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8. 26. 01:28ㆍ건축 정보 자료실
서울 주거 ‘뉴타운’ 지고 ‘휴먼타운’ 뜬다
경향신문 | 임아영 기자 | 입력 2010.08.25 22:02
"우리 지역은 재건축이 지지부진 상태고 아파트 생긴다고 동네에서 이사가기 싫어요. 우리 지역도 '휴먼타운'으로 만들어주세요."
지난 19일 오후 7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의 한 교회. 북가좌동 330-6번지 일대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울 휴먼타운' 조성 사업에 대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주민 250여명이 모인 설명회는 열띤 분위기였다.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의 경우 외벽을 리모델링하고 도로폭을 줄여 일방통행로를 만들고 가로등·보안카메라 등을 설치하게 된다.(유형1 조감도) | 서울시 제공
◇ "인간이 사는 마을" = 서대문구는 이날 북가좌동 330-6번지 일대 4만3000㎡를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아닌 '서울휴먼타운' 조성사업 시범대상지로 선정·추진하는 데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구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이 직접 나섰다.
"그동안 재개발·재건축은 주민 부담이 커서 오히려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내쫓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휴먼타운'은 주민 재정착률 100%가 될 수 있는 정책입니다. 주민들의 재산권에도 영향을 주지 않고 지역을 살리면서 주거 환경을 좋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휴먼타운'은 아파트의 장점과 저층 주거지의 장점을 합쳐놓은 새로운 주거 형태다. 보안·방범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아파트의 장점과 골목길 및 커뮤니티가 살아있는 저층 주택의 장점을 두루 갖추게 되는 것. '휴먼타운'에는 CCTV, 보안등, 경비소 등이 설치된다. 자체 방범 조직이 구성돼 저층 주거지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보안과 방범이 강화된다. 또 경로당·어린이집 등 주민복리시설과 생활편의시설도 들어선다. 주민들은 주민대표회의를 구성, 관리 규약을 만들고 관리소를 운영하면서 지역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킬 수 있게 된다. 복리시설·도로 등 기반시설도 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한다.
현재 서울시 전체면적(605㎢) 중 223㎢가 주거지인데 그중 55%(122㎢)가 단독·연립·다세대 등 저층 주거지다. 지난 1970년에 비해 절반으로 감소한 양이다. 한해 평균 1만동 이상이 사라진 셈. 반면 아파트는 13배 이상 증가했다. 주거 형태가 급속도로 획일적인 아파트 중심으로 변모했다는 뜻이다. 그동안 '뉴타운'으로 대변되는 서울시 주택 정책은 아파트 일변도의 개발 사업에 따라 주거 유형을 획일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과도하게 사업성을 추구하다 보니 고밀 개발하게 돼 산·구릉지·한강 등 경관을 훼손했다.
서울은 자연 역사성과 장소성을 잃는 등 개성 없는 도시로 변질됐다. 또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 정책이 펼쳐진 탓에 저층 주택이 줄어들어 소형저가 주택이 부족해졌다. 재개발 과정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게 됨에 따라 원주민이 오히려 동네를 떠나야 했다.
단독주택 밀집지역에선 담장을 허물고 도로폭을 줄여 주차공간과 인도를 확장하게 된다. 또 지붕에는 태양열 발전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유형2 조감도) | 서울시 제공
◇ 호의적인 주민 반응 = 수십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서울시는 '유형1'과 '유형2'로 나눠 '서울휴먼타운' 조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형1'은 구역 면적 10만㎡ 내외를 단위로 기반·편의 시설이 부족한 다세대·다가구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마포구 연남동과 서대문구 북가좌2동에서 주민설명회를 한번씩 열었다. 다음달 중 시범 지역이 정해질 예정이다. '유형2'는 5만㎡ 내외의 비슷한 특성을 가진 단독주택지로서 기반시설이 양호한 지역, 자가 비율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현재 서원마을(암사동)·능안골(인수동)·선유골(성북동)이 시범 지역으로 정해져 있다. 주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안경수씨(67)는 "북가좌2동 2층 단독주택에서 25년을 살았는데 설명회를 통해 우리집을 더 좋게 바꿔 오래도록 살 수 있다는 것을 듣고 정말 기뻤다"며 "편의시설·방범초소·노인정·지하차도 등을 만들어준다고 하는데 이보다 이상적인 게 어디 있나"라고 말했다. 북가좌2동 시범 사업 지역 바로 옆에는 북가좌 1주택 재건축정비구역이 있다.
이날 설명회에서 이 구역 주민들도 재건축 대신에 '휴먼타운' 사업 구역으로 포함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남아 있는 것은 법 개정 문제.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와 이에 대해 논의 중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개정하면서 주거환경관리사업이라는 이름의 개발 방식을 포함시켜 휴먼타운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 연구 용역을 하고 있다.
권창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재개발 아파트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도로 등 기반시설을 기부채납받아 휴먼타운을 지원하게 되는 방식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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