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국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세계경제

2010. 4. 11. 08:50C.E.O 경영 자료

김한진의 주식경제 이야기

글로벌 증시의 재해석_신흥국 주가방향이 세계경기 향방의 숨은 답안

새로운 국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세계경제


최근 세계경기흐름을 보자면 미국 금융위기가 세계경제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미국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반전을 보인데다 그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신흥국의 약진마저 돋보여 세계경제의 새로운 질서와 동력이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상황 차이는 아무래도 국가별 또는 기업별 경기 차별화와 이를 반영한 자산시장의 가격 양극화 현상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제조업과 금융업, 각 대륙과 섹터 내에서의 차별화가 그것인데 리먼사태로 대변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글로벌 자산시장의 특징을 정리하면서 시사점을 찾아 보자.

 

 

신흥국 주가강세의 특징


첫 번째 특징은 [그림1]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역시 신흥국의 주가강세 현상이다. 위기 전 약 40%의 하락률을 보였던 신흥국가의 주가는 위기수습 후 약 6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신흥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건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이상으로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펼친데다 신흥국이 지닌 고유의 역동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중국경제의 독보적 경기회복은 신흥국 전체 자산가격을 레벨업시켰다. 신흥국 주가는 특히 상호 연관 파급작용이 강한데 중국의 경기회복이 브라질과 러시아 등 자원생산국의 주가를 끌어 올렸고 경쟁국에 비해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소재와 소비재를 공급하는 한국주가를 회복시켰다. 신흥국 주가강세는 어쩌면 중장기 세계경제의 구조변화에 대한 범지구적인 시장 기대감인지도 모른다.

 

 

하이일드 시장의 대박


두 번째 특징은 정부의 막대한 재정살포와 저금리정책에 따라 선진국 하이일드 채권시장과 신흥국 저신용등급 채권시장에서 대박이 났다는 점이다. 금융위기로 인해 그야말로 위기로 치달았던 낮은 신용등급의 채권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은 데에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공이 컸다. 여기에 미국 금융위기로 덩달아 신용스프레드가 일시 급등했던 신흥국 채권전체가 위기수습과 보조를 같이 하며 급격한 안정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부동자금들은 이러한 일련의 신용시장의 변화를 놓칠 리가 없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금융위기가 수습되면서 정작 돈을 번 곳은 위기를 이기고 살아남은 거대 금융회사들이었고 그 이면에는 신용시장의 변화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출구전략의 우려를 뒤로하고 미 국채보다는 신용베팅(credit betting)을 즐기고 있었다.

 

 

여전히 지속되는 선진국 디플레 기조


세 번째 특징은 위기이전과 위기 후에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과 그 인기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디플레이션 기조를 반영하는 것이다. 선진국은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초저금리를 지속할 수 밖에 없었고 신흥국 역시 선진국경제의 침체에 따라 역시 저금리 외에 다른 정책적 대안이 없었다.


지금 세계 자금시장은 선진국 경제에 아직 디플레이션 기운이 강하게 남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국채시장은 이미 탄력을 잃은 지 오래다. 달러화가 강세로 가든 약세로 흐르든 늘 인기와 탄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유로화 폭락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지만 외국인의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인기와는 무관하다. 아니 인기가 시들할 정도라기 보다는 입찰률이 떨어지고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달러화가 강세로 흐를 정도로 미국 국채시장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는 모습은 지금으로서는 요원해 보인다.

 

 

각 자산가격, 진정한 방향성의 기로에 서있는 듯


네 번째 특징은 금융위기를 전후로 해서 떨어진 자산가격이 이제는 웬만큼 회복되었고 이른바 금융위기의 반작용으로 인한 나락 줍기는 끝나가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물론 최근 모든 자산가격은 펀더멘틀과 그 실체적 방향성에 일차적으로 충실히 의존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격 급락과 급등을 능숙하게 활용하는 투기적 주체들과 그들로 인한 유동자금의 쏠림 현상, 그리고 인위적인 정책요인들에 의한 부가적인 가격교란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진정한 방향성이 결정될만한 시점과 자리에 와있다. 마치 고무줄이 늘어났다가 제 위치로 원상 복귀되듯이 자산가격 또한 흔들렸던 만큼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왔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자산가격 흐름은 진정한 방향성을 나타낼 채비가 되어있다는 뜻이다. 이는 대략 앞으로의 자산가격 흐름이 펀더멘틀 변화에 대한 의미와 힌트를 보다 많이 담고 있을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신흥국 주가방향이 세계경기 향방의 숨은 답안


결국 최근 지구촌 자산시장에서 벌어진 으뜸된 특징은 ‘신흥국으로의 자본 쏠림 현상’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추세가 강화되고 유지된다면 이는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여기서부터 각국 경제는 금리상승과 재정축소와 물가상승과 그간 불균형된 환율조정을 감내하면서 회복세를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신흥국 환율이 계속 강세로 흐르고 이쪽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기면 사람들은 이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흥국 자산가격 상승과 상품시장의 강세는 글로벌 인플레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고 신흥시장으로의 지나친 자본 쏠림은 미국 채권시장을 더욱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반대로 이제까지의 向신흥국 자본쏠림 현상이 멈추고 자산가격의 원상복귀 현상이 마무리되어도 걱정이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 반대 편의 선진국 자산가격에서 뭔가 긍정적인 신호를 유인하기 위한 필요조건이 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신흥국 자본 쏠림 우려 높아져, 너무 지나치면 반작용 우려


사람들은 아직까지 미국의 골치덩어리 가계신용과 그리스와 다른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 영국의 취약한 경제구조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히 치유될 것인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경제가 단순한 재고순환을 뛰어 넘어 민간자율의 소비로 회복되고 일자리가 늘고 설비투자가 회복되는 선순환의 증거를 찾고 싶은 것이다.


먼저 신흥국 자산가격 상승이 너무 지나치면 이는 이상한 조짐으로 봐야 한다. 투기적 요인에 의해 신흥국 자산가격에 지나친 거품이 끼면 그 자체가 세계경제의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주가강세는 곧 상품가격 강세로 이어지고 이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지닌 선진국으로 하여금 조기 출구전략을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신흥국 자산가격이 이제부터 그간의 상승세를 마감하고 본격 떨어지는 것은 더욱 불길한 일이다. 신흥국 주가조정은 그 자체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둔화를 뜻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 중간의 적절한 속도와 범위 내에서 신흥국 주가상승이 이어져야 하는데 신흥국 자산의 태생적 속성상 그렇게 될 지가 의문이다. 아무튼 신흥국 주가를 보고 세계경기의 전개 방향을 눈치채는 것은 마땅한 네비게이션이 없는 오늘날 현실에서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신흥국 자산가격이 글로벌 경기판단에 대한 좋은 힌트가 되기는 하지만 쉬지 않고 너무 급하게 올라도 문제이고 떨어지면 더욱 문제인 어려운 입장에 처해 있는 것이 신흥국 자산가격의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