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값비싼 대가 우려…중동 최대교역 막히나

2010. 8. 8. 09:00이슈 뉴스스크랩

한미동맹 값비싼 대가 우려…중동 최대교역 막히나
이명박 정부 지나친 대미의존이 ‘사태’ 부추겨
미국요청 수용 독자제재 나설땐 큰피해 예상
고위관리 “어떤 파장 일으킬지…잠 못잘지경”
한겨레 안선희 기자 메일보내기 이제훈 기자기자블로그
» 정부가 이란 제재 수위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동빙고동의 주한 이란대사관 앞에서 경비를 서던 경찰들이 취재진이 이란대사관의 모습을 취재하려 하자 손으로 막아서며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 이란제재 동참 압박 파장] 정부 ‘이란제재’ 딜레마

“지금으로선 이란 제재 문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감을 못 잡겠다. 잠을 못 잘 지경이다.”

한 경제부처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이미 가시화하고 있는데다, 미국 요청대로 ‘독자제재안’까지 만들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에만 치중하다, 결국 가장 중시했던 ‘경제’에 큰 상처를 입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정부는 동맹과 경제를 동시에 생각하는 신중한 행보를 벌여야 하지만, 이미 천안함 사태 대응 과정 등에서 미국의 외교 지원을 크게 받은 터라, 미국의 요구를 떨쳐버리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원유 10% 수입…막히면 경제에 치명적 미국은 이란과 경제관계가 전무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 전체 원유의 약 10%를 수입하고, 한해 교역규모가 100억달러에 이르는 중동지역 최대 교역상대다. 특히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원유·천연가스 세계 2위 보유국인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의 파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시장연구실장은 “만약 이란산 원유 도입에 차질이 생길 만큼 상황이 악화한다면 한국 내 유가는 물론 전세계 유가를 전반적으로 끌어올리게 될 것”이라며 “현재 회복되고 있는 세계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대이란 수출 규모 자체는 전체 수출의 1%로 미미하지만, 관련된 중소기업이 2000여개나 된다는 점도 최근 가뜩이나 ‘친서민’을 강조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출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금융 거래선이 중단되면 2~3개월을 버티기 힘들다. 이란 쪽 수주물량이 많았던 건설·플랜트·조선 분야의 피해도 계속 불어날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의 제재로 이미 막혀버린 대이란 결제 통로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에서 제3의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도 기다리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 취지와 실무적인 여건을 고려하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