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경기는 죽는데 대부업 ‘씁쓸한 호황’

2010. 11. 4. 09:35이슈 뉴스스크랩

서민 경기는 죽는데 대부업 ‘씁쓸한 호황’

생활자금 수요 급증… 6개월새 거래자·대출액 10% 이상 늘어

경향신문 | 박병률 기자 | 입력 2010.11.03 21:50

 

대부업체의 수가 6개월 만에 600개 가까이 늘고, 대출자는 22만명가량 증가하는 등 대부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 경기 회복세는 완연하지만 양극화 심화로 서민층 소득이 줄면서 긴급생활자금을 찾는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각종 대출상품을 개발해 서민금융을 돕겠다는 정부의 정책적인 노력도 침체된 고용 상황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대부업 등록업체 수는 1만5380개로 지난해 12월의 1만4783개보다 597개(4.0%) 늘어났다. 등록대부업체는 2007년 9월 말 1만8197개에서 2008년 9월 말 1만6120개, 2009년 12월 말 1만4783개 등 매년 조사 때마다 감소했으나 이번에 다시 늘어났다.

대부업체 거래자 수와 대출규모도 10% 이상 늘어났다. 대부업체 거래자는 189만3535명으로 6개월 전(167만4437명)보다 21만9098명(13.1%) 증가했다. 처음 조사한 2007년 9월 말 89만3377명과 비교해보면 3년 만에 100만명가량이 새로 대부업체를 찾았다는 얘기다.

대출금액은 6조8158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5.3%인 9044억원 증가했다. 2007년 9월 대출금액 4조1016억원에 비하면 2조7000억원가량 늘어난 셈이다. 대부업체에서 대출받은 돈은 주로 생활비로 사용됐다. 생활비 충당을 위한 대출은 ㄴ지난해 3월 말 28.2%에서 12월 말 33.5%로 늘었고, 이번에는 43.6%까지 치솟았다. 신규대출 이용자 중 회사원(57.5%)의 비중이 자영업자(20.9%)를 압도한 것은 이 때문이다.

조사 기간에 캠코의 전환대출, 희망홀씨대출이 급증했지만 대부업체를 찾는 발길을 줄이지는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환대출이나 희망홀씨대출을 받아 고금리 대출 일부를 해결하더라도 몇 개월 뒤 돈이 떨어지면 대부업체를 다시 찾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놓고 보면 정부 주도의 서민대출 상품을 늘리더라도 대부업체 대출도 같이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금리는 내렸지만 대부업체의 금리는 되레 올랐다. 대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대형 대부업체들이 금리가 높은 소액신용대출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신용대출 금리는 연 42.3%로 6개월 전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자산 100억원 이상 85개 대형 대부업체의 비중은 86.9%로 6개월 전보다 2%포인트 높아졌다. 일본계가 주류를 이루는 대형대부업체들은 이렇게 거둔 막대한 이익으로 최근 저축은행 매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이날 금융위는 캠코의 전환대출 금리를 1%포인트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중금리 하락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전환대출 금리는 연 9.5~13.5%에서 8.5~12.5%로 낮아진다. 오는 22일부터는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6개 시중은행의 5400여개 창구에서도 전환대출을 직접 취급한다. 지금은 자산관리공사와 일부 시중은행 창구에서만 전환대출 신청이 가능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부산·대구·광주 등 지방은행도 전환대출을 취급하게 된다.

< 박병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