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중견기업 300곳 키운다"

2010. 3. 18. 20:31C.E.O 경영 자료

중견기업 육성, 정부 왜 나섰나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중견기업 육성대책을 내놓은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과 활력' 측면에 근본적인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지난 1960년대 이후 대기업 중심 정책을 통해 고속도로를 달려왔다. 그러나, 개발연대인 1960~80년대 이후 우리 경제에서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대규모 기업집단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48개사 기준, 지난 1980년 이후 대기업 집단에 새로 진입한 곳은 민영화 기업 2곳과 외국계 기업 3개에 불과하다.

반면, 기존 대규모 기업집단들은 양적·질적 팽창을 계속해 왔다.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한 기업수는 2002년 728개에서 2005년 1002개, 2008년 1069개, 2009년 1164개로 꾸준히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30대 기업집단의 총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986년 56.5%에서 1992년 67.6%, 2000년 72.6%, 2008년 88.9%로 급증했다.

30대 그룹을 중심으로 기존 대기업들은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지만, 대기업으로 '점프'할 새로운 멤버는 최근 30년 간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해외에서는 아마존, 구글 등 IT혁명 등에 의해 거대기업이 계속 출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대조적이다.

정부가 중견기업을 비중소기업 중 매출액 1조원 또는 종업원수 1000명 미만 기업으로, 대기업을 매출액 1조원과 종업원수 1000명 이상 기업으로 설정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수는 132개(0.004%)와 1877개(0.06%)다. 중소기업수는 295만967개로 전체의 99.9%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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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97년 당시 중소기업 중 2007년 현재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19개에 불과했다.

1997년 당시 중소ㆍ중견기업 중 2007년 현재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28개. 이 중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기업 21개과 외국인 기업 4개를 제외한 독립적 대기업은 풍산, 오뚜기, 이랜드 등 3곳에 불과하다.

경제위기 이후 세계의 산업질서의 틀이 새로 짜이면서 나타난 경쟁구도도 눈여겨 볼 점이다. 그동안 한ㆍ중ㆍ일 3국은 상호보완적 분업구조를 유지해 왔지만, 2000년 대 중반 이후 조립ㆍ장치산업을 중심으로 일본이 약화된 반면 중국은 급부상했다. 한국은 틈새에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립ㆍ장치산업 중심인 우리 주력사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상황. 정부도 조립ㆍ장치부문은 결국 중국으로 이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정한다. 일본은 조립ㆍ장치부문의 약화에도 불구, 고부가가치 부품, 장비, 소재를 기반으로 상대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부도 이같은 동북아 경쟁구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판단, 10여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번 종합 육성방안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