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아닌 자기 계발에 투자하라

2010. 4. 12. 09:15C.E.O 경영 자료

이제는 집에 대해 투기자가 아닌 생활인의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집값 버블기에 많은 이들에게 집은 삶의 보금자리라기보다는 투자 대상이 돼버렸다. 많은 이들이 증시에서 주식을 사고팔듯이 집을 거래한 것이다. 좋게 말해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근시안적 투자자(myopic investor)였다. 하지만 이제는 주택에 대해 주거공간이라는 본연의 가치로 바라볼 시점이 됐다. 집 한 채를 사겠다고, 잔뜩 빚을 짊어지고 당신과 가족의 삶마저 저당잡히는 생활은 청산해야 한다. 대신 당신의 인생에 투자하고, 인생을 향유하라.


        여기 1억5000만원 짜리 전세에 살면서 각각 1억원씩 저축한 두 사람의 직장인 A, B가 있다고 하자. 두 사람 모두 35세이고, 결혼해 아이 둘씩을 키우고 있다고 하자. 두 사람의 연봉은 모두 5000만원이고, 세금 등을 제하고 실수령액은 연간 4500만원이다. 두 사람은 4500만원 가운데 3500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쓰고 매년 1000만원 정도를 저축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여기가 끝이다. 두 사람의 생활관은 판이하게 다르고, 그래서 두 사람은 어느 순간 판이한 선택을 한다.


        A는 인근 집값이 조금 떨어진 2008년의 어느 날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빌려 4억원짜리 집을 샀다. 그는 집을 사두는 게 불안한 시대에 최고의 노후 대비이자, 자산 증식 수단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집을 사고 나니 매년 이자로만 1050만원이 빠져나갔다. 예전에는 저축해서 이자까지 불리던 1000만원을 이제는 고스란히 은행 이자로 갖다 바쳐야 했다. 이 상태로는 저축만 안 할뿐 생활이 달라질 건 없었다.


하지만 그는 향후 있을 원금 상환에 대비해야 했다. 허리띠를 좀 더 졸라매기로 했다. 생활비를 3000만원으로 줄이고 연간 500만원씩 저축하기로 했다. 생활비 절약을 위해 A는 매일 아침 즐기던 수영을 중단하고, 도서 구입과 업무와 연관된 유료 세미나 참석 등도 줄였다. 큰 아이 미술학원도 그만 다니게 했다. 또 외식 횟수도 크게 줄이고, 휴가 기간에도 가능하면 집에서 버텼다. 그렇게 해서 1년에 500만원씩 저축했지만 빚을 다 갚기는 요원했다. 설상가상으로 집값은 오르기는커녕 계속 떨어졌다. 5년 후 집값은 3억원까지 떨어졌다. 이럴 경우 5년 동안 은행 이자로만 대략 5000만원, 집값 하락으로 1억원을 날린 셈이다. 그동안의 기회비용이나 아파트 취등록세와 중개수수료까지 합치면 500만원 정도가 더 달아난다. ‘그래도 집 하나는 남았는데, 뭘’하고 자위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자식들과 아내는 긴축 생활로 애꿎게 피해 본 것을 생각해보라. 그리고 지식정보화 시대에 A씨가 자신의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자를 희생한 것을 생각해보라. 당장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적지 않은 손실일 것이다. 구조적 불안정의 시대에 A씨는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번엔 B씨의 경우를 보자. B씨도 어느 날 인근 부동산에서 ‘집값이 조금 떨어졌으니 집을 살 생각이 있느냐?’는 제의를 받았다. B씨는 잠깐 고민했으나, 결국 집을 사지 않았다. 집이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 탓도 있었고, 과도한 빚을 지고 집을 사고 싶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수억원의 돈을 들여 집을 사느니 현재의 삶을 적당히 즐기면서 자신에게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식정보화 시대에는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2년마다 재계약해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전세도 생활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계속 저축을 하는 한편, 적절한 수준에서 가족들과 생활의 즐거움도 누렸다. 때로 외식도 했고, 가끔 여행도 다녔다. 큰 맘 먹고 해외여행도 한 번 다녀왔다. 여러 곳을 여행해야 아이들의 시야도 트인다는 생각에서였다. 자기 계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외부 세미나에도 다니고, 업무와 관련 있는 자격증도 따고 차후 해외 지사 파견을 위해 영어회화도 배웠다. 꾸준히 헬스를 해 건강도 다졌다. 5년 후. B씨는 직장에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고, 미국 지사 파견근무 대상자로 뽑히기도 했다. 집값은 3억원으로 떨어졌고, 전세금(1억5000만원)과 그동안 저축한 돈(1억원+1000만원 x 5년)을 합치면 딱 3억원. B는 집값이 하락세를 멈춘 뒤 최근 1년여 동안 안정세를 보여 집을 사기로 했다. 집값이 바닥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의도를 강조하기 위해 매우 대조적인 가상의 사례를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A와 같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성공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중핵을 이루며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에는 부동산에 투자하면 결국 나중에는 보상받았다. 자본집약적 경제성장 시대에는 ‘평균’만 하면 크게 낙오되지 않는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경제구조는 어느덧 기술집약적 첨단산업위주로 변모했고, 개개인의 지식과 창의성, 전문성이 중요해지는 지식정보화 시대가 됐다. 2000년대의 부동산 거품은 이렇게 급변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과거의 방식을 고수한 결과인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난 이후의 ‘포스트 버블’ 시대 10년은 지금과 같은 집값 상승은 구경하기 어렵다. 반면 부동산 대신 자신에게 투자해 자신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람이 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각 개인은 그런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고, 정부도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지금처럼 전 국민이 가계 빚을 최대한 동원에 집값 거품을 키우는 방식으로는 개인이든, 나라든 미래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가 불안해 부동산에 투자한다고 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거품으로 쌓아올린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만큼 더 불안한 게 없다. 당신과 가족의 미래를 이미 장기적 대세하락 흐름에 들어 있는 부동산에 맡길 것인가? '그래도 오르는 곳은 오른다'는 부동산 투기 선동가들의 무책임한 속임에 빠져 '오를 곳'을 찾아 헤맬 것인가? 이제는 오르는 지역보다 내리는 지역이 훨씬 더 많아지는 시대에 말이다. 아니면 ‘만성불안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당신만의 가치에 미래를 맡길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