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넘치는데 전세난 왜?

2010. 10. 13. 09:21부동산 정보 자료실

미분양 아파트 넘치는데 전세난 왜?

투기꾼들 매매 포기, 전세공급 혼란
집값 하락에 아예 계약 해지… ‘빈집’ 늘어도 세입자 발 동동

경향신문 | 김종훈 선임기자 | 입력 2010.10.12 22:40 | 수정 2010.10.13 00:10

 
지난 11일 오후 9시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ㅂ아파트. 380여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은 불이 꺼져 있었다. 지난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은 4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인근 ㅈ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형 평형은 분양이 대부분 안됐고, 소형 평형은 일부 투자자들이 사들인 뒤 팔리지 않자 빈 아파트로 방치하기 때문에 입주가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 성복동 ㅎ아파트는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했다. 입주기간은 지났지만 823가구에 이르는 단지는 절반 이상이 비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단지의 입주율도 50%가 안된다. 지방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구 서구 평리동 ㄹ아파트는 지난 1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은 50%를 밑돈다. 미분양도 많지만 일부는 계약을 하고도 입주를 하지 않아 빈 아파트로 남아 있다.

불꺼진 아파트가 전국에 5만가구를 넘었다. 12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입주가 가능한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는 5만31가구다. 이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에 6806가구가 있으며 나머지는 지방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전국 곳곳에 텅빈 아파트가 산재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흔히 미분양 및 미입주 아파트는 '매매 대상'으로 통한다. 따라서 전세난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토지+자유 연구소' 조성찬 연구위원은 "지금 전세난이 일어난 배경에는 분양시장 내 투자 및 투기세력이 분양아파트 매매계약을 한 뒤 과거와 달리 전세시장에 물량을 공급하지 않은 원인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집값 상승기에는 투자·투기 세력이 집을 분양받거나 사들인 뒤 또 다른 주택 구입을 위해 매입한 주택을 전세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그러나 집값이 내리막길을 타면서 아파트를 계약한 뒤에도 구입을 포기하거나 아예 계약조차 하지 않아 빈집만 남고 그 집에는 세입자도 못 들어가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건설업체별로 분양 계약을 하고도 입주하지 않은 가구는 단지별로 최대 50%에 달했다. 경기 김포 풍무지구 ㅈ아파트 단지규모는 818가구지만 계약 후 미입주율은 50%에 이르고 있다. 서울 은평뉴타운 ㄹ아파트 단지(1508가구)도 33%가 계약을 한 뒤 입주하지 않았다. GS건설이 인천 영종도에서 100% 분양에 성공한 영종자이는 1022가구 중 80%가량이 입주 기간 중 입주를 하지 않고 중도금 대출이자도 내지 않아 419가구가 강제 계약 해지되기도 했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입주하지 않은 계약 가구 상당수는 투자·투기 세력의 계약 해지 등으로 입주가 지연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조 위원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세난의 큰 원인은 투자·투기세력이 시장을 혼란시켜 주택당국의 전세공급 예측능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고, 이를 뿌리뽑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전세난이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 김종훈 선임기자 kjh@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