 하반기 금융위기 여파로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 예금을 발행하며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이 신규 대출자의 희생을 발판삼아 수조원에 이르는 이익을 거둔 셈이다.

특히 가계가 대부분의 비용을 떠안았다. 기업대출 금리는 2008년에 견줘 1.52%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가계 대출 금리는 같은 기간 1.46%포인트만 떨어졌다. 반면에 예금금리(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제외)는 1.7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는 은행들이 가계의 취약한 금리 협상력을 십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들어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은행들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신규 대출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한 측면이 있다"며 "특히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과열되는 바람을 타고 몰려든 주택담보대출 고객들이 가장 많은 비용을 떠안았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