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돈은 많은데… 돈이 안돈다

2010. 11. 11. 09:12이슈 뉴스스크랩

시중에 돈은 많은데… 돈이 안돈다

국민일보 | 입력 2010.11.10 17:56

 

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시중의 통화량이 4년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증가했으며 입출·예금을 통한 통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통화승수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았다.

한국은행은 9월 M2(광의통화·평잔)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8.1%로 6월 이후 3개월 연속 둔화세를 보였다고 10일 밝혔다. M2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예금 등의 M1(협의통화)에 정기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 금융상품, 금전신탁 등 실적배당형 금융상품 등을 포함해 통화량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다.

한은 김병수 과장은 "가계와 기업의 대출 증가세가 크지 않은 데다 지난해 9월 외국인 증권투자가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9월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1조3000억원 늘어나 6월(2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마이너스통장 대출은 8월보다 4000억원 감소했다.

대출 증가세가 둔화된 가운데 예금 실적도 저조했다. 2년 미만 정기예적금은 전월보다 11조7000억원 증가해 6월(14조9000억원) 이후 3개월 연속 증가세가 둔화됐다. 2년 미만 금전신탁과 기타수익증권은 전달보다 각각 3조원, 1조6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금리는 9월 말 현재 국고채 3년물이 3.32%, CD금리는 2.81%로 연중 최저 수준이다. 금리는 낮지만 대출과 예금 등의 실적이 저조하면서 시중 자금 유통이 활발하지 않았다.

실제 통화가 얼마나 활발히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통화승수는 9월에 23.6배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23.1배)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많이 하락했다. 통화승수란 M2를 중앙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로 나눈 것으로 통화승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한은이 자금을 시중에 풀어도 경제주체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묶어뒀다는 의미다.

뭉칫돈이 갈 곳을 잃자 이를 노리는 불법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고수익 보장 조건을 내걸고 불법으로 자금을 모집한 96개 업체를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주식·선물·옵션 등 증권 관련사업을 가장한 업체가 28곳으로 가장 많았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