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엇! 가슴에 멍울이..."...남자 유방암이 는다

2010. 11. 15. 09:03생활의 지혜

" 엇! 가슴에 멍울이..."...남자 유방암이 는다

헤럴드경제 | 입력 2010.11.15 07:52 | 수정 2010.11.15 08:26

 

< 박도제 기자 @bullmoth >

아들과 함께 오랜만에 목욕탕을 찾은 A씨(51)는 목욕을 마치고 거울 앞에 섰는데 가슴에 멍울 같은 것이 느껴졌다. 만져도 아프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냈는데, 그로부터 10개월 뒤 그는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했다. 어느날 유두에서 피와 함께 누런 액체가 나와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은 그는 들어보지도 못한 '남성 유방암'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예후가 좋지 않았으나, 다행이 뼈나 피부로 전이되지 않아 유방절제술로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여성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했던 유방암이 남성에게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유전적인 영향과 함께 비만 인구가 많아지면서 호르몬 이상으로 여성형 유방을 가진 남성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1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유방암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총 8만8402명에 이르렀다. 이 중 여성은 8만8017명이었고 나머지 385명은 남성이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0.42%를 남성이 차지했다. 남성 유방암 환자의 총 진료비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넘어섰다.

남성 유방암으로 진료받는 환자 숫자도 소폭이나마 증가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06년 376명이었으며, 2007년에는 357명으로 줄었다가 2008년 382명, 2009년 385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여성 유방암 환자는 2006년 6만2847명을 기록했으며, 매년 8000명 이상씩 순증하며 지난해에는 8만8017명을 기록했다. 여성 유방암 환자가 더 빨리 늘아나고 있지만, 전체 유방암 환자 200명당 1명 꼴은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남성 유방암은 미국 의료계에서도 경고음을 내고 있는 분야이다. 지난달 미국암협회(ACS)는 미국 남성 가운데 1970명 가량이 새로 침윤성 유방암 진단을 받게 되고 이 중 약 390명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치를 내놨다. 이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이미 400명에 육박하는 남성 환자가 유방암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셈이다. 강북삼성병원 유방내분비외과 박용래 교수는 "유방암 환자의 99% 이상은 여성이지만, 남성도 유방암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남성유방암에 대한 인식 부재와 창피함으로 인해 여성보다 암의 위협에 더 취약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남성 유방암이 생소할 수 있지만, 남성에게도 작지만 유선조직을 갖춘 유방이 있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여기에다 요즘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여성 유방형으로 바뀌는 남성이 적지 않은 것도 남성 유방암 환자 발생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남성 유방암은 간경화 같은 간질환이나 고환질환이 있는 사람, 또 유방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그리고 흉벽이 방사선에 노출된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 전문의들은 유방 하단부에 통증이 없는 멍울이 만져지거나 분비물이 나올 경우, 그리고 젖꼭지가 말려들어가 나오지 않을 경우, 피부에 궤양 증상이 있을 경우 유방 전문의에게 연락할 것을 권고한다. 또 이런 증상이 없더라도 유방암 가족력이 있을 경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pdj24@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