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6. 08:57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심층분석] 물건너오면 원가의 4~5배… 한국소비자는 '봉'
◆한국으로 수입되면 4~5배 뛰는 가격
대중들에 인기 있는 수입 상품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본지가 각 업체를 통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캐주얼 브랜드 타미힐피거의 코튼 캐시미어 스웨터의 미국 가격은 98달러(약 11만3000원)인데 한국에선 18만5000원이다.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의 프리즘 아이스 파카는 270달러(약 31만원)짜리가 43만8000원에, 프로스티 파카는 280달러(약 32만원)짜리가 45만8000원에 팔리고 있다. 한국 가격이 미국보다 60~70% 정도 비쌌다. 청바지 브랜드 리바이스의 대표상품인 '501'의 한국 가격대는 12만3000~19만8000원이었으나 미국에선 46~79.5달러에 팔리고 있다. 한국 가격이 약 2.5배였다. 리바이스 코리아 측은 "한국 제품은 상급(上級)이지만 미국에서 팔리는 것은 주로 중·하급"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의류업체들은 또 아시아 사람에 맞는 치수(fit)와 디자인 개발비용, 로열티 등을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로열티 등으로 인해 60~ 70%나 가격이 오르거나 한국으로 수입되면서 가격이 2~3배 뛰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터무니없이 높은 마진율 때문이다.
수입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대표적인 고가 수입 소비제품인 의류·장신구·유아용품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의 소비자 가격은 통상 원가의 2.2~2.5배 정도이다. 하지만 한국으로 수입될 때 가격 책정 방식은 완전히 바뀐다. 한 수입업체 관계자는 "직수입 브랜드의 경우 보통 수입원가의 3배 정도 수준에서 소비자 가격을 정하지만 인기 브랜드는 4~5배까지도 붙인다"고 말했다.
◆'명품'으로 포장하기 위해 억대의 호텔 파티·유명 연예인 동원
의도적인 고가(高價) 정책으로 '명품'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중고가 브랜드가 현지보다 2~3배 비싼 가격표를 달고 '명품'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수입 가구 관계자는 "가구나 주방기기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약한 제품은 무조건 가격을 높게 매겨야 '명품' 대접을 받는다"며 "각종 파티 등을 열고서 입소문 마케팅을 이용하면 '명품' 하나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수입 패션 브랜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수입 업체 관계자는 "VIP 등을 초청해 호텔에서 출시 기념 파티를 여는 데 보통 1억원 이상 들고 유명 연예인에게 협찬하는 비용도 1000만원에서 억대까지 쓴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싼 마케팅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고가 제품과 명품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 소비'도 수입 제품의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추기는 요소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한국 소비자들은 남의 시선을 중시해 비싼 브랜드 제품을 '지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업체 입장에선 비싸도 잘 팔리는데 왜 적정 가격을 고집하겠느냐"고 말했다.
◆유통 채널 다양화와 소비자들의 가격 감시가 필요
소비자 시민모임 윤명 부장은 "고가의 수입품은 주로 백화점 같은 특정 매장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업체가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가격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최종 판매자가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도 수입상품 시장에선 유명무실하다. 판매점들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지 않고 한국 지사가 정한 가격을 따라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올 초 있었던 수입의류 브랜드 바나나리퍼블릭과 자라의 가격 인하가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현지보다 비싸다'고 끈질기게 지적하자 이들 업체는 20~40% 정도 가격을 인하했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가격 감시활동과 행동이 수입업체의 합리적인 가격 결정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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