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야 면장을 한다!

2010. 4. 1. 00:21C.E.O 경영 자료

흔히 그리들 말한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

아마 많이들 여기에서의 면장을 면장面長이라 여기고 있으리라. 그래도 면장이면 면이라는 행정단위의 장이니 그것도 장이라, 하다못해 배워야 면장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으로 쓰는 말이라고.

그러나, 사실 이 면장은 그 면장이 아니다. 원래는 면장面長이 아닌 면장免牆이다. 즉 담장을 벗어난다.

출전은 논어 양화편陽貨篇이다.

子謂伯漁曰 女爲周南召南矣乎 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牆面而立也與
공자께서 백어에게 일러 말하기를, "너는 시경의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였느냐? 사람으로서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마치 담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과 같다."라 하였다.

여기에서 백어란 공자의 장남인 리鯉의 자다. 즉 아들인 리에게 시경에 나오는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였느냐며, 주남과 소남을 공부하지 않고서는 담을 마주하고 서 있는 것처럼 앞을 보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리라 말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베이컨이 말한 4대우상 가운데 동굴의 우상에 해당한다 할 텐데, 바로 여기에서 말한 장면牆面에서 면장面牆이 나오고, 다시 면장을 벗어난다는 뜻에서 앞에 벗어날 면免이 붙어 면면장免面牆, 그리고 그것이 줄어 면장免牆이 된 것이었다.

즉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은 알아야 담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한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뜻인 것이다. 알지 못하니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니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니 내딛지 못하고. 무지란 공포인 것이다. 모르기에 보면서도 보이는 것을 보지 못하고, 모르기에 들으면서도 들리는 것을 듣지 못하고, 한 걸음 내딛기도 그리 무섭고 두려운 것이다. 그래서 주저하고 머뭇거리고, 항상 의심하고 고집하고 항상 머무는 그 자리에서. 담장을 마주한 그대로.

알아야 보여도 보인다. 알아야 들려도 듣는다. 알고 나면 공포란 허상이다. 알고 나면 공포란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다. 두려움이 없으면 올곧이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고 더불어 걸음도 내딛을 수 있다.

면장이란 그같은 배움을, 앎을 강조하고자 하는 말이니 면장이라도 한 자리 하라는 출세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후자 쪽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기는 하지만.

확실히 그렇다. 요즘 배우면서 얼굴 앞의 담장을 치우자 하면 누가 고개를 끄덕일까. 면장이라도 할 수 있다고 해야 관심도 보이고 한다. 담장을 치우거나 말거나 면장을 할 수 있으면 그게 더 나을 테니까. 현재 교육정책도 그쪽으로 가고 있고. 면장을 하기보다 면장을 할 수 있도록 하자. 그래서 영어를 무엇보다 강조하는 게 아니던가. 인문학도에게는 기술 배우라 하고.

아무튼 시대가 바뀌고 보니 배움의 의미도 바꾸고 만 터라. 어쩌면 이제부터는 저 말도 달리 써야 할 지 모르겠다. "알아야 면장免牆을 하지"가 아니라 "알아야 면장面長을 하지"로. 시대가 그러하니.

의외로 아는 사람이 적더라. 알아야 면장을 하지. 그러나 그 면장이 무슨 뜻인가. 면장을 할 때 하더라도 그 면장이 무슨 뜻인가 정도는 알아야. 배움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