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2억3000만원인 초보 농사꾼

2010. 2. 2. 05:13분야별 성공 스토리

연봉 2억3000만원인 초보 농사꾼

머니위크 | 광주 | 입력 2010.02.01 14:27 |

[[머니위크]제주서 견학오는 고흥 '사암농장'의 무농약 한라봉 농사]
제주도 지역특산물 한라봉. 최근 한라봉(부지화)을 재배하는 제주 농가 고수들이 고흥을 찾고 있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씨알이 굵고 당도 높은 한라봉을 수확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가를 찾아 그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다.

지난달 제주에서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는 100여 농가들이 바쁜 일손을 내려놓고 전남 고흥군 점암면에 있는 '시암농장'을 찾았다. 이 농부들은 농장을 둘러보면서 여려 차례 탄식을 자아냈다. 그들은 어른 주먹보다 큰 한라봉이 나무에 주렁주렁 탐스럽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하는 것과 땅이 살아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더구나 생각 밖의 수확량에 놀랐고, 그 맛에 다시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암농장 신경식(64)씨 부부는 지난 2005년부터 총 5940㎡ 규모의 시설하우스에 한라봉 1000여주의 묘목을 심어 매년 20톤 가량의 무농약 한라봉을 수확하며 부농의 꿈을 이뤘다. '황금복주머니'라는 자체브랜드를 갖고 있는 신 씨의 한라봉 재배 경력은 5년밖에 되지 않아 초보에 가깝지만 연봉은 2억원이 넘는다.

◆애지중지 키운 '무농약 한라봉' 1월부터 수확

시암농장은 2월에 나무 전정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한해 농사에 들어간다. 전정작업이 끝날 무렵 완숙퇴비를 시여한다. 이때 사용된 완숙퇴비는 우분, 쌀겨, 황토, 육성톱밥 등을 3년 동안 발효시킨 것으로 악취가 전혀 없으며 수분과 양분을 머금고 있어 퇴비로는 제격이다.

이후 꽃을 피우기 위해 하우스 안의 온도를 높여준다. 한라봉 특성상 영하의 온도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발육에 지장이 없어 평균 3도 가량으로 유지시킨다. 꽃이 피면 더욱 일손이 바빠진다. 가지 하나에 필요한 꽃수만큼 솎아주는 꽃털이 작업을 실시한다. 고된 하루의 연속이다.





이렇게 지극 정성으로 가꾸다보면 6월쯤 계란 크기 정도로 열매를 맺는다. 이젠 튼튼한 줄을 이용해 열매 하나하나를 매달아 준다. 이때부터 실질적인 병충해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신 씨가 한라봉 재배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병충해 예방과 퇴치를 위해 최우선으로 선택한 키틴미생물제제를 1달에 2~3회 가량 뿌려준다. 11월까지 계속 뿌려준다. 귤굴나방.잎말이나방 성충이나 진딧물 등을 제거하는 게 관건인데 키틴미생물이 이런 병충해 기피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매일매일 애지중지 살뜰하게 가꿔 1월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 땅 되살리고, 키틴미생물제제로 무농약 농사

신씨는 무농약 농사를 고집한다. 전혀 농약을 하지 않고 명품 한라봉 수확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데는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신 씨가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땅을 살리는 것이다. 각종 농약으로 척박해진 땅을 되살려 땅심을 키우는 것이 가장 신경 쓰는 일이다.

신 씨는 땅을 되살리기 위해 우선 1미터 깊이로 구덩이를 판다. 그런 다음 구덩이 테두리 쪽에 볏짚으로 둘러친다. 그리고는 우분, 쌀겨, 황토, 육성톱밥 등을 섞여 3년 동안 발효시킨 완숙퇴비를 채워 넣는다. 이제야 한라봉 묘목을 심는다. 이렇게 1000그루 묘목을 모두 심었다.

유기함량을 높이기 위해 4년 동안을 계속해서 이런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가뭄에도 습도가 있어 끄떡없었다. 2개월가량을 물을 주지 않아도 성장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만큼 땅이 병충해 등을 이겨내는 저항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땅이 되살아나고 힘이 축척된 것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농장 주변 환경을 깨끗이 하고 병충해가 처음부터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병충해가 발생하지 않는데 농약을 뿌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무농약 농사의 기본은 병충해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미리 예방하고 방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라봉에 가장 치명적인 잎말이나방, 귤굴나방 등이 발생하면 한해 농사는 망친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 씨는 한라봉 농사를 시작하면서부터 게 껍질과 쌀겨 등을 이용해 만든 키틴미생물제제를 사용하고 있다. 강력하게 배양된 키틴미생물은 병충해가 확산되기 전에 제거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어 거의 완벽한 방제가 가능하다. 특히 열매 당도를 높이고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려 소득증대에 큰 보탬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매주 고추, 마늘, 생강 등을 갈아 번갈아 가며 뿌려준다. 예방을 위해서 뭐든 아끼지 않고 방제에 나선다. 한시라도 손을 놓으면 바로 표가 나기 때문이다.

신 씨 부부는 2,970㎡ 방제하는데 3시간가량이 소요되는 고된 작업이지만 빠지지 않고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신 씨 부부가 생산하는 무농약 한라봉은 일반 한라봉에 비해 당도는 3도 이상 높고 안전성과 품질면에서 최고다. 순소득 역시 일반 재배농가보다 2배 가량 많다. 실제로 고흥농업기술센터가 분석한 무농약 한라봉의 당도는 18Brix로 일반 한라봉보다 3.0Brix가량 높고 산성도는 1% 이하로 조사됐다.

한편 한라봉의 본고장 제주도에서도 키틴미생물제제 활용을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한라봉과 사과 재배농가fmf 대상으로 실증실험 결과 성공적 사례로 평가된 키틴 미생물배양기를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귤 농사에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흑점병 방제약제인 다이센 M­45를 대체할 수 있어 친환경 농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 차별화 위해 '황금복주머니' 자체 브랜드 등록

시암농장의 무농약 한라봉은 최근 차별화를 위해 '황금복주머니'라는 자체브랜드로 전국에 팔려나가고 있다. 3㎏ 한 상자에 4만(7과)~2만5000원까지 다양하며 소비자들과 직거래 판매를 통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일반 한라봉의 경우 상온보관이 어렵지만 시암농장의 황금복주머니 한라봉은 상온에서 1주일가량 숙성시켜 먹으면 더욱 달고 맛있다. 신씨는 "이젠 '저농약'과 '무농약'이 비교되어야 하고 차별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농약이란 기준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농사꾼은 게을러서는 절대 안 된다. 좀 더 부지런하면 무농약으로 얼마든지 농사가 가능한데 '저농약' 표기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암농장 : (061)832-8324, 011-9618-8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