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27. 17:2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오늘과 내일/정성희]남자 몸 소비하는 사회
O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 노래 ‘Oh’로 음반매출과 가요순위 1위를 달리고 있는 소녀시대를 보면서 30, 40대 아저씨들은 입이 헤벌쭉해진다. 아저씨만 그런가. 요즘은 아줌마들도 눈이 즐겁다. 채널을 돌리면 웃통을 벗어부친 ‘복근남’들이 활개를 친다. 시대극인 ‘추노’에서 초콜릿복근을 가진 남자들이 떼로 몰려와 여자들을 황홀하게 만들더니 드라마 ‘파스타’에선 꽃미남 요리사들까지 벗어젖힌다.
초콜릿복근에 열광하는 여자들
지난해 소녀시대와 유이에게서 비롯된 ‘꿀벅지’라는 용어가 큰 화제를 낳았는데 이젠 ‘말벅지’가 뜨고 있다. 탤런트 송일국이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방영에 앞서 끌로 깎은 듯한 몸매를 공개하자 나온 말이다. 지난해 ‘꿀벅지’란 말이 여자를 비하하는 용어라는 이유로 사용금지 국민청원이 여성부에 제기됐는데 허벅지를 말에 비유한 ‘말벅지’란 용어를 들으면 보통 남자들은 어떤 생각이 드는지 궁금하다.
‘성(性)의 상품화’가 여자에게 국한된 현상이 아님이 분명하다. 초콜릿복근이니 말벅지니 짐승돌이니 하는 표현이 갖는 이미지는 여자의 성적 판타지를 자극한다. 달라진 점은 전에는 이런 생각을 표현하지 못했던 여자들이 이젠 스스럼없이 욕망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벌거벗은 남자를 내세우는 것은 남자 몸에 대해 쑥스러워하지 않는 이런 심리의 변화를 파고드는 마케팅 전략이다.
이는 ‘뻔뻔함으로 무장한’ 아줌마의 전유물도 아니다. 섹시한 뱀파이어와 야성적 늑대인간이 등장하는 영화 ‘뉴문’을 상영한 영화관은 늑대인간이 물에 빠진 여주인공을 구하고 웃통을 벗는 장면에서 10대를 포함한 젊은 여성 관객의 비명소리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현장에 있었던 한 남자 대학생의 말이 재미있다. “여자들의 반응이 (영화보다) 더 볼만했어요.”
자연세계에서는 예외 없이 수컷이 암컷보다 아름답다. 이 차이가 얼마나 컸던지 생물분류법을 창안한 칼 폰 린네는 칙칙한 잿빛 오리와 갈색과 파란색이 섞인 아름다운 오리를 다른 종으로 분류했다. 나중에 두 오리는 동일한 종의 암컷과 수컷으로 밝혀졌다. 진화론은 수컷 공작새의 꼬리가 포식자의 눈에 잘 띄어 잡아먹힐 확률이 높다는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화려하게 진화한 것은 ‘이런 약점을 극복할 만큼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다’는 사실을 암컷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런 맥락에서 건강한 유전자를 가졌음을 입증하는 듯한 남자의 강인한 몸매에 여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에선 칼럼니스트 게일 콜린스와 데이비드 브룩스가 ‘왜 전업남편이 미래인가’를 주제로 대담을 했다. 미국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남자 근로자가 맞고 있고 그로 인해 실업자가 된 젊은 남자와 전문직 중년여성의 결혼이 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40대 여자와 20대 남자의 결합을 이상으로 생각했던 인류학자 마거릿 리드의 예언이 경제위기를 계기로 현실화하나 보다.
달라진 남녀 위상의 반영
그렇다면 ‘여자는 미모, 남자는 재력’이라는 연애 공식은 깨진 것인가. 남자나 여자나 상대방의 외모에 끌리기 마련이다. 다만 여자는 아이를 양육해야 했기에 자신과 아이를 보호해줄 남자의 재력이 필요했다. 그런데 세상이 달라졌다. 남자 못지않은 경제력과 사회적 위상을 갖추게 된 여자들은 다른 조건을 따질 필요 없이 남자의 외모와 젊음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남편들이여. 초콜릿복근에 찬사를 보내는 아내를 핀잔하지 마시라. 소녀시대에 넋 잃고 있는 당신들을 보며 뱃살 출렁한 아내가 느꼈을 스트레스가 어땠을지 공감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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