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8. 11:01ㆍ이슈 뉴스스크랩
고용 방정식을 풀어라
면접 차례 기다리는 구직자들
'일자리축제'에서 구직자들이 면접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자료사진) |
조급증 버리고 장기적 관점의 접근 필요
고용 패러다임 전환..일자리 블루오션 발굴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 #1. A(25.여)씨는 지난달 입학한 지 6년 만에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취업에 필요한 온갖 스펙(Specification: 이력서에 쓰는 각종 자격요건)을 쌓으려고 졸업을 2년 미뤘다. 토익 920점, 캐나다 어학연수 1년, 경영학 복수 전공, 보육원 자원봉사. 지난 1년 동안 24번이나 취업 원서를 냈지만, 합격 연락은 한 번도 없었다. A씨는 자신의 주변 친구들도 사정이 비슷하다고 한다.
#2. 최근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B(53)씨. 첫째 아이가 대학교 2학년,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 2학년. 제2의 직장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마음에 드는 직장은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는다. 오라는 곳은 월급이 너무 적다. 몇년 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최근의 고용 현실을 느낄 수 있는 우리 주변의 상황이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낮아진 실제 정년 연령과 늘어난 기대 수명으로 중년과 노년층까지 구직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현재의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온갖 정책을 쏟아 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지난해에는 일자리가 감소했다. 더구나 71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올해부터 시작돼 일자리 문제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난제의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 참담한 고용 현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121만 6천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만 8천 명이나 증가했다. 2000년 2월의 122만 3천 명 이후 가장 많은 실업자 규모다.
지난 1월 실업률도 5.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포인트나 올라 2001년 3월 5.1% 이후 가장 높았다.
통계에 잡히는 공식적인 실업자에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자, 그냥 쉬는 사람, 주 18시간 미만 취업자 등을 포함한 사실상의 실업자는 400만 명을 넘는다.
지난 1월 취업자는 2천286만 5천 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5천 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취업자 수의 마이너스 행진이 멈췄다는 점은 다행이지만 증가 폭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취업자 증가 폭을 연간 기준으로 보면 더 참담하다. 지난해 취업자는 2천350만 6천 명으로 전년보다 7만2천 명 줄었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127만 6천 명)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고용률도 58.6%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통계로 본 고용 현실도 암담하다.
◇ 역대 정부 일자리 구호..결과는 실패
우리나라가 일자리 창출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은 대규모 정리해고가 빈번했던 외환위기 이후다.
외환위기 이후 집권한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매년 일자리 대책이 없었던 해가 드물 정도로 정부는 일자리 정책을 쏟아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작성한 `역대 정부의 일자리 창출 예산, 정책, 실적의 조사.분석' 보고서를 보면 김대중 정부는 집권 5년간 실업률을 6.8%에서 3.6%로 낮추고 취업자 수를 196만 명 늘렸다. 하지만, 자영업자가 50만 명 가까이 늘고 임시.일용직 근로자 비율이 44%에서 49%로 늘어나 고용의 질은 악화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5년 동안 취업자가 138만 명 정도 증가했지만 목표였던 250만 개를 달성하지 못했고 단기.저임금 일자리가 많아 본원적인 일자리 창출은 극히 미미했다고 보고서는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대통령 후보 시절 연간 7%의 경제성장으로 5년간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지만 2008년 여름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목표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지난해에는 오히려 일자리 수가 줄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가 경기 침체로 일자리가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고 단기 정책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면도 있지만, 조급증을 버리고 변화된 경제 구조에 맞춰 장기적인 관점에서 일자리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패러다임 전환..일자리 보고 찾아라
일자리에 대한 장기적 접근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유 본부장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산업구조가 노동절약형으로 바뀐 상황에서 경제 주체들이 예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일자리 창출은 어렵다"며 일자리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경제 성장을 하면 고용이 늘어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부터 일자리 창출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성장만 하면 일자리는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생각을 버렸다.
일자리 창출에 중견.중소기업보다 수출.대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과거 인식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대기업과 수출 기업의 고용 기여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신 고용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견.중소기업이나 취업유발계수가 높은 내수 업종에 대한 투자를 늘릴 유인책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손민중 연구원은 "수출주도형 경기회복세가 이뤄지면 고용의 회복속도는 상당히 느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선진국과 비교해 일자리를 더 늘릴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창출 여력이 있는 분야로 공공행정, 보육, 아동.장애인.노인 보호, 교육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업과 1인 기업을 지목하고 있다.
또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고용 안정성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야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화만으로는 불안정한 비정규직만 양산할 뿐이고 고용의 안정성만 강조하면 일자리 자체가 늘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고용의 안정성 강화라는 전제하에 비정규직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도 바꿔야 한다. 기업도 비정규직을 일정 기간 이후 계약을 해지하는 게 아니라 계약 기간 이후 성과가 뛰어나면 고용을 이어가고 정규직과 같은 교육, 복지 혜택 등을 실시해야 한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연결되는 고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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