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주오" 대한민국 부동산은 계약 해지 중

2010. 7. 15. 09:11건축 정보 자료실

"물러주오" 대한민국 부동산은 계약 해지 중

"시세 뚝뚝 떨어지는데…"
아파트·땅·PF 계약금 포기도 속출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지역과 규모, 종류를 불문하고 계약해지 사태가 전국에서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여전했던 시기에 계약됐던 물량을 중심으로 '한 수 물러달라'는 민원이 봇물처럼 터지고 있는 것이다.

계약해지 민원이 집중되는 곳은 준공을 앞둔 아파트 단지. 특히 시세가 분양가보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떨어진 '깡통아파트'에서는 계약금(분양가의 5~10%)을 포기하더라도 입주하지 않겠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업계에서는 수도권(50~60여곳)과 지방(80~100여곳)을 합쳐 전국의 총 150곳 단지에서 계약해지 관련 분쟁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용인 죽전의 112㎡ 아파트를 5억3,000만원에 분양 받은 조모(32)씨 등 수 십 여명은 최근 4억7,000만원까지 떨어지자, 계약금 포기를 조건으로 시공사에 해지를 요구 중이다. 반면 중도금 무이자 혜택까지 부여하며 고객을 달래오던 시공사는 다른 계약자와의 형평성과 회사 규정을 이유로 민원을 받아주지 않고 있다.

A건설 관계자는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서 '남편 몰래 계약해서 이혼 당할 처지'라거나 '말기암 환자인데 여생이라도 편하게 살고 싶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포함해 민원이 잇따르고 있으나, 사실 확인도 어렵고 회사 사정과 규정상 들어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아파트 분양을 위해 사들였던 땅도 줄줄이 계약해지 대상이 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인천 영종하늘도시에서 분양된 52개 공동주택용지 가운데 20개 필지가 이미 해약됐다. 김포 한강신도시 공동주택부지 역시 58개 가운데 11개 필지가 해약됐다. 분양시장 침체와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웬만한 택지에선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어 이득을 남기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모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도 곳곳에서 무산되고 있는데, 건국 이후 최대 개발사업으로 꼽히는 용산역세권개발 프로젝트에 이어 판교의 핵심 상업시설로 개발 중이던 알파돔시티 프로젝트도 특수목적법인(SPC)이 자금조달에 실패해 계약해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또 인천시가 옛 인천대 부지 88만㎡를 2014년까지 개발하려던 도화구역 도시개발사업도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SK건설 컨소시엄이 PF 자금조달에 실패하면서 계약이 해지되면서 사업이 원점에서 재추진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침체된 부동산 경기가 한동안 풀리기 어려운 만큼 계약해지 사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신조 내외주건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 2007년 하반기에서 2008년 상반기에 대거 공급된 신규 단지들이 올 하반기 일제히 입주를 하게 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 단지는 최근 시세하락이 두드러진 곳들이라 해약 민원이 폭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것은 부동산 경기가 풀리지 않을 경우 업체들이 입주독려와 계약률 제고를 위해 융자혜택이나 고가 경품 제공 등을 제시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