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삼키고 버티는 KT, 뒷짐 진 방통위

2010. 10. 8. 18:04이슈 뉴스스크랩

수천억 삼키고 버티는 KT, 뒷짐 진 방통위

정액요금제 소비자 피해… 무단 가입시킨 피해자 환불조치 2년째 미적
서울Y “감독기관 직무유기” 공익감사 청구

경향신문 | 정영선 기자 | 입력 2010.10.07 22:22 | 수정 2010.10.08 01:46 |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재운씨(29)는 2002년 12월부터 자신의 집전화가 KT '맞춤형 정액제'에 가입돼 있었다는 사실을 지난달 16일 처음 알았다. 가입자는 함께 사는 80대 할머니였다. 김씨는 "가입한 적 없다"는 할머니의 말에 KT 성동지점에 전화를 했다.

담당 직원 이모씨는 "가입 당시 녹취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 전산기록상에 할머니의 성함과 가입받은 KT 직원 이름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할머니가 가입한 게 맞다"고 말했다. 김씨가 "근거가 불충분하다. 무단가입시킨 게 아니냐"고 따지자 KT 직원 이씨는 "가입한 걸 인정하지 않으면 환불의 여지가 없고, 가입한 걸 인정하면 부분 환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KT의 제안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한 김씨는 전액 환불을 요청했지만 KT는 그후 연락조차 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 12월 KT에 "가입자 동의 없이 집전화 정액요금제에 가입시킨 피해자에 대해 환불조치를 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김씨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 KT 정액요금제에 가입된 피해자가 많다는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방통위의 시정명령 이후에도 KT는 제대로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에 서울YMCA는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가 KT의 이행여부를 제대로 감독하지 않아 피해가 시정되지 않고 있다며 7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서울YMCA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8년간의 소비자 피해액은 수천억원에서 1조원 사이로 추정된다"며 "시정명령을 받았음에도 피해 구제가 미흡한 것은 방송통신위의 직무유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YMCA에 따르면 KT는 2002년 9월 '시내외전화 맞춤형 정액요금제'란 상품을 출시해 3개월간 600만~700만명의 가입자를 모집했다. 가입자 중 일부는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이나 바쁜 도시 근로자들이었다.

KT는 이들이 전화요금 청구서를 제대로 챙겨보지 않는 점을 이용해 상당수 소비자를 동의 없이 이 상품에 가입시켰다.

방통위는 KT가 58만5100여명(2007년 현재)을 무단 가입시켰다는 조사 결과를 2008년 12월 발표했다. 서울YMCA는 "방통위의 시정명령 이후에도 KT는 2009년 12월까지 무단가입 행태를 계속했다"고 주장했다.

한석현 서울YMCA 간사는 "방통위가 무단가입자 피해 확인과 환불요구에 대비해 KT가 전산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현장조사를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고 말했다.

■ 맞춤형 정액요금제란

월평균 시내·외 통화료에 1000∼5000원을 추가한 요금을 정액으로 납부하면 시내·외 통화를 무제한으로 할 수 있게 한 상품. KT는 이 상품을 2002년 9월부터 12월까지 판매했다.

< 정영선 기자 sio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