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후판마케팅실에 근무하는 김영희(41·여) 과장은 지난 2일부터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출근한다. 오전 8시 서울 대치동 본사 1층에 있는 ‘포스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다가 퇴근도 같이한다. 김 과장은 “기존 어린이집에 비해 보육시간이 길고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수시로 들여다볼 수 있어 마음 편히 일에 몰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하는 엄마들은 아침이면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느라 발을 동동 구르기 일쑤다. 어린이집이 문 닫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려면 상사 눈치를 봐야 한다.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이렇듯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기 때문.
최근 사내에 어린이집을 만들어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려는 기업이 늘고 있다.
포스코는 12일 대치동 사옥 1층에 ‘포스코 어린이집’ 개원식을 가졌다. 424㎡(128평) 규모로 총 60명의 영·유아를 수용할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다.
포스코는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데 4억9000만원을 투자했다. 매년 2억8000만원을 어린이집 운영에 지원할 계획이다. 어린이집 설치로 포기한 1층 임대수수료는 5억원.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측이 과감하게 내린 결정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일 서울 재동 북촌한옥마을에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롯데백화점 어린이집 1호점’을 열었다. 백화점 영업시간에 맞춰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운영된다. 백화점 휴점일을 제외하고 매일 문을 열기 때문에 주말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맞춰 하루 4회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롯데백화점은 향후 새로 문을 여는 점포에 어린이집 설치를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직원(3663명)의 62%가 여성인 아모레퍼시픽은 일찌감치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해 왔다. 2004년 서울 용산 본사를 시작으로 2005년 경기 용인, 2007년 경기 수원 사업장에 사내 어린이집을 열었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직원들은 “회사가 육아부담을 덜어주니 일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고 입을 모은다.
SK에너지는 2007년 9월부터 서울 서린동 본사 건물 2층에 3개의 보육실과 양호실 등을 갖춘 ‘SK 행복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SK텔레콤도 같은 해 3월 서울 을지로 건물에 사내 탁아시설인 ‘푸르니 어린이집’을 열었다. 경기도 분당에 있는 SK C&C에선 아침 출근시간에 어린 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회사 건물로 들어오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2005년 9월 개원한 ‘늘푸른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어린이집을 기증한 곳도 있다. 유진그룹은 지난 8일 보육시설인 ‘하이마트 어린이집’을 신축해 연세대에 기증했다. 기업이 대학에 어린이집을 기증한 것은 광주은행이 전남대에 어린이집을 기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연세대에 들어선 어린이집은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845㎡(558평) 규모로 이달부터 1∼5세 교직원 자녀 126명과 보육교사 14명이 생활하고 있다.
세 아이를 둔 엄마이기도 한 손자옥 롯데백화점 어린이집 원장은 “기업이 믿을 만한 보육시설을 지어주고 보육료를 지원해주면 엄마들은 애사심을 갖고 일에 전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