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정보화에 수조원 투입 … 시스템활용은 ‘컴맹’ 수준

2010. 4. 9. 09:07이슈 뉴스스크랩

국방정보화에 수조원 투입 … 시스템활용은 ‘컴맹’ 수준
천안함 의혹 커지자 뒤늦게 KNTDS로 사고시간 확인
2010-04-08 오후 12:24:07 게재

수조원을 쏟아부은 국방정보화시스템을 정작 위기시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사건을 대응하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군과 청와대는 해군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 등 전자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컴맹’ 수준임을 드러냈다.
민군 합동조사단(단장 박정이 합참전력발전본부장)은 7일 사건발생시각에 대한 의혹을 해소한다며 “KNTDS 화면상에 천안함에서 발신되는 위치신호가 지난달 26일 오후 9시 21분 57초에 중단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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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발생 12일만에 컴퓨터전자체계의 신호가 소멸된 시간을 공개해 함정의 사망시간을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군은 사건발생시간을 오후 9시 45분→30분→25분→22분으로 세차례나 바꾸었으며, 국민의 의혹과 불신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천안함의 사망시간을 알려준 KNTDS는 평택 2함대사령부와 부산 해군작전사, 합참 지휘통제실, 청와대 상황실 등 곳곳에 설치·연결돼 있다. 그런데 어느 곳에서도 천안함이 사라진 시간을 인지하지 못했다. 천안함 식별번호가 소멸된 시간을 공개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전군의 작전을 지휘하는 합참에 천안함 침몰이 보고되기까지도 23분이 소요됐다. 사건발생 6분 뒤에 상황을 접수한 2함대가 북한의 도발을 전제로 대응하면서도 합참까지 즉각 음성으로 동시전파가 가능한 고속경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2함대는 해군 작전사에 핫라인통신으로, 작전사는 합참에 팩스로 전송하면서 시간이 지체됐다. 합참은 휴대폰으로 청와대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에게 연락했고, 이명박 대통령에 보고되기까지는 사건발생부터 28분이 소요됐다.
또 이상의 합참의장은 사건 당일 오후 9시 46분에 보고받은 뒤, 합참에 도착하기까지 1시간 가량 기차안에서 휴대폰에 의존해야 했다. 합참 지휘통제실과 네트워크가 되는 이동 모니터가 없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정작 군령권자가 국방정보화사업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이 의장이 기차 안에서 휴대폰에 매달린 1시간 동안, 합참의 첫 위기대응은 상당히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상황접수 45분이나 지나서 위기조치반을 비상소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참의 위기대응능력에 ‘구멍’이 난 셈이다.
문제는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국방장관도 이동 중에 지휘통제실과 네트워크가 되는 모니터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조원대 국방정보화시스템이 이동 중인 안보분야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연결되지 않아 신속한 지휘·통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합참 지휘통제실에 들러 천안함 침몰 상황을 파악하느라 긴급 소집된 안보관계장관회의에 1시간 늦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IT강국이 무선 모니터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면서 “종이 보고서에 익숙한 의사결정권자들이 ‘컴맹’의 마인드를 가졌다는 게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든다”고 꼬집었다.
홍장기 기자 hjk30@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