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5. 08:26ㆍ부동산 정보 자료실
도시정비? '삶의 질'보다 '개발 이익'
노컷뉴스 | 입력 2010.03.05 06:03
[CBS산업부 윤지나 기자]
전국이 개발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곳곳에서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낡은 건물이 사라지고 새 건물이 들어선 뒤 삶의 질이 높아졌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CBS는 3회에 걸쳐 현행 도시정비사업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도시의 연속성을 지키며 공공이 원하는 공간을 창조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 편집자주 >
우수 학군에 넓은 녹지 공간, 대형마트와 백화점, 영화관 등 편의시설에 체계적인 교통망까지. 서울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가 강남 버금가는 인기 주거지로 꼽히는 이유다.
1980년대부터 계획적으로 조성된 이곳은 주민들 스스로 생활환경에 자부심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입주 30년이 가까워지면서 이웃들끼리 사이도 돈독하다.
그런데 요즘 이 곳에 재건축 움직임이 강하게 일고 있다. 양천구청은 최근 이 일대 재건축을 위한 설계 공모에 나섰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1단지의 경우 2013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한데 미리 14개 단지 전체 그림을 그려두기 위한 것"이라며 "오는 5월 당선작을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민들 역시 전면 재개발을 지지하는 모습이다. 저층 단지 주민들을 중심으로 재건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사업성 면에서 재건축이 유리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업자들끼리 구청에서 세미나를 받기도 하고 주민들과 정보도 나누는데 리모델링 보다는 재건축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자원을 활용하는 쪽으로 사업을 벌이자는 주장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사는 데 불편이 없다"고 주장하는 주민들은 아파트가 낡았다는 것을 빼고는 기반 시설이나 공동체 문화 면에서 흠 잡을 데가 없다고 말한다.
목동 단지에서 10년 넘게 살았다는 이모(51)씨는 "베란다가 2개밖에 없다는 점 등 주택 구조가 옛날 것이라는 것 외에 다른 부분은 대체로 만족한다"면서 "기존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정비사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자원을 유지하고 철거를 최소화하는 데는 리모델링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청이 지난 해 벌인 용역 조사에는 리모델링만으로도 충분히 현재의 쾌적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리모델링은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마디로 '삶의 질'보다는 '개발 이익'에 사업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정비사업의 목적이 삶의 질 제고보다는 세대수를 늘려 분양 이익을 남기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이주형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기반이 잘 잡혀 있는 지역은 자원과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개발이익 외에 다른 것들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 전면 철거 후 새 건물을 올린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리모델링 비율은 일본이나 유럽 등 선진국의 1/8 수준이다.
쌍용건설 양영규 리모델링 사업부장은 "리모델링은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져 불로소득도 없고 무엇보다 자원을 아낀다는 점에서 환경지향적이다"면서 "하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인식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는 경우는 물론 녹색사업임에도 제도에서 소외당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jina1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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