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웅진그룹, 건강서비스 장사한다

2010. 6. 6. 09:51C.E.O 경영 자료

삼성·웅진그룹, 건강서비스 장사한다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0.06.05 18:23

 

◆신융합시대 라이벌 & 파트너◆

의료 분야의 융합 바람이 거세다. 기존 의료서비스에 IT기술이 융합되면서 의료의 개념 자체가 '질병치료'에서 '상시적인 건강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이제 의료란 아플 때 병원을 찾는 개념을 넘어서, IT기기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한다는 개념으로 바뀔 것이다. 시장성장성도 유망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의료비 비중은 2007년 GDP 대비 6.8%이고, OECD 평균은 8.9%이다. 미국 등의 선진국은 10%가 넘는다. 인구 고령화와 당뇨 등 만성질환의 증가를 감안하면 헬스케어 수요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시장성장성이 높은 만큼 기존 헬스케어업체뿐 아니라 IT업체 등도 나서고 있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한 후 첫 사장단 회의에서 5대 신수종사업에 23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5대 신수종사업(태양전지·자동차용 전지·LED·바이오제약·의료기기) 중 2개 사업이 의료 분야다. 대표적인 IT기업 삼성이 의료사업에 뛰어든 데에는 향후 의료와 IT의 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작용했다. 권재현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은 최고 수준의 IT기업이면서 삼성병원을 보유해 자체적인 의료역량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와 IT의 융합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IT기기를 활용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60여차례 진행했다. 올 2월 지식경제부는 원격진료, 건강관리 '스마트케어' 시범사업을 3년간 총 300억원 규모로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5월 11일에는 사업규모를 521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사업자로 선정된 SKT와 LG 컨소시엄에는 삼성전자, SH제약, 인성정보, 바이오스페이스, 인포피아 등 국내 대기업과 제약회사, 의료기기업체가 골고루 참여했다.

국내 원격진료금지법 걸림돌

글로벌 IT기업들은 이미 헬스케어산업에 선제적인 투자를 해왔다. 인텔은 2005년부터 의료 진단을 가능케 하는 무선통합기술, 가상화 기술과 환자의 정보를 지켜주는 보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도 영상의료시스템과 원격의료기기를 개발했다.

GE, 지멘스, 필립스 등 글로벌 가전업체들은 일찌감치 의료기기시장에 진출해 헬스케어사업을 이끌고 있다. 헬스케어산업은 IT와의 융합 외에 기존 이종(異種)산업 간 융합의 가능성도 높다.

보안서비스 전문업체인 에스원 지난해 11월 헬스케어사업 추진의지를 밝혔고, 올 3월에는 심폐소생용 전기 충격기를 출시했다. 에스원 관계자는 "보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갖춰진 네트워크와 실시간 대응체계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도 적합하다"고 밝혔다.

웅진, 교원 등 학습지와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환경가전업체들도 방문판매 유통망을 활용한 헬스케어사업에 나서고 있다. 웅진식품은 방문판매 조직을 활용해 건강관리 컨설팅사업인 '더H프로그램'에 1만여명을 확보했고, 건강기능식품 판매와 건강컨설팅으로 연 매출액이 100억원대에 이른다. 박종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웅진, 교원, 아모레퍼시픽, 한국야쿠르트 등이 보유한 방문판매 조직과 노하우는 노인이나 만성질환자에게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헬스케어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으로 원격진료와 의료행위를 금하는 현행 의료법이다. 김석화 서울대 의대 교수는 "헬스케어산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행 의료법"이라고 지적했다.

진료기록 공유시스템의 부재도 헬스케어산업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병원 간 환자기록의 조회와 공유가 불가능하다. 진료기록은 민감한 정보여서 보안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덴마크는 환자 진료기록을 의료기관들이 공유하는 국립 포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덴마크 내 개인의원 중 98%인 3400여개가 포털 의료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잘 갖춰진 IT인프라가 헬스케어산업 성장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 보면서도 산업의 성장을 막는 관련 규제와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충일 기자 loyalkim@mk.co.kr /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59호(10.06.09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