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로 15종 재현 추진

2010. 8. 11. 09:4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농진청, 우리술 복원 프로젝트로 15종 재현 추진

고려시대부터 전해오던 우리 술 녹파주(綠波酒)와 아황주(鴉黃酒). 생경한 술 이름들이다.

조선 전기의 어의 전순이 지은 '산가요록(山家要錄)' 등 고문헌에 전해지는 이런 전통주 15종이 농촌진흥청에 의해 복원되고 있다.

녹파주는 지난 6월 특허 출원과 기술 이전을 거쳐 이미 실용화됐고 지난달 말 특허 출원을 신청한 아황주는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이다.

파도를 보는 듯 푸른 빛을 띠는 선비의 술 녹파주는 곱게 가루를 내 반죽한 멥쌀과 누룩가루, 밀가루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사흘 뒤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섞은 다음 서늘한 곳에서 열흘 정도 발효시키면 완성된다.

규방 여인의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아황주는 멥쌀가루 반죽에 누룩가루를 섞어 항아리에 넣고 계절에 따라 3~7일 뒤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섞은 다음 서늘한 곳에서 일주일 정도 발효시켜 만든다.

농진청이 2008년 시작한 '우리 술 복원 프로젝트'는 2012년에 완성된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5년 동안 매년 2~4종의 전통주가 되살아나는 셈이다.

첫해에 서민이 즐겨 마셨던 과일향이 나는 삼일주(三日酒)와 양반의 사랑을 받았던 황금주(黃金酒)가 복원됐다.

녹파주와 아황주는 지난해 복원돼 실용화 단계를 밟고 있으며, 지금은 도화주(桃花酒), 석탄주(惜呑香), 벽향주(碧香酒)의 재현 작업이 한창이다.

도화주는 고려 때 빚어졌던 술로 복숭화꽃의 은은한 향기가 나며, 석탄주는 향기가 특이해 입에 머금으면 삼키기 아깝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벽향주는 조선시대 양반사회를 대표하는 술이다.

내년부터 2년 사이 복원이 추진되는 술은 진상주(進上酒), 삼해주(三亥酒), 삼미감향주(三味甘香酒), 예주(醴酒), 자주(煮酒), 칠일주(七日酒), 사시주(四時酒), 점주(粘酒) 등이다.

복원 프로젝트에 포함된 다른 술들과 마찬가지로 귀에 익지 않은 이름의 술로, 모두가 발효주다.

농진청은 우리 술 복원이 오랜 기간 축적된 전통주 양조법에 숨어 있는 선조의 지혜를 찾아내고, 과학적 해석을 통해 현대인의 취향에 맞는 양조기술을 개발해 전통주 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한귀정 농진청 발효이용과장은 "전통주 산업은 쌀 등 우리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농가 소득을 올리는 새로운 녹색 성장 동력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