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홍보달인'들의 신나는 도발

2010. 4. 2. 09:35C.E.O 경영 자료

은퇴한 '홍보달인'들의 신나는 도발

[머니위크 커버]베이버부머 제2의 인생을 쏘다

최근 재계와 언론 등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은 회사가 하나 설립됐다. 바로 홍보전문기업 '㈜온전한커뮤니케이션'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홍보전문 월간지 'The PR'을 온오프라인으로 발간하고, 기업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홍보 관련 컨설팅 및 교육 업무를 펼칠 예정이다.

기업의 홍보업무를 대행하는 것이 아니라 홍보에 관한 노하우를 관계자들에게 전달하는 회사란 점에서 이색적이다. 이 회사가 설립 초기부터 주목받는 이유가 또 하나 있다. 회사를 설립한 경영진들의 프로필 때문이다. 삼성, LG, 현대, SK 등 4대 그룹의 전 홍보전문 임원들이 은퇴 후 뜻을 모아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안홍진(전 삼성전자 홍보담당 상무), 최영택(전 LG, 코오롱 홍보담당 상무) 공동대표를 비롯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김광태(전 삼성전자 홍보담당 전무), 조진일(전 삼성화재 홍보담당 상무) 씨 등이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의 주축이다. 김종현(전 현대제철 홍보담당 상무), 김만기(전 SK, 팬텍, 롯데백화점 홍보담당 상무), 이동희(전 삼성SDS 홍보팀장) 씨 등도 자문위원에 동참한 멤버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홍보달인'들의 집합소라 할 만하다. 매일경제 기자를 거쳐 '기업&미디어' 편집인이었던 이기동 씨는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의 PR전문 월간지 'The PR'의 편집인 겸 편집국장으로 참여해 힘을 실었다.

수십년간 한업계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갈고 닦은 전문적 소질을 은퇴 후에 헤쳐 모여 다시 발휘한다는 점에서 이 회사의 설립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내가 가진 능력과 일에 대한 열정을 믿는다면 세월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하다. 특히 경영진 모두가 1950년대 생으로,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에게 또 하나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

궁금하기도 했다. 이들이 생각하는 은퇴 후 제2의 삶과 도전, 그리고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의 비전은 무엇일까?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안홍진, 최영택 공동대표, 김광태 위원, 이기동 국장을 만날 수 있었다.

▶안홍진 공동대표
"즐기면서 일하는 보람 찾겠다"

안홍진 대표가 꿈꾸는 제2의 삶은 놀이처럼 즐겁게 일하자는 것이다. 삼성이란 거대조직을 대중과 언론 등에 홍보한다는 자체가 샐러리맨으로서 소중한 경험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을 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 자신을 되돌아 볼 시간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이런 심경을 담은 듯 안 대표는 "인생의 2막을 새로 연다는 느낌이 든다"며 "홍보업무가 전문분야였지만,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일하니 재미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홍보업무가 2% 약한 중소기업들을 볼 때마다 아쉬움을 느꼈다고 한다. "효율적인 홍보마케팅만 접목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회사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회사들을 위해 홍보컨설팅을 하자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죠."

내로라하는 기업들의 홍보전문 요원들이 힘을 뭉쳤지만 아직은 사업 초기단계다. 힘든 점이 없을리 없다. "눈높이를 낮추고 겸손한 자세로 임하려 합니다. 사장의 '사'자가 '죽을 사'라는 농담도 있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겠지만, 임원들 모두 배수의 진을 치고 비장한 각오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며 경쟁력 있는 서비스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최영택 대표
1인 3역의 새로운 도전

지난해 말 코오롱 상무직을 끝으로 업계를 떠난 최영택 대표는 일찌감치 교육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현재 그는 일주일 중 3일을 인하대학교와 홍익대학교에서 광고홍보학 강의를 하고 있다. 또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 신분이기도 하다. 여기에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의 공동대표로 참여하면서 1인 3역으로 제2의 삶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최 대표는 은퇴 후에도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다면 현재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창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1인자가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시대에 뒤쳐지지 않도록 여러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히 하도록 하세요."

이어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한 친구가 강조한 말을 떠올렸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은퇴 후에도 최소한 30년 이상을 더 살 수 있다. 그 30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해야 된다"는 친구의 말에 자신도 느끼는 바가 컸다는 것이다.

"저 역시 은퇴 후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깊이 생각했어요. 결국 30여년간 홍보와 광고 분야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대학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홍보 컨설팅과 전문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최 대표는 안홍진 공동대표, 김광태 자문위원 등과 뜻을 모았다. 'The PR'이 기업뿐 아니라 홍보를 전공하는 학생과 교수 등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최 대표의 각오다.

"저희는 충실한 콘텐츠로 PR전문지를 만들 뿐, 회사는 독자들이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 기업의 홍보업무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신문방송 및 홍보를 전공하는 학생들까지 자발적으로 'The PR'을 사서 읽을 정도가 된다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광태 위원
여유와 베푸는 삶의 소중함

김광태 위원은 온전한 커뮤니케이션의 고문으로 사실상 좌장이다. 당초 회사를 구상하고 설립을 주도한 것도 김 위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대기업 홍보 임원을 마치고 은퇴해서 나오는 후배들이 많아지자 이들을 모아 함께 일할 수 있는 사업모델과 터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김 위원은 열렬한 가요 마니아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경기도 양평 별장에 진열된 8000여 장의 가요 LP음반이 김 위원의 보물 1호일 정도다. 한국 가요사에 대해 논한다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음악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별장에 LP음반을 진열하고 음악감상 공간까지 마련한 것은 자신의 음악적 욕구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이 장소가 누군가의 삶의 안식처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구상하고 꾸미게 됐다고 한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꿈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죠. 그리고 그 공간이 떠도는 영혼들의 안식처가 되기를 소망했습니다." 오랜 세월 홍보업무를 해왔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떠오른 사람들이 은퇴한 언론인들이었다고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타인에게 이 안식처를 제공하진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생각과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가 너무 앞만 보면서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가끔 자신의 그림자 한 번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어요. 성공을 위해 앞만 보면서 살다 보면 나중에는 삶 속에 상처가 생기더군요. 은퇴하고 나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자기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사람들이 조금만 더 타인에게 베풀면서 살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내가 베푼 만큼 분명히 되돌려 받게 되고, 그때 얻는 행복이 정말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기동 편집국장이 말하는 'The PR'

온오프라인 홍보전문지 'The PR'을 이끄는 수장은 언론인 출신 이기동 편집국장이다. 기자생활을 할 때부터 홍보전문지의 필요성을 느낀 이 국장과 전직 홍보임원들의 아이디어가 합쳐져 'The PR' 창간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고 10대 무역강국인만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국내에 홍보전문 매체가 없을 뿐 아니라 일부 홍보 관련 기사들은 전문성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사실 PR 전문지 창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국장은 자신한다. 특히 전직 홍보전문 임원들이 사업 파트너란 사실은 이 국장에게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이 국장은 "'The PR'은 돈이나 명예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란 점에서 나에게 의미가 크다"며 "그동안 경제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알찬 PR전문지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The PR'은 오는 4월 온라인 사이트(www.the-pr.co.kr)를 오픈하며, 5월부터 오프라인으로도 매달 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