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6. 09:06ㆍ건축 정보 자료실
도시형 생활주택 '지분 쪼개기' 먹잇감으로
한국경제 | 입력 2010.11.25 18:32 | 수정 2010.11.26 02:17
수십 채로 잘게 쪼개기 쉬워
양평ㆍ망원 등 투기수단 악용
서울시 '면적 제한' 삭제한 탓
서울 양평동4가에 대지 198㎡ 짜리 낡은 단독주택을 사들인 A씨는 지난 7월 이곳에 5층짜리 원룸형 다세대주택 16채의 신축허가를 받았다. 서울시가 이 지역을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한강변 유도정비구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자 분양권을 더 받기 위해 신축을 통한 '지분 쪼개기'에 나선 것이다.
A씨는 지난달 다세대주택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설계를 바꿔 신축 규모를 24채로 늘렸다. 층(2~5층)마다 4개였던 원룸은 6개로 증가했다.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세대당 0.2~0.8대)이 다세대주택(세대당 0.7대 또는 1대)보다 느슨했기 때문에 지분 쪼개기가 가능했다.
◆투기 수단으로 쓰이는 도시형 생활주택
정부가 1~2인 세대 거주용으로 도입한 도시형 생활주택이 지분 쪼개기에 악용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재개발 예정구역 지정 이전인 서울지역에서 지분 쪼개기가 사실상 허용되자 일부 업자들이 지분을 가장 잘게 쪼갤 수 있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투기수단으로 쓰고 있다.
25일 서울시의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승인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서울 망원유도정비구역(망원 · 합정동 일대) 내에서 6건의 도시형 생활주택이 마포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았다. 신축 주택은 12~16채 규모의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이다.
서울 양평 유도정비구역 내 양평동 4가와 6가에서도 지난 8~10월 6건의 도시형 생활주택 건립이 허용됐다. 16~28채 규모다. 이들의 상당수는 당초 다세대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받았다가 세대수를 더 늘리기 위해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건축허가를 다시 받았다.
재개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구청의 건축허가 제한이 이뤄진 자양동을 제외한 모든 유도정비구역에서 도시형 생활주택을 활용한 지분 쪼개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지분 쪼개기를 제한한 서울시 조례가 사라진 게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을 우려해 2008년 7월30일 이후 건축허가 받은 주택은 전용면적이 60㎡를 넘어야 아파트 분양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을 폐기했다.
면적과 관계없이 분양권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지난 7월부터 유도정비구역에서 60㎡ 이하의 원룸형 다세대 신축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최근엔 도시형 생활주택을 통한 지분 쪼개기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도정비구역은 재개발 대상이 아니다"며 "재개발이 이뤄질 것이란 지분 쪼개기 업자들의 말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재개발 지연 등 부작용 우려
지분 쪼개기 업자들은 나중에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고 재개발 이전에는 전 · 월세를 놔 임대수익도 올릴 수 있다며 도시형 생활주택을 팔고 있다.
그러나 지분 쪼개기가 늘어나면 노후도 요건(전체 건물의 60%)을 맞추지 못해 재개발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지거나 지연될 수 있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개발이 되더라도 조합원수 증가로 수익성이 낮아져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도시형 생활주택 보급을 유도하고 있는 국토해양부나 서울시가 지분 쪼개기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개발 지분 부여 자격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령과 조례를 개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재개발 전문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쪼개기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발표된 서울시의 개발 계획이 문제"라며 "건축허가제한 근거 마련 등 도시형 생활주택이 투기꾼들에게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하루 빨리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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