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란 ↔ 逆전세대란…반복되는 이유 있었네

2010. 10. 21. 09:39부동산 정보 자료실

전세대란 ↔ 逆전세대란…반복되는 이유 있었네
전세통계 전무·불합리한 전세대출·부실한 장기 계획 등 시스템 부재 탓
기사입력 2010.10.20 17:42:31 | 최종수정 2010.10.21 09:13:04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2008년 10월 서울 강서구 가양동 K아파트 102㎡에 입주한 김 모씨는 최근 전세금을 5000만원 올려주고 재계약했다. 당시 1억5000만원이었던 전세금은 올해 2억원까지 올랐다. 이사도 고려해봤지만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비슷한 크기의 인근 아파트 전세금은 2억원을 훌쩍 넘는 곳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곤 재계약을 선택했다. 광진구의 전세금 상승세도 두드러진다. 2년 전 송파구 대규모 입주 여파로 급락했던 전세금이 회복되고 있는 데다 최근 송파구의 전세금 상승으로 송파구에서 광진구로의 이주 수요가 늘어나 전세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광진구 광장동 광장현대 3단지 115㎡는 2년 전 2억~2억5000만원 수준이던 전세금이 최근 2억9000만~3억원까지 올랐다.

정부가 뾰족한 전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전세대란에 따른 고통이 서민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서울을 넘어 수도권 등지로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다. 미분양ㆍ미입주 문제로 몸살을 앓았던 용인 등지에서도 전세금이 빠르게 오름세를 타고 있다.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서민의 고통은 커지고 가계살림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나치게 오른 전세금에 대출마저 힘들어 서울에서 경기도로, 경기도에서 다시 외곽으로 밀려나는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도 집을 장만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에서 전세 1억원 이하 아파트는 씨가 말랐다.

금융회사의 가계 주택대출 규모는 올해 8월 기준 351조원에 달했다. 2008년 말보다 40조원가량 늘어났다. 불과 2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라 전세금 하락으로 `역전세대란`이 나타난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과 부동산시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전세대란을 키우는 형국이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국정감사에서 전세난 대책 요구가 쏟아지자 "서민 주택의 안정적인 공급이 시장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보금자리주택 150만가구 중 80만가구를 임대주택으로 제공하고 1ㆍ2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 공급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급 문제 외에 제도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 등 관계부처 실무진은 "전세난은 심각한 수준이 아니기 때문에 별도 대책도 없다"(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ㆍ9월 27일 기자간담회)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5일 국토해양부 1차관 주재로 최근 전세난을 놓고 시장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대다수는 향후 수도권 입주 급감에 따라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국토부는 이 문제를 크게 여기지 않았다.

전세대란이 시작된 지난 8월 이후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서민 전세자금대출 확대밖에 없다. 이마저도 연봉 3000만원 이하 서민층에 국한돼 지원되면서 전세대란의 한가운데 있는 중산층은 외면받고 있다. 중산층이 시중은행에서 전세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일반 신용대출 금리인 연 7~10%를 내야 한다. 대출 절차도 복잡하다. 전세자금대출은 사실상 전세금을 담보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만 일반 금융회사에서는 담보대출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불합리한 전세 계약 관행도 전세대란을 부추긴다. 세입자로서는 은행에 예금을 맡기듯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맡겼지만 실질적인 권리가 취약하다. 특히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올 때까지 전세금을 빼주지 않는 관행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결국 전세금이 올라야만 세입자는 나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란`과 `역전세대란`이 되풀이되는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단기적으로는 전ㆍ월세 소득공제 도입과 함께 전세자금대출제도 대상자를 `예비 중산층`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전세보증금 부담이 중산층 진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체계적인 전세 통계와 정보 제공 경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주요한 원인 중 하나가 `정보의 비대칭성`인데 공신력 있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국적인 전세 매물에 대한 통계가 체계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보가 적은 세입자들은 가격 변화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부동산 전세금이 부동산중개업자의 생각과 집주인의 입맛대로 급격히 움직이는 경향마저 있다. 각종 부동산중개업소에 나온 매물과 가격 정보를 믿고 문의했다가 사실과 달라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이필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세자금대출을 확대해 중산층에도 금융 편의를 줘야 한다"면서 "장기전세임대주택을 늘리거나 재개발ㆍ재건축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송성훈 기자 / 장용승 기자 / 이명진 기자 / 강계만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