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돈, 이곳으로 흐른다
2010. 6. 7. 09:06ㆍC.E.O 경영 자료
부자들의 돈, 이곳으로 흐른다
시사저널 | 이 은 지 | 입력 2010.06.05 20:51
ⓒ시사저널 이종현 |
ⓒ시사저널 박은숙 |
안전 자산으로 몰리는 경향 뚜렷…채권·사모펀드에 눈 돌려
유럽발 금융 위기로 금융 부자들의 자산이 안전 자산으로 몰리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은 채권시장으로 투자 자산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3개월간 채권 발행액은 1백64조2천4백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백50조5천7백억원)보다 9.1% 늘었다. 국내 채권형 펀드에도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3조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었다. 외국인들이 5월에만 3조5천억원이 넘는 상장 채권을 순매수한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우리투자증권 명동 WMC 최용우 PB팀장은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안전하면서도 5~6%의 목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채권이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공채 가운데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국민주택2종채권과 같은 상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국민주택2종채권은 소득이 종합소득세 과세 표준에 합산되지 않고 분리되기 때문에 과세율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최팀장은 "부자들은 절세에 가장 관심이 많다. 금융 투자로 얻은 종합소득세가 8천8백만원을 넘어가면 35%를 세금으로 내야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비과세 혜택이 있는 저축형 보험(10년 이상)이 최근 다시 인기를 끄는 것도 똑같은 맥락이다.
ⓒ시사저널 유장훈 |
다소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부자들은 최근 ELD(주식연계예금), ELS(주식연계증권), ELF(주식연계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을 대신하는 대안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초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이다. 국민은행 PB 청담센터 정성진 PB팀장은 금융 자산 10억원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짤 때, 30%를 ELS에 투자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정팀장은 "세금과 물가 상승률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최소 6% 이상 투자 수익이 나야 한다. 예금과 채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0% 이상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ELS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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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 사이에서 또 하나 좋은 투자처로 꼽을 수 있는 상품은 사모펀드이다. 투자자 49명으로부터 각각 1억원 이상을 모아 1주일 만에 펀드를 구성할 수 있다. 구성 방식이나 시간에 규제가 덜하고 주식형 펀드보다 환매가 수월하다. 올해는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순발력 있게 대응할 수 있는 사모펀드가 큰 이점을 가진 상품으로 등장한 것이다. 신한은행 PB 고객부 한상언 팀장은 "신한은행에서만 하루에 한 개씩 사모펀드 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의미이다. 인기 상품은 투자자 모집 공고를 낸 지 한 시간 만에 마감될 정도이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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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투자 상품이 각광을 받는 데에는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이유가 크지만, 부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구체적으로 변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골드넛 멤버스 정연아 부장은 "그리스 위기로 유로화가 급락하자 유럽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연계해달라는 문의가 상당히 많았다. PB센터 팀장보다 더 빨리 고급 정보를 가져와서 이 부분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고객도 생겨날 정도로 똑똑해졌다"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PB센터 팀장들은 금융 위기로 인한 학습 효과라고 분석했다. PB센터 팀장 여섯 명이 관리하고 있는 고객 4백여 명 대부분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상당액에 달하는 투자 손실을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국민은행 PB 강남센터 이흥두 PB팀장은 "금융 위기 이후 PB센터 팀장의 말도 믿지 않을 정도로 신뢰도가 많이 무너졌다. 10% 이상 수익이 나는 상품이 있다고 하면 각서를 쓰라고 하는 고객이 있을 정도였다. 고객 스스로 공부한 뒤에 투자 상품을 결정할 정도로 투자 문화가 성숙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강남PB센터(개인금융) 고객 상담실에서 이흥구 팀장이 개인금융자산관리에 대해 상담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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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는 금융 자산이 100억대가 넘는 큰손으로 넘어갈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국민은행 PB 강남센터 이흥두 PB팀장이 관리하는 고객 40명 가운데 24명은 100억대 금융 부자들이다. 부동산 자금까지 합치면 3백억원이 넘는 부자이다. 이들 가운데는 확실하게 투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이들이 많다. 이팀장은 "지난 한 해 동안 확장 국면이 유지되었다. 확장 이후에는 필연적으로 조정 국면이 오는 법이다. 거기에 유럽발 금융 위기까지 더해져 안정적인 투자 종목을 발굴해 내기가 힘들다. 이럴 때에는 대부분 지켜보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고객 대부분이 기업 CEO이기 때문에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충분해서 섣불리 금융 투자에 나설 이유가 전혀 없다. 이팀장은 "경기선행지수의 상승 폭이 1월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여 최근 고객들의 펀드를 대부분 환매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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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네마다 투자 성향도 달라 서울 강남 고객은 화려하고 강북 고객은 수수하다. 고객 연령대 역시 강남은 30~40대 젊은 층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강북은 60~70대 노년층이 대다수이다. 위험하지만 수익이 많은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비율도 강북보다 강남이 높다는 것이 PB센터 팀장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서울 강북에 위치한 우리투자증권 명동 WMC 최용우 PB팀장은 "강북 부자들은 겉으로 봤을 때에는 100억원대 자산가인지 전혀 모른다. 고객들과 밥을 먹어봐도 설렁탕 집에서 먹을 정도로 수수하다. 그만큼 안전 지향적이다"라고 말했다. 가업을 물려받아 부자가 된 정통 부자가 많기 때문에 씀씀이가 헤프지 않다. 꼼꼼하기 때문에 투자에서도 굉장히 신중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강남에서도 정통 부자가 많은 압구정동은 명동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신한은행 PB 압구정센터 조성만 PB팀장은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지난해에도 주식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을 정도로 안전 지향적이다. 몇 번씩 권유를 한 덕에 올해부터 주식 연계형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예금(ELD)에 투자하는 비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40~50대 중반 남성 고객이 많은 도곡동 부자들은 PB팀장보다 더 빠르게 정보를 접하고, 투자 결정도 신속하다. 우리투자증권 골드넛멤버스 정연아 부장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고급 정보를 빨리 수집하는 편이다. 투자 흐름을 읽어내는 안목도 뛰어나, 이런 상품을 만들어달라고 먼저 말하는 고객도 꽤 있다"라고 전했다. 법조인과 교수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은 서초동은 시쳇말로 '사모님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바쁜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금융 투자를 도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씨티은행 서초타운지점 이호경 PB팀장은 "가정에서 남편이 아내가 받은 투자 정보를 올바르게 전달하기 위해 따로 서면을 만들어둘 정도이다. 일부 고객은 중요한 투자 결정을 아내가 전적으로 맡아 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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