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74개 공구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2010. 4. 29. 09:12이슈 뉴스스크랩

[4대강 사업] 4대강 사업 74개 공구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조선일보] 2010년 04월 29일(목) 오전 03:00   가| 이메일| 프린트
"(4대강 사업을 하면) 좋아진다, 나빠진다는 말이 많이 들리는데 나는 공사장이 바로 옆이지만 뭐가 뭔지 모르겠어. 해야 되는 건지, 안 해야 되는 건지…."( 경북 상주시 중동면 강쌍분씨·중립)

"한꺼번에 4대강 공사를 하는데 나중에 잘못되면 어떡할 거야. 사업비도 엄청난데 한두 개 강부터 먼저 했어야지…."(경북 의성군 단밀면 김기종씨·반대)

"지금은 강변이 너무 더럽고 어지러워요. 이대로 두기보다는 하천을 빨리 정비해야 합니다."(전남 나주시 오량동 이금수씨·찬성)

4대강 사업의 '1차 소비자'인 공사 현장 주변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취재팀은 27·28일 이틀에 걸쳐 4대강 사업 공사가 이뤄지는 전국 92개 공구 가운데 74개 공구 인근 마을에 사는 주민 74명의 생각을 들어 보았다. 전화번호 인명록에서 해당 마을의 김씨 성을 가진 주민을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로 취재했다.

4대강 사업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이들 주민 중 찬성이 22명(30%), 반대가 19명(26%)으로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잘 모르겠다"는 등의 중립 입장이 절반에 가까운 33명(45%)이나 됐다.


"홍수 범람 걱정 안 해도 될 것"

4대강 사업에 찬성한다는 22명의 주민들은 그 이유로 홍수 방지·수질 개선·여가공간 조성 등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경북 구미시 양호동 낙동강 지천의 제방(堤防) 바로 옆에 산다는 김종환(58·운수업)씨는 "장마철만 되면 물이 범람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한데 강에 커다란 보(洑)가 세워지면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더구나 내 집 바로 앞에 테니스장 같은 체육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니 4대강 사업에 대찬성"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론자에 대해선 "반대를 하려면 진작 해야지, 지금 공정률이 20~30%인데 이제와서 반대하면 그동안 들인 돈과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강에 쌓인 퇴적물을 빨리 치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경북 구미시 해평면에 사는 김성악(73·농업)씨는 "19살에 이곳에 시집올 때는 강에 물이 많아 배를 타고 다녔는데 지금은 군데군데 모래가 쌓여 물이 별로 없다"며 "얕아진 강을 파내 물을 많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에 사는 김능수(57·회사원)씨도 "해마다 홍수가 지면서 떠내려온 모래로 지금은 강이 엄청나게 막혀 있어 한번은 이것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공원 등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더 좋다"(경북 칠곡군 석적읍 김기임씨·회사원)거나 "수질을 살려 깨끗한 강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업"(충남 서천군 마서면 김진식씨·축산업)이라는 등의 의견도 있었다.

"홍수 피해 입은 일 없는데, 왜?"

4대강 사업 반대 의견을 밝힌 주민들은 주로 생태계·자연 훼손 등 이유를 들었다. 전남 나주시 운곡동에 사는 한복임(50대·가정주부)씨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지키고 생태계를 보존하려면 옛것을 있는 그대로 남겨 두는 게 더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낙동강이 있다는 김미숙(38·대구 달성군 하빈면)씨도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자연 그대로의 강 모습이 달라지고 훼손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4대강 사업에 드는 예산이 많은 데 비해 그 효과가 의심된다는 것도 주요한 반대 이유였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에서 벼농사를 짓는다는 김기종씨(78)는 "하루에 한 번은 공사장에 가는데 보기에 영 탐탁지 않다"며 "20여조원을 들여 강에 배를 띄우고 자전거길을 만들더라도 그건 가난한 사람에게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세우는 홍수 방지 효과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6년 전부터 부산 사상구 삼락동 낙동강변 제방 바로 옆에서 살아왔다는 박모씨(55)는 "전국의 강변에 공원이나 놀이터를 많이 만든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더라도 노인들이 많이 사는 시골 마을에는 별 소용이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강바닥을 준설하면 홍수 피해를 막을 것이라고 하지만) 16년간 강 바로 옆에 살았지만 홍수로 수해(水害)를 입은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게 왜 필요하냐"고 말했다. "보로 물을 가두면 홍수 때 오히려 지장이 많고 다른 곳에 급하게 써야 할 돈을 왜 하필 강 공사에 넣는지 모르겠다"(경남 창녕군 남지읍 김우금씨·70)는 의견도 있었다.

"4대강 사업이 뭔지 잘 몰라"

다양한 이유로 찬반 의견을 분명하게 밝힌 주민과는 달리 74명 중 33명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등 이유로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들 중에는 4대강 사업이 어떤 내용으로 진행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거나, 아예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고까지 답한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그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4대강 사업 도중이나 사업 이후에 돌아올 혜택이나 불이익이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문제로 여기는 듯했다.

경남 밀양시 상남면에 사는 김봉선씨(72)는 "다른 사람은 강변에서 농사를 더 못 짓게 돼 말들이 많은데 나는 논이 없으니 (4대강 사업에) 별로 관심이 없다"며 "정부가 하는 국책공사니 어련히 알아서 잘 하지 않겠나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4대강 공사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에서 찬성이나 반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4대강 사업에 관심을 가져 봐야 (사업 내용이) 지금 와서 바뀔 것도 아니지 않느냐"(전북 군산시 성산면 김선수씨·50대·파워크레인 기사)거나 "지금 공사가 많이 진행됐기 때문에 (찬반 여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경북 예천군 풍양면 김철수씨·45)는 것이다.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

[김성모 기자 sungmo@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