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품평 ‘알바’, 댓글 하나에 1000원

2010. 2. 10. 21:11이슈 뉴스스크랩

인터넷 품평 ‘알바’, 댓글 하나에 1000원
[한겨레신문] 2010년 02월 10일(수) 오후 02:35   가| 이메일| 프린트
[한겨레] 특정업체 제품 홍보·비방글 올리고 돈벌이

전문업체까지 등장…폭로하면 배상 ‘각서’

대학생 이아무개(24)씨는 지난해 5월 아르바이트를 찾다가 귀가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집에서 10분 정도만 투자하면 5000원 안팎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씨의 아르바이트는 한 포털사이트의 ‘이용자 지식 공유 서비스’에서 ㄱ결혼정보업체를 칭찬하는 댓글을 달아주는 일이었다. 실제로 댓글 하나를 달 때마다 1000원을 받았다. 일을 시작하기 전 ‘답변 잘 다는 법’에 대한 오리엔테이션도 따로 받았다. 이씨는 이 포털사이트가 한 사람에게 허용하는 아이디 3개를 모두 신청해 이를 돌려가며 사용해야 했다. 특정 업체를 집중 홍보하거나 비방하다가 사용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씨는 이 결혼정보업체를 칭찬하기 위해 자신처럼 ‘교육’을 받는 사람이 7명이나 됐다고 전했다. 1000원 벌이를 위해 때론 ‘거짓 홍보’도 해야 했다. 이렇게 한 달가량 일해서 15만원을 손에 쥐었다. 이씨는 “일을 그만둘 때, 회사 쪽이 ‘외부에 이런 이야기를 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각서까지 쓰게 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씨가 ‘댓글 아르바이트’를 했던 포털사이트에서 ‘결혼정보업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상위 10건 가운데 7건이 ㄱ업체에 유리한 내용이다. 이씨 등이 조직적으로 댓글을 단 결과다.

네이버 지식인’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이용자 지식 공유 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이를 악용해 거짓 정보까지 퍼뜨리는 ‘바이럴(viral) 마케팅’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은 누리꾼들이 특정 기업이나 제품을 홍보하는 ‘입소문 마케팅’의 하나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소문의 확산 폭이 넓고 빠르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에 따라 최근엔 특정 업체에게 유리한 질문과 댓글을 동시에 달아주고 수백만원대의 홍보비를 받는 ‘바이럴 마케팅’ 전문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경쟁 업체에 ‘악플’(나쁜 댓글)을 달거나, 경쟁 업체 쪽에 “나쁜 댓글을 삭제해주겠다”며 ‘양다리’를 걸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용자 지식 공유 서비스에 올라오는 수많은 정보를 일일이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 업체들은 이전에 홍보글을 올리다 이용 정지를 당한 적이 없는 ‘깨끗한’ 아이디와 아이피를 가진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직접 눈으로 검증이 어려운 화장품, 성형, 학원 등의 업계에서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일표 참여사회연구소 실장은 “특정 업체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문제가 돼온 ‘댓글 알바’로 인해 기본적인 정보 교환과 상호 의사소통이 왜곡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포털사이트의 공신력을 믿고 정보를 활용하려는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감시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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