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에 활개치는 '부동산 거래의 덫'

2010. 3. 18. 00:17부동산 정보 자료실

침체기에 활개치는 '부동산 거래의 덫'
[중앙일보] 2010년 03월 17일(수) 오후 06:58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황정일]

인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41)씨는 최근 인터넷 직거래 시장을 통해 살던 집을 팔려다 낭패를 봤다. 중개업자라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광고료를 약간 보태면 원하는 날까지 더 비싼 가격에 팔아주겠다고 제의해 20만원을 송금했지만 연락이 끊겼다. 김씨는 “큰 돈은 아니지만 급한 마음에 확인도 없이 돈을 송금한 게 잘 못”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 이런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시장 침체로 부동산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비슷한 유형의 사기나 편법ㆍ불법 거래가 부쩍 많아졌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한호성 지도관리과장은 “지난해 말 이후 부동산 거래가 크게 줄어들자 무자격 중개업자들의 사기나 편법ㆍ불법 중개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크게 늘고 있다”며 “협회가 자체적으로 조사를 벌여 최근 두 달간 30여 건의 불법 거래를 적발, 고발했다”고 말했다.


무자격 중개업자 광고 판 쳐


실제 요즘 생활정보지에는 무자격 중개업자들의 광고가 판을 친다. 이들은 대개 허위 매물로 수요자를 유인한 뒤 계약금만 받아 달아나거나, 비싸게 팔아주겠다며 매도자에게 접근해 높은 수수료를 요구한다. 경기도 구리시에 사는 최모(29)씨는 “최근 집을 싸게 구할 수 있다는 생활정보지 광고를 보고 계약을 추진하다, 집을 보기도 전에 계약금을 요구해 그만뒀다”며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찜찜해 집을 사기가 겁 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중개수수료를 거래 가격의 10%를 요구하는 일도 있다. 한 과장은 “수수료를 턱없이 많이 부르는 사람은 대개 무자격 중개업자”라며 “이들에게 거래를 맡길 경우 거래 사고가 발생해도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없으므로 거래 전에 공인중개사 자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화 사기(보이스피싱)도 유행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인터넷 직거래 장터 등을 통해 매도자에게 접근한 뒤 시세감정서ㆍ감평평가서 등의 서류를 발급하거나, 광고료 명목으로 선금을 받아 달아나는 경우다. 부동산감정평가를 하면 집값을 더 받을 수 있다며 감정평가 법인을 사칭, 수수료를 챙기는 사기도 잇따른다.


과다 중개수수료 요구ㆍ전화사기 등 유의해야


비정상적인 매물을 급매물로 위장해 파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매물을 시세보다 30~40% 싸게 판다며 수요자를 현혹하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장선호(62)씨는 “아파트 계약을 위해 등기부등본을 떼 봤더니 근저당, 가압류가 모두 6건이나 돼 있었다”며 “잔금 납부 전까지는 풀어 준다고 했지만 어딘지 꺼림직해 계약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거래 침체기에 흔히 나타나는 일”이라며 “급매물의 경우 급매로 나온 이유 등을 우선 따져본 뒤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시장과 마찬가지로 거래가 끊긴 토지시장에서는 고전적인 수법이 다시 고개를 든다. 토지정보업체인 그린리포 김창모 사장은 “땅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을 상대로 분할이 안 되는 땅을 쪼개 팔거나, 실제로는 경사진 땅인데 인근 평지를 보여주고 팔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기는 물론 무자격 중개업자의 편법ㆍ불법 거래에 속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대출 규제 등으로 매수세가 위축돼 있어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렵다”며 “그런데도 기일 내에 팔아주겠다거나 턱없이 싼 매물은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