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출구전략 본격화…첫 단추는 총액한도대출 축소

2010. 2. 20. 09:18이슈 뉴스스크랩

한국도 출구전략 본격화…첫 단추는 총액한도대출 축소

"한도축소는 비정상적 조치 정상화 의미"
한도대출·자금조정대출 금리변경은 없을듯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으로 한국은행의 출구전략 행보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첫 단추는 총액한도대출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상보다 충격은 덜하면서도 비상시 사용한 정책을 정상화시킨다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현재 총액한도대출은 10조원이다. 한은은 지난 2008년 10월 6조5000억원이던 총액한도대출을 리먼사태 발생 이후 9조원으로 늘린데 이어 지난해 3월 10조원으로 상향조정해 현재까지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 내부에선 이미 총액한도대출 축소에 대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출구전략은 결국 비정상적 조치를 정상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며 "총액한도대출은 금융위기 때 예외적으로 늘린 것인 만큼 이런 비정상적 조치는 정상화돼야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7일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금융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총액대출 한도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대출 운용방식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대출한도 축소…금리변경 가능성은 낮아

총액한도대출은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위해 한은이 낮은 금리(현 1.25%)로 시중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지난 94년 도입됐다.

이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재할인율을 올렸는데, 한국으로 치면 과거 한은이 상업어음을 재할인해줄 때 적용하던 금리를 올린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지금은 상업어음 재할인이라는 제도가 없어지고 그와 비슷한 역할을 총액한도대출이 하고 있다.

총액한도대출 금리를 올리는 방안도 있지만, 현재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 총액한도대출에 적용되는 금리가 사실상 기준금리와 연동돼있어 이 금리를 올릴 바에는 차라리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낫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자금조정대출 금리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자금조정대출은 은행들이 지준을 맞추지 못할 경우 한은에서 돈을 빌려쓸 수 있는 제도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단기자금을 대출한다는 점에서 보면 미국의 재할인제도와 흡사하다.

은행들이 자금조정대출을 이용하려면 기준금리보다 1.00%포인트 높은 수준의 금리를 내야한다. 여기에 붙는 가산금리(1.00%)를 올릴 수도 있지만, 기준금리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자금조정대출 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굳이 가산금리까지 손 댈 필요는 없다는 게 한은의 분위기다.

한은 관계자는 "총액한도대출이나 자금조정대출에 적용되는 금리는 사실상 기준금리와 연동해 움직인다"며 "따라서 기준금리는 놔두고 이들 금리만 변경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금리인상 없다면 대출축소 보완책 나올수도

총액한도대출 축소 결정은 이르면 내달 이뤄질 전망이다. 한도를 조정할지 말지는 일반적으로 매분기가 시작되기 직전월 넷째주 목요일에 결정된다.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으로 한은의 결정이 다소 빨라질 수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의 재할인율 인상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기본적으로 금통위가 결정하겠지만, 이번 조치가 임시 금통위를 열거나 둘째주 목요일 정례회의때 논의될 만큼 긴급한 상황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이 총액한도대출을 축소하면 시중 유동성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1조를 줄이면 통화승수를 감안할 때 광의통화(M2)는 약 25조원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이 경우 단기자금시장에 자금부족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하루짜리 콜금리가 한은의 기준금리보다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금리인상을 않는다면 한은으로선 또다른 방식의 유동성을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유력한 방안으로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돈을 통안채로 흡수하지 않고 놔두거나, 아예 통안채를 순상환하는 것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본원통화 감소로 인해 자금부족현상이 나타나면 단기금리가 뛰어오를 수 있다"며 "기준금리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또다른 방식의 유동성 공급방안을 생각해야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한은이 갚아야할 통안채는 152조원이다.

입력 : 2010.02.19 13:05
수정 : 2010.02.19 13:05 
이데일리 제공 / 조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