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돌맞은 ‘손석희의 시선집중’ 한국의 아침을 바꿨다

2010. 10. 20. 09:0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10돌맞은 ‘손석희의 시선집중’ 한국의 아침을 바꿨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0.20 06:44 | 수정 2010.10.20 06:48

 

'손석희의 시선집중'(MBC 표준FM)이 오는 23일 10주년을 맞는다.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2000년 10월 23일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시작으로 2001년 미국 911테러 한국 생존자 인터뷰, 보신탕 문화에 대한 브릿짓 바르도와의 인터뷰, 2006년 고이즈미 신사참배 현장 중계 등으로 수많은 화제를 낳아왔다.

'죽은 시간대'로 불리던 아침 6시~8시를 황금시간대로 만들며 라디오 아침시사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끈 장본인은 바로 손석희 교수다.

특유의 차분한 말투와 논리정연한 진행은 가장 첨예한 사회문제를 다루는 '시선집중'과 잘 맞아떨어졌다. 역시 10년간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 코너를 맡아온 김중배 시사평론가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차분한 진행이 현장의 긴장감과 조화를 이뤄 방송이 산만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손 교수는 생방송 중에도 촌철살인의 질문으로 각계 전문가들을 긴장시켰다. '목표물을 향해 내리 꽂히는 매'에 비유되기도 했던 그는 뛰어난 순발력과 군더더기 없는 인터뷰로 수많은 '손석희 어록'을 남겼다. 2004년 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한나라당 장광근 전 의원이 "탄핵안 가결은 지지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노무현 대통령의 정략이다. 탄핵을 기다리며 버티기하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말하자, 손 교수는 "알면서 왜 하셨습니까"라는 말로 맞받아쳤다.

물론 그의 일방적인 진행방식에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았다. 질문지를 미리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질문방향을 미리 알려주기도 하지만, 일단 인터뷰가 시작되면 날카로운 질문이 전방위적으로 사정없이 날아온다. 손 교수가 궁금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캐묻는 것이다. 지난 2007년 합천군 일해공원에 대한 심의조 합천군수와의 인터뷰가 대표적이다. 손 교수가 제시한 반대측 입장에 대해 심 군수가 '빨간 거짓말', '들어보세요'라는 식의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손 교수는 "화가 나셨습니까? 왜 그러십니까"라는 물었다. 심 군수는 "감기에 걸려서 목이 쉬어서 그렇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는 그래서 평상시 인간관계도 잘 만들지 않기로 유명하다. 유명인과 친분이 쌓이면 오해를 낳게 되고, 특정인과의 인간관계가 자칫 정치색으로 비출 수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 마크인 '2대8 가르마'처럼 그가 변함없이 정치적인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 10년동안 시선집중이 남긴 족적도 화려하다. 홈페이지가 개설된 2003년부터 지금까지 '시선집중'의 제보 게시판에는 약 8500여건의 글이, 청취자 참여게시판에는 6만6000여건에 달하는 글이 올라왔다. 또 3600여명의 각계 인사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10년 동안 '시선집중'은 시대의 이슈를 놓치지 않으면서 시청자들을 라디오 앞에 모이게 했다.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의 신사참배 현장을 최초로 청취자들에게 전하기도 했으며, 독도 특집방송에서는 독도 입도에 실패해 울릉도에서 방송을 대신하기도 했다. 지난 8월에는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 현지에서 최초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10년 세월동안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7년에는 조승희 총기난사 사건 당시, 가족들의 현지 보호조치에 관해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의원과 인터뷰 중 설전이 벌어지면서 청취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또 올해 대선에는 손 교수에 대해 정치권 영입설이 떠돌자 "시선집중의 초심을 잃지 않도록 정진할 것"이라는 말로 구설수를 일축하기도 했다.

손석희 교수는 19일 오후 '시선집중' 10주년 기념방송을 앞두고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 애를 쓰는 중이다. 어제는 홍삼도 먹고 1방울만 먹어도 된다는 프로콜리스는 12방울이나 먹었다"며 웃었다. 요즘 스마트폰과 이어폰으로 방송을 듣는 시청자들이 많아 목소리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결벽증에 가까운 자기관리는 그에게 일견 더 나은 삶을 빼앗았을 수도 있다. 손 교수에겐 '출마만 하면 달 수 있다'는 금배지도, 입사만하면 보장하겠다는 억대 연봉도 없다. 그러나 상식에 바탕을 둔 건강한 가치관, 주어진 직업에 최선을 다하려는 자세는 손 교수와 그의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그래도 이 시대를 살아갈 수 있는 힘'으로 다가가고 있다.

김윤희ㆍ이혜미 기자/wor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