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3. 09:05ㆍ분야별 성공 스토리
"우체국 택배가 10억 곶감 키웠죠"
한국일보 | 입력 2010.02.02 22:37 | 수정 2010.02.02 23:25
상주 '기상곶감' 대표 김기상씨
수수료 낮아 가격 경쟁력 생기며 입소문
자연 건조 고집 "열심히 하면 땅은 보답"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시골 야산 600평을 밑천으로 곶감 농사를 지어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농사꾼'이 있다.
주인공은 경북 상주군 지천동 기상곶감 대표 김기상(57)씨. 사실 그가 처음부터 곶감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큰 돈을 벌기 위해 객지로 나간 뒤 안 해 본 일이 없다.
↑ 우체국쇼핑을 통한 곶감 판매로 연간 1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김기상 기상곶감 대표 가 설 선물로 나갈 곶감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상주=신상순기자ssshin@hk.co.kr
공사 현장 인부, 과일ㆍ채소 장사, 가게 점원 등이 그의 이력. 그러나 새벽부터 밤늦도록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손에 남는 건 늘 없었다.
결혼 후 아이들도 태어나자 결국 그가 다시 찾은 곳은 고향. 그리고 상속을 받기는 했지만 사실상 방치돼 있었던 시골 야산 600평의 감나무를 보며 "그래 감나무부터 시작해 보자"고 다짐한다. 곶감은 주로 겨울에 작업하는 만큼 다른 농사도 함께 지을 수 있고, 친척 중 이미 곶감 농사를 짓는 분도 있었다.
이렇게 곶감 농사를 시작한 것이 벌써 34년전. 특히 그는 자연 건조 방식만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곶감은 통상 10월 중순부터 감을 따기 시작, 11월초부턴 감을 깎아 실에 꿰어 햇빛이 잘 드는 건조장에 매단 뒤 말린다.
이때 2개월 이상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며 말리는 것이 자연 건조 방식이고, 난롯불을 피우거나 선풍기를 돌려가며 말리는 게 인공 건조 방식이다. 김씨는 "곶감은 어떻게 말리느냐에 따라 맛이 결정되는 것"이라며 "인공 건조 방식으론 떫은 뒷맛을 피할 수가 없고, 먹을수록 우러나는 깊은 단맛도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김씨를 억대 농사꾼으로 만들어준 것은 사실 우체국쇼핑(www.epost.kr)이다. 주문 받은 곶감을 택배로 부치기 위해서 찾은 우체국에서 우체국쇼핑 공급 업체가 되면 판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그러나 중졸의 김씨가 신청서와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사정을 말하자 우체국 직원이 등록을 대신해 줬다. 상품명은 자신의 이름을 따 '기상곶감'으로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체국쇼핑은 1986년 농수산물 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농어촌을 돕기 위해 출발한 터여서 수수료가 4%에 불과하다. 일부 인터넷 쇼핑의 수수료가 40%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양질의 곶감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었고, 입 소문이 나며 주문이 폭주했다. 특히 중국산 곶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100% 우리 농수산물만을 취급하는 우체국 쇼핑의 신뢰도 이러한 인기에 한 몫 했다.
주문이 밀리며 대학까지 나온 두 아들과 딸도 곶감 농사에 투신했다. 김씨가 곶감 하나로 지난해 올린 매출은 8억5,000만원. 2008년에는 10억원을 넘었었다. 이제 김씨 가족이 가꾸는 감나무 재배 면적은 1만평도 더 된다.
김씨는 그러나 지난해 11월1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떨린다. 이날 새벽 기온이 뚝 떨어지며 미처 따지 못한 감이 얼어버린 것. 김씨는 큰 손해를 보게 됐지만 가격은 올리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설에 앞서 가격을 더 내렸다. "장사꾼이 아니고 농사꾼"이라는 게 이유란다.
부인 오정식(53)씨는 "농사는 사람만 열심히 하면 땅은 거짓말을 안 하는 만큼 누구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그러나 땅 보다 더 중요한 게 날씨인데, 갈수록 하늘의 노여움이 커지는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김씨도 "곶감 하나도 수많은 사람의 손길과 해, 달, 바람, 서리 등 다양한 자연의 도움이 있어야 제 맛이 나는 법"이라며 "올해는 하늘이 노하지 않아 곶감 농사를 잘 지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상주=신상순기자 s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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