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클럽’벤처 기업은 벼락스타 아니었다

2010. 7. 9. 08:19C.E.O 경영 자료

‘1000억 클럽’벤처 기업은 벼락스타 아니었다
[중앙일보] 2010년 07월 08일(목) 오전 03:00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이상재] 경남 창원에 있는 ㈜신텍은 발전설비용 중형 보일러를 만드는 회사다. 일반인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신텍은 업계에선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2001년 창업 첫해에 13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332억원으로 뛰었다. 9년 새 100배로 성장한 셈이다. 삼성중공업 설계총괄 수석부장 출신의 조용수 대표는 “중형 보일러 분야에서 자체 설계부터 시운전까지 모두 가능한 유일한 회사”라고 소개했다.

㈜모뉴엘은 홈미디어 시스템(컴퓨터를 이용해 홈시어터를 구현한 제품)을 만들어 90% 이상을 미국·유럽으로 수출한다. 지난해 매출은 1637억원이었다. 이 회사 허종승 마케팅팀장은 “‘모뉴엘’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미국에서 대당 5000달러(약 611만원)에 팔리고 있다”며 “중국으로 시장을 확대하면서 올해는 2000억원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도심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크린 골프장(시뮬레이션 골프장)을 대중화한 주역은 ㈜골프존이다. 전국 5900여 개의 스크린 골프장 가운데 골프존 제품은 3700개가 넘는다. 지난해 매출은 1331억원. 김영찬 사장은 “올 상반기에만 매출 1100억원을 넘어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종은 제각각이지만, 이들 세 기업은 최근 빠르게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공통점을 갖고 있다. 덕분에 3년 연속 연평균 20% 이상 성장한 ‘수퍼 가젤형 기업’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중소기업청은 7일 이들을 포함해 지난해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벤처기업이 242개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2008년(202개)보다 20%(40개) 늘었다. ‘1000억 클럽’이 고용한 인원도 지난해 8만9749명으로 전년보다 1만 명 가까이 늘었다. 성장성이나 고용 창출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중소기업청 백운만 벤처정책과장은 “특히 매출 3000억~5000억원대 기업이 21개로 전년보다 13개 늘어나면서 중간층이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1990년대 후반 ‘벼락 스타’를 만들었던 벤처 붐 때와 달리 요즘 성공하는 벤처기업은 뚜렷한 차이점이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오동윤 연구위원은 ▶글로벌 시장 또는 성장 잠재력이 큰 시장에서 기회를 찾되 ▶기술 경쟁력을 높여 잠재적 경쟁 기업의 진출을 막고 ▶창업 초기부터 수익구조를 정비한 것이 이들의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2007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가전쇼에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당시 회장이 “앞으론 홈엔터테인먼트 PC 시장이 성장할 것이고 모뉴엘 같은 회사가 주목받을 것”이라며 직접 ‘모뉴엘’이라는 회사 이름을 거명했다. 이후 모뉴엘은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했고, 매출은 수직 상승했다. 회사 관계자는 “2001년 설립 이래 고가의 멀티미디어 PC 개발에 주력한 덕분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텍은 창업 초기부터 타깃을 분명히 했다. 조용수 대표는 “두산중공업이 버티고 있는 대형 보일러 시장 대신 중형 보일러에 집중했다”며 “목표 시장을 분명히 한 게 시장에 안착한 첫째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사업에 집중한다는 특징도 있다. 골프존 김영찬 사장은 “우리는 (외형을 불릴 수 있는) 가맹점 사업을 하지 않는다”며 “연구개발·생산에 집중해 1등 업체로 자리 매김했다”고 자평했다.

매출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들의 모임인 ‘글로벌중견벤처포럼’의 남민우 의장은 “초창기 기업에는 매출 100억원이 마의 고지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를 넘어선 기업에는 1000억원이라는 더 큰 벽이 기다리고 있다”며 “초창기만 해도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과 도전의지 등으로 돌파할 수 있지만 이제부터는 경영 시스템을 정비하고 나름의 기업문화를 구축해야 진정한 ‘1000억 클럽’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재 기자

가젤형 기업(Gazelles Company)=매출이나 종업원이 3년 연속 평균 20% 이상 고성장하는 기업 . 빨리 달리면서도 점프력이 좋은 영양류의 일종인 가젤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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