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니 2억씩 뚝뚝 ↓…과천 집값 "나 어떡해"

2010. 10. 2. 09:12부동산 정보 자료실

정부청사 떠나는 과천집값 `뚝`
래미안 에코펠 155㎡ 연초보다 2억원↓…개발계획에도 시큰둥
기사입력 2010.10.01 14:15:06 | 최종수정 2010.10.01 19:38:06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3.3㎡당 3000만원을 훌쩍 넘었던 과천 일대 집값이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계획으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07년 안전진단을 통과한 과천시 원문동 주공 2단지 전경. <매경DB>

정부부처를 2014년까지 세종시로 이전한다는 계획이 확정된 이후 과천 일대 집값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청사 이전에 따른 지역 공동화에 대한 우려로 집값이 연초보다 많게는 2억원이나 떨어진 곳도 있다. 급기야 경기도에서 교육과학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대안을 내놨지만 주민들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속수무책이다.

과천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지난 5월 과천지역 4개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이 통과됐지만 집값은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원문동 주공 2단지 59㎡는 올해 초만 해도 8억5000만원 안팎에서 실거래됐다. 그러나 지금은 1억5000만원 떨어진 7억원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인근 부림동 주공8단지 89㎡는 올 초 7억8000만원 안팎에서 1억원 이상 빠진 6억5000만원 수준에서 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매수 문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부림동 E공인 관계자는 "재건축단지 거래는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인데 8ㆍ29 거래활성화 대책 이후에도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고 전세만 거래되고 있어 당분간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과천지역 집값 급락 현상은 재건축 단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새 아파트에도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중앙동 래미안에코펠(옛 주공11단지) 155㎡는 연초 매매가가 17억원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15억원까지 떨어졌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한때 전국 최고 상승률까지 나타냈던 과천 집값이 이렇게 심하게 흔들리기는 처음"이라며 "한달 16억원 이상 가격에서 버티던 집주인들이 매매가 살아나지 않자 다시 1억원씩 낮춰 매물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8월 입주한 래미안슈르(옛 주공 3단지)도 85㎡가 연초 6억7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현재 5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G공인중개사무소 임 모씨는 "과천이 교육ㆍ편의 인프라는 다소 미비하지만 공무원 등 중산층 이상 안정적 주거 배후지로서 프리미엄이 보장돼 왔는데 프리미엄 자체가 청사 이전으로 사라진다면 집값이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닥터아파트가 올 1월부터 9월까지 과천시 일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를 조사한 결과 1월에 3.3㎡당 3102만원에서 9월 현재 2921만원으로 100만원 안팎 떨어졌다. 이는 수도권 주요 신도시의 올 들어 집값 하락률 중에서도 가장 큰 편에 속한다.

더 큰 한숨을 내쉬는 것은 지역 상인들. 최근 과천 일대에서는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민서명 운동이 계속되고 있고 종합청사 이전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별양동에서 10년째 의류업을 하고 있는 김 모씨(47)는 "상가는 이전이 시작되면 바로 폐업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처음부터 옮긴다고 했으면 이전이라도 미리 했을 텐데 갈팡질팡하며 서민들만 벼랑끝에 선 꼴"이라고 한탄했다.

반발이 커지자 경기도는 과천 청사가 이전하는 중앙동 일대 67만5000㎡에 교육중심지구를, 갈원동과 문원동 일대 127만㎡에는 지식정보타운을 조성하는 등 복합개발안을 내놨다. 그러나 주민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과천시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빠져나간 후에 뭘 짓겠다는 막연한 선심성 정책만 내놓지 말고 먼저 고도제한을 풀어 인구가 늘어나는 도시계획을 수립해 주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