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10. 09:16ㆍ이슈 뉴스스크랩
필명: 함기수 [아이엠리치]‘이번에 중국 측에선 누가 나오나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중국측과 협상하기 전에 종종 필자의 사무실에 들러 그 날의 상담 내용과 방향등에 대해서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내가 자세한 사항을 알기 전에 가장 먼저 물어 보던 말이다.
중국에서의 상담은 누가 그날의 회의를 주관하느냐에 따라 성패의 절반 이상이 좌우된다고 봐도 좋다. 주관하는 사람의 권한이나 지위는 그 회사가 그 날의 상담에 대해 기대하는 정도나 관심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도 다르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 회사들은 아직 우리 만큼은 아래로의 권한 이양이 되어 있지 않아서 보통의 경우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다. 따라서 중요한 상담일수록 회사의 최고 경영층이 나오게 되고, 만일 담당자나 하부 직원들만 나오는 경우라면 상담의 결과는 상당히 비관적이라고 봐도 좋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은, 실질적인 상담 내용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방문자의 ‘체면(面子:미엔즈)’을 얼마나 고려했는가 하는 것이다. 동양 3국이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는 있지만 중국의 체면 문화는 또 다른 의미와 가치관을 갖고 있는 듯 하다. 때로는 죽음과도 맞바꿀 정도로 큰 의미를 부여하는가 하면 실질적인 이해 관계 앞에서는 실속을 우선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화 사상과 공산 혁명에 의한 평균 주의 사고에서 발달한 그들의 체면 문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그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상대방의 체면을 살려 주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일견 상대방의 직급이 손님의 체면을 생각해 주지 않은 것이라면 이 상담의 결과는 대단히 비관적이라는 얘기이다.
중국 사람들과 상담을 해 보면 그들은 여러 사람이 같이 하는 회의 석상에서 여간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요구하는 가격이나 조건을 얘기했다가 상대방에게 거절 당했을 경우 체면을 손상당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서양 사람들과의 식사는 상담과는 별개로 진행되나 중국 사람들과의 식사는 공식적인 상담 보다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식사를 곁들인 술자리는 자연스럽게 개인적인 의견 교환을 할 수 있고 속 마음을 털어 놓아도 체면에 손상이 가지 않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면전(面前)에서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깎아 내리거나 단점을 말하지 않으며, 그 자리에서 매몰차게 거절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것이 ‘고려해 보겠다.(考廬一下:카오리 이샤)’인데 우리는 이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으나 중국 사람들에게는 거절의 뜻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것들은 여러 사람 앞에서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으려는 자연스런 배려에서 출발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꽌시(關係:관계)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이 ‘체면(面子:미엔즈)’과 관계가 있다. 중국 사람들은 어떤 사람에 의해서 소개를 받았을 때 여간해서는 물리치지 않는다. 소개한 사람의 체면(面子:미엔즈)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 중국 사람들을 다양하게 사귀는 것이 중국 생활에서 중요한 이유이다.
필자가 경험한 중국 사람들은 받은 것을 잊지않고 그 이상으로 베푸는 사람들이다. 자기의 체면을 살려 주었을 때 그 대가는 그 이상으로 돌아온다. 중국 거래선이나 친구를 한국으로 초대한다거나, 그들이 한국에 오는 기회를 충분히 살리기를 권한다. 공항에서부터 지극한 정성을 보여 주었을 때 중국에서 돌아오는 그들의 보답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중국은 선물 문화가 발달한 나라이다. 상대방의 체면에 걸 맞는 선물을 어느 경우에나 반드시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무릇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모든 인생사의 근본이라 했거니와, 중국을 대하고 중국 사람을 사귀는 것에서도 이는 예외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사람들의 체면 문화를 이해하고 체면을 살려 준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 사람들의 체면을 활용한다는 것은 그들을 진심으로 이해하라는 것이다.
[아이엠리치 함기수 칼럼니스트 / 세계화전략연구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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