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0% 싸게 팔아요”..수요자는 관심도 없다

2010. 3. 15. 09:02부동산 정보 자료실

“30∼40% 싸게 팔아요”..수요자는 관심도 없다

[파이낸셜뉴스] 2010년 03월 15일(월) 오전 05:38   가| 이메일| 프린트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떨어내기 위해 분양가보다 30∼40% 낮춰 분양 전문업자에게 처분하는 '땡처리'로 아파트를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팔리지 않아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 물량을 떠맡은 땡처리 업자들도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더불어 일부 건설사 임직원들도 회사 측으로부터 미분양 물량을 떠안았지만 이를 처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땡처리' 업자도 사지로 몰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민간주택시장이 무너지면서 분양시장에서 편법으로 분양을 대행하는 '땡처리 업자'도 사면초가다.

시장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그동안 투자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데다 건설사들이 앞다퉈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시장 자체가 과당경쟁에 돌입한 탓이다. 업자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파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땡처리업체 H기획의 강 모 대표는 "여기저기서 20∼30%씩 할인해서 판다는 곳이 늘어나면서 땡처리 시장도 레드오션이 됐다"면서 "건설사에서 그만큼 싸게 살 수가 없는데 시장이 안 좋아지면서 이런 물건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경기 고양 원당의 한 아파트는 분양가보다 최고 1억8000만원까지 할인분양한다. 여기에 중도금 무이자 혜택으로 발생하는 금융비용 4000만원을 포함하면 총 2억2000만원까지 떨어진다. 기존의 분양가가 7억∼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25% 이상 할인됐다.

강 대표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 건설사의 미분양 물건을 매입해 잘 가공한 후 매수자를 찾는 것이 땡처리의 기법"이라면서 "요즘은 할인을 해 준다고 해도 그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가 없어서 일반 아파트시장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땡처리 업자들도 지방시장에 대해서는 손을 절레절레 흔든다. 지방은 땡처리 업자가 아니라도 20% 정도 할인하는 미분양 물건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구의 한 아파트는 20% 할인에도 불구하고 계약자가 거의 나서지 않고 있다.

분양대행업체 한 관계자는 "기존에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곳은 30%까지 할인해도 관심조차 받기 힘들다"면서 "공개적인 할인 분양이 안 되는 곳은 땡처리 업자들이 심지어 40% 이상 할인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건설사 직원들 '울고 싶어라'

더욱이 민간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의 직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회사의 권유로 분양받은 아파트가 올해 입주에 들어갔지만 웃돈은커녕 원금회수도 힘든 상황이 된 탓이다.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해 리베이트 혹은 할인하는 조건으로 건설사들이 직원에게 '떠넘기기'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입주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입주율이 15%밖에 되지 않는 충남 천안의 한 아파트는 이 같은 '직원할인' 문제의 단면을 보여 준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미분양을 소진하기 위해 계약금 500만원에 무이자 혜택을 조건으로 직원들에게 미분양을 떠맡겼다"면서 "준공됐는 데도 전세가 나가지 않아서 30%까지 할인 분양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는 경기 고양시의 대단지 아파트에 대해 리베이트를 주는 조건으로 직원들에게 매각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리베이트를 포함 계약금 2000만원가량만 내면 연 8%의 수익이 나는 것으로 계산을 해서 매입했다"면서"잔금을 치러야 하는 완공시점이 다가오면서 피를 말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가족은 물론 친척들에게 매입할 것을 권유했는데 아직도 웃돈은커녕 미분양이 남아 있어서 리베이트를 토해 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실수요자에겐 '지금이 기회'

부동산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시기가 실수요자들에겐 좋은 내집 마련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발품을 팔면 최고 40%까지 할인된 땡처리 매물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투자를 목적으로 미분양을 매입했거나 혹은 건설사 직원들이 떠맡은 물량은 입주시점에서 잔금 압박으로 급매물을 내놓기 때문이다.

분양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는 5∼10%가량 할인한다고 하지만 실제 중도금무이자혜택 등을 따지면 최고 20% 할인한 것은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더욱이 투자용으로 매입했다가 금융비용으로 목까지 차오른 사람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만큼 지금이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경기 성남 판교가 힘들다고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회복될 것이고 용인지역도 마찬가지"라면서 "실제 할인분양을 하는 곳은 매물이 속속 빠지곤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보업체 한 관계자는 "베란다 확장이나 인테리어 비용 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 조건을 협상하게 되면 수도권에서 30%까지도 할인 가능한 만큼 실수요자들은 이 같은 미분양을 잘 고르면 이익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mjkim@fnnews.com김명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