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줄이지 못하면 B등급도 수술 불가피

2010. 6. 28. 09:14건축 정보 자료실

미분양 줄이지 못하면 B등급도 수술 불가피
100위권 건설사 절반이 부채 눈덩이 여전히 지뢰밭
주택사업 줄이고 인력 구조조정…체질개선 나서야

◆ 급물살 타는 구조조정 ② 건설사 대수술 성공할까 ◆

지난해 1ㆍ2차 구조조정에 이어 `6ㆍ25 3차 구조조정`으로 총 52개 건설사가 워크아웃이나 퇴출 운명을 맞게 됐다. 그동안 건설업계를 짓눌러오던 `퇴출 살생부`가 공개되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구조조정이 끝이 아니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건설업을 둘러싼 주변환경은 좋지 않은 상황이다.

◆ 퇴출기업 예상보다 적어

= `건설사 살생부`라며 시중에 돌던 명단과 실제 발표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오히려 구조조정 대상은 축소된 듯 보였다. 이번 C, D등급 건설사 중 상장사는 불과 5곳에 불과했다. 특히 D등급 업체들은 이미 부도가 나 이미 퇴출 수순을 밟고 있었거나 시장 인지도가 높지 않은 업체들이 대부분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경기를 고려해 가만히 놔둬도 죽을 곳만 죽였지 작정하고 `칼`을 꺼내든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지규현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시행사와 시공 건설사, 금융권이 엮여 있는 주택사업 구조 때문에 건설사 퇴출은 금융권 부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구조조정 폭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 관련 정부 회의에 여러 차례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금융감독원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구조조정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됐지만 채권은행들이 부실을 떠안으면서 무리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난색을 표해 이 정도에서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 추가 부실 지뢰밭 여전

= 구조조정 강도가 예상보다 세지 않았고, 이번에 CㆍD등급을 가까스로 피한 건설사 가운데도 앞날이 밝지 않은 곳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부실ㆍ구조조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건설ㆍ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B등급 업체 가운데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나 부채 비율이 위험 수준에 이른 곳이 많다.

시공능력 평가 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지난해 말 기준으로 PF 우발채무를 포함한 실질부채비율이 300%가 넘는 곳은 40여 곳(자본잠식 포함)에 달한다. 부채 비율이 500%가 넘는 곳도 20여 사나 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10대 건설사조차도 현대건설 2조1160억원, 삼성물산 1조4621억원, 대우건설 4조3679억원, GS건설 3조913억원, 대림산업 2조5237억원, 포스코건설 1조2200억원, 현대산업개발 7944억원, 롯데건설 1조2356억원, SK건설 2조8226억원 등 총19조6336억원의 PF 우발채무를 안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은행들이 활발히 대출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며 "추가 부실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앞으로도 건설사에 대한 자금 지원은 선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근 현대증권 산업재 팀장은 "B등급 업체 가운데도 위험 수위에 도달한 곳이 있는 만큼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향후 주택경기가 관건

=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2007년 주택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하면서 분양경기가 급격히 위축돼 지어 놓은 집은 팔리지 않고, 금융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대형 건설사들도 현재 수도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에는 미분양이 적체되거나 잔금이 회수되지 않는 사업장이 수두룩해 사업축소 등 대책 마련에 나선 형편이다.

이창근 팀장은 "10대 건설사는 자본력이 받쳐주고 우발채무를 제외한 부채비율은 높은 편이 아니어서 부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건설사 신용등급은 PF 규모와 평균 분양률이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강민석 메리츠종금증권 부동산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도 "건설사가 현재 가진 부실자산이 우량자산으로 바뀌어야 회생이 가능한데 건설사 자산은 결국 주택"이라며 "주택시장이 살아나지 않으면 경영여건 개선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건설사들의 우발채무가 늘어난다면 시공권 50위권 내의 대형업체 부실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건설사 내부 구조조정도 불가피

= 지규현 교수는 "정부가 등급을 매기지 않더라도 건설산업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지난해와 올해 부도처리된 많은 건설사들이 정부 발표 등급과는 무관한 곳들이었다"고 말했다. 지 교수는 "앞으로 주택사업 규모가 갈수록 줄어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부적으로 주택사업 규모를 줄이거나,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달라진 산업환경에 맞도록 체질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민석 연구원은 "시장 여건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관여하지 않더라도 자체적인 구조조정은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