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17. 09:21ㆍ건축 정보 자료실
골목까지 파고드는 대형건설사
머니위크 | 지영호 | 입력 2010.11.16 10:04
[[머니위크 커버]골목전쟁/ 신규분양 참패 상처, 골목에서 치유?]
"골목까지 점령하라."
2011년 대형 건설사들의 생존 특명이다. 굵직한 건설사들이 영세 건설업체의 '밥줄'이던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에 전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지난 2월 정부가 1인가구나 저소득층을 위해 단지형 연립, 단지형 다세대, 원룸형 등의 형태로 고안한 85㎡ 이하의 소형 주택이다. 아파트에 비해 면적은 좁지만 1인가구가 살기에 적합하고 도심 접근도가 높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그동안 건설사의 공사 기피 대상이었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분양사업이나 해외건설사업에 비하면 민원이 많고 수익률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아파트 분양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는데다 부동산 시장이 소형가구 위주로 재편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골목길 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분위기는 전투적이다. 과거에는 거들떠보지 않던 100가구 미만의 사업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공사액 100억원 미만의 사업장이 등장했을 정도로 물불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 왜 뛰어드나
대형 건설사가 소규모 사업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올해 아파트 신규분양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삭줍기라도 해야 할 만큼 상황이 절박해진 것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전국 공동주택 공급물량이 최근 5년 평균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시장 침체를 감안해 건설사가 신규분양을 미룬 탓이다.
건설업계가 신규분양을 기피하면서 불똥은 건설사 영업부로 튀었다. 주택경기 악화로 건설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자 할 일 없는(?) 영업부가 퇴출 1순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영업부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선택하게 된 것은 '생존 본능'인 셈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영업부 직원들은 소소한 일거리라도 물어 와야 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 분위기"라며 "소형 건설사들이나 관심을 가졌던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에 눈길이 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도 호재
건설사가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에 뛰어드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규제완화와 맞물려 있다. 최근 정부는 치솟는 전셋값을 잡을 카드로 도시형 생활주택을 선택했다. 주택법을 개정해 도시형 생활주택 기준을 150가구 이하에서 300가구 이하로 건축 기준을 완화한 것.
아파트는 건축 시 놀이터 등 주변 시설물을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도시형 생활주택은 해당 사항이 없다. 보유해야 하는 주차시설도 가구당 1대 꼴이 되지 않는다. 원룸형은 0.2~0.5대, 기숙사형은 0.1~0.3대만 지으면 된다.
규제 완화가 이뤄지는 만큼 공급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월 341건에 불과했던 도시형 생활주택 인허가건이 9월 들어 2496건으로 무려 631%나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원룸형 주택이 85% 이상을 차지하며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해외사업과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 분양으로 나눴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근 아파트 분양 대신 도시형 생활주택 부분으로 전환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골목 파고든 건설사는 어디?
대형 건설사는 고급형 콘셉트로 기존 도심형 생활주택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1~2인 가구가 주거할 수 있는 고급형 빌트인 주택이 대표적이다.
대표적인 대형 건설사는 GS건설이다. GS건설은 지난 2일 5개 생활형 평면에 대한 등록을 마치고 도심 소형주택사업 진출을 본격 선언했다. 한 집에 주방과 욕실이 각각 따로 배치돼 있는 이른바 '한 지붕 세 가족' 평면이다.
차별화 콘셉트로는 마이크로 유니트 시스템(가변형 구조), 컴펙트 퍼니처 시스템(빌트인시스템), 베이 디바이드 시스템(임대수익형 평면) 등 3가지다. 아울러 GS건설은 수요층의 특성을 고려해 스튜디오 스타일, 로프트 스타일1·2, 오피스 스타일, 아파트먼트 스타일의 총 5개 평면을 추가로 내놨다.
GS건설은 이번 저작권 등록을 완료한 소형주택 평면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프로젝트에 시범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서울 도심지 역세권을 중심으로 한 오피스텔과 도심형 생활주택에 적용할 예정이다. 소형주택 시장 진출을 위한 소형주택 브랜드 런칭도 준비 중이다.
건설업계 5위권인 대림그룹도 신규 법인을 내세워 도심형 생활주택을 공략하기로 했다. 대림 오너 3세인 이해욱 부사장이 절대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림 I & S가 사업을 주도한다. 대림은 도심형 생활주택 건설사업과 임대사업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1인가구 대책발표 전부터 소형주택시장에 뛰어든 롯데건설 역시 '캐슬 루미니'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공격적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건설은 조립식 단독주택으로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을 공략한다. SK D & D를 통해 '스카이홈'이라는 자체 브랜드를 내놓은 상태다.
국내 최대 건설사업관리(CM)기업인 한미파슨스 역시 '마에스트로'라는 브랜드로 분양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장은 관악구 청룡동(옛 봉천동)에 있으며 오피스텔 208실, 도시형 생활주택 84가구, 상가 점포 4실로 이뤄진 복합 타운이다. 총 공사비는 138억원이다.
대기업을 배후에 두고 주택사업에 새로 뛰어든 기업도 소형주택시장을 먹잇감으로 여기고 있다. 현대그룹의 자회사로 금강산관광 등 대북관련 사업이 완전히 막히면서 생존을 모색하던 현대아산은 최근 소형 생활주택 '현대웰하임'을 첫 시공사업으로 택했다.
애경그룹은 자회사인 AM 플러스 자산개발을 통해 오피스텔 및 도시형 생활주택인 와이즈 플레이스를 첫 분양사업으로 선택했다. 지상 3층부터 13층까지는 오피스텔로, 14층부터 19층까지는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꾸몄다.
공공기관도 골목 공략
도시형 생활주택 시장에 뛰어든 것은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LH공사는 지난달 도심형 스튜디오 주택 평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치고 공급을 준비 중이다.
일반 건설사의 규모에 비해 면적을 더 줄인 것이 특징이다. 전용 50㎡ 이하의 이른바 원룸 주택이다. 대신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생활용 가전제품을 빌트인 방식으로 채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오피스텔의 기능도 접목해 IT기반을 강화한 것이 장점이다.
스튜디오 주택의 평면은 크게 4가지다. 학생이나 독신자를 위한 초소형 '미니', 기본형 '베이직', 다락형 '로프트', 신혼부부 및 실버세대를 위한 '페어' 등이다. 공급지역은 대중교통여건이 좋고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밀집지역이나 대학가가 될 전망이다.
도시형 생활주책은 아니지만 서울시가 공급하는 시프트도 골목 진출이 예상된다. 서울시는 10일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건립 관련 지구단위계획 수립 및 운영기준을 개정하고 시프트의 사업 대상지를 골목까지 확대했다.
시에 따르면 지하철 승강장 반경 250~500m에 위치하면서 간선도로에서 떨어진 지역에 대한 용도를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했다. 또 용적률을 200%에서 300%로 높이기로 했다.
따라서 역세권에만 공급되던 시프트 대상지가 이면도로에 위치하더라도 사업대상지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는 관련 조례와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내년 상반기 이후 사업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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