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많은 쌀을 어찌할꼬`..속타는 농정당국

2010. 8. 9. 08:54이슈 뉴스스크랩

`이 많은 쌀을 어찌할꼬`..속타는 농정당국
[이데일리] 2010년 08월 08일(일) 오전 09:23   가| 이메일| 프린트
- 쌀 가공식품 및 관련 사업 부가세 감면 검토
- 재정부, "밀가루 등과 형평성 문제" 들어 난색
- 사료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강한 반대에 봉착

[이데일리 윤진섭 기자] 묵은쌀(古米)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을 놓고 농림수산식품부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갖가지 난관에 부딪쳐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쌀 가공식품 및 관련 사업에 부가가치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즉 우리 쌀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에 한해 부가세를 감면하는데, 쌀떡·티밥·누룽지 등 쌀이 주원료인 식품의 경우 부가세를 100% 감면토록 하는 게 농식품부의 생각.

나아가 농식품부는 일반 국민들의 쌀소비를 늘리기 위해 연말정산시 쌀 구매금액에 대한 세금 환급도 고려 중 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쌀을 소비하는 국민들이나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세금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쌀 소비를 늘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부가세 감면, 세금 환급의 키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이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 즉 쌀 소비를 늘려, 묵은 쌀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싶은 농식품부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지만 밀가루·보리 등 다른 작물이나 가공식품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쌀에 대해서만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힘들다는 게 재정부의 설명이다.

묵은쌀 처리 방안은 지난달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이 2005년 생산된 묵은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농식품부는 창고에 보관해온 묵은 쌀(2005년 산)을 kg당 200~220원에 술 제조용 쌀로 공급하는 것보다 사료용으로 공급할 경우 이보다 더 비싼 kg당 220~270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며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었다. 즉 조금이라도 손해를 덜 보면서 묵은쌀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결식아동이 60만 명이나 되는 데 쌀을 사료화하는 게 말이 되느냐",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아도는 쌀을 지원하라", "정성을 다해 재배한 쌀을 개·돼지 사료로 내준다는 건 청천벽력 같은 일"이라는 반대 목소리가 비등해지면서 이 방안은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농식품부가 이처럼 쌀 소비를 늘리고 묵은 쌀 처리에 고심하는 데는 남아도는 쌀이 많아, 이를 보관하는 데 만만치 않은 국고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쌀 재고는 적정량(72만t)의 2배인 140만t에 이르고 이에 따라 쌀값도 1년 새 15%나 폭락하는 추세. 재고 쌀을 관리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2005년산 쌀에만 연간 313억 원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아도는 쌀이 늘면서 가격 폭락은 물론 유지, 보관비 증가에 따른 재정손실도 만만치 않다"라며 "당국 입장에서도 각가지 처리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지만, 음식 소비패턴이 밥보다는 밀가루나 면으로 바뀐 상황에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