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 무관심한 기업 수백톤 폭탄안고 가는 셈”

2010. 11. 6. 09:52C.E.O 경영 자료

“사회책임 무관심한 기업 수백톤 폭탄안고 가는 셈”
2010 아시아 미래포럼 동아시아 기업의 진화
아리마 도시오 후지제록스 전 회장
한겨레 김경락 기자
» 아리마 도시오 후지제록스 전 회장
친환경·인권 ‘소비기준’ 부상
지속가능 성장의 전제조건

“사회책임경영(CSR)은 이제 기업 운명과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은 수백t의 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아리마 도시오 후지제록스 전 회장은 “사회의 감시망이 촘촘해진 탓에 기업과 관련해 불거진 의혹을 무작정 무시하고 부인한다고 해서 결코 덮이지 않는다”며, 글로벌 식품회사 네슬레의 경험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네슬레는 지난해 말 그린피스 등 국제 환경단체들이 자연을 파괴해 얻은 팜오일로 초콜릿 등을 만들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아리마 전 회장은 “네슬레가 처음부터 친환경적인 공급망과 생산에 관심을 기울였다면 그런 스캔들에 휩싸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업은 선제적인 ‘위험관리’ 차원에서 사회책임경영의 중요성에 더욱 눈떠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엔글로벌콤팩트 일본협회장을 맡고 있는 아리마 전 회장은 일본 기업에 가장 먼저 사회책임경영을 도입한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아리마 전 회장은 아직도 사회책임경영을 어쩔 수 없이 지불하는 비용 정도로만 여기는 일부 기업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회책임경영과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은 얼핏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최종 생산물이 주는 효용뿐만 아니라 최초 생산과정부터 최종 폐기까지 전 부문에 걸쳐 친환경성과 인권, 노동권 관련 규범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를 따져본 뒤 제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설령 그렇다고는 해도, 극심한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기업들이 사회책임경영에 전적으로 매달릴 여유가 없는 게 냉혹한 현실 아닐까? 이 대목에서 아리마 전 회장은 ‘혁신’이란 단어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사회책임경영이야말로 기업의 혁신을 가속화하는 핵심요인이다.”

 

실제로 후지제록스의 경험이 이를 생생하게 증명해준다. 후지제록스는 자사와 거래를 맺고 있는 국내외 모든 협력사에 사회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데, 중국의 한 협력사가 처음엔 추가적인 비용 부담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했지만 지금은 어떤 협력사보다도 우수한 품질을 갖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사회책임경영이 기업 경쟁력높이는 촉매가 된 것이다.

 

경영자들이 가장 껄끄러워하는 노동조합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리마 전 회장은 “노조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다 보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혁신 아이디어 등 경영진이 간과했던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다”며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사회책임경영의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 세 나라 기업들이야말로 오히려 사회책임경영에 매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게 아리마 전 회장의 생각이다.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만 모든 신경을 써야 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한발짝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사회의 특징을 잘 살린다면 오히려 장기적 안목과 신념을 갖고 사회책임경영을 추진할 토양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