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트위터 현기증, 백약이 무효?

2010. 11. 22. 09:0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정치인들의 트위터 현기증, 백약이 무효?
<여의도 풍향계>너도나도 ´트윗질´ 속내는 ´버릴 순 없고 남들은 하고´
총선-대선 영향력 놓고 설왕설래…팔로어 수 정치적 영향력 서열과 무관
신동규 기자 (2010.11.21 06:23:14)

 

여기저기서 트위터, 트위터 하는데 솔직히 스트레스 받는다. 새로 시작하려니 업무만 많아질 것 같아 엄두가 안 나고...안 하려니 영감(의원)이 은근히 원하는 것 같고...

최근 의원회관에서 만난 한 민주당 의원실 보좌관의 푸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툭' 튀어나온 말이지만, 그 속엔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활용을 놓고 머리를 싸맨 정치권의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6.2지방선거를 통해 SNS의 영향력을 확인한 정치권은 트위터, 미투데이 등을 통한 유권자들과의 새로운 소통방식에 '떠밀리듯' 몸을 담갔지만, 아직까지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좌충우돌하고 있다.

이에 따라 SNS를 통한 소통이 실제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선거에 분명 영향이 있긴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영향력이 있겠지만, 결정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의 한 보좌관은 "1대1 구도가 되는 대선에서는 영향력이 있겠지만, 총선에서 무슨 영향력을 끼치겠느냐"며 "트위터에서는 국가 전체적인 이슈를 놓고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수많은 후보들이 지역에서 대적하는 총선에서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선 수도권 격전지의 경우, 수십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아 비교적 중도층 비율이 높은 20~30대 젊은 층의 당일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에 정치권은 "트위터가 차기 선거에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대전제 아래 잰걸음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당 디지털본부 조직을 확충하고 본부장을 국회의원으로 격상시키는 한편 '트위터 한나라당'을 창당했다.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지지세가 강한 민주당 등 야권은 한나라당보다는 느긋한 편이지만, SNS 선거와 관련한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향후 선거에서의 영향력 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트위터를 통한 소통이 갖는 단점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나온다. 트위터를 자주 사용하는 수도권의 한 초선의원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를 하다보면 깊이 숙고하고 연구해서 결정내릴 일이 많은데 트위터는 ‘가벼움’이라는 속성을 갖고 있어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를 통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던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라는 위치 때문에 트위터리언들의 질문이 쏟아지는데 섣불리 대답하기 힘들더라"는 점을 털어놨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팔로어 수'로 정치적 영향력을 서열화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지적한다. 유력 대권 주자로 꼽히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나 김문수 경기지사,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그 영향력을 방증하듯 수 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지만, 악의적인 상대방에 대한 비방정보 등이 난무하는 선거 시기에 많은 팔로어가 있는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주요 대선 주자들이 팔로어 수 경쟁을 하고 있지만, 대선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팔로어 수는 무의미하다"며 "선거 정국이 도래하면 조직을 동원, 일거에 팔로어 수를 늘릴 수 있는 만큼, 양보다는 질 위주의 ‘트윗’ 활동을 평소에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로 촘촘히 연결돼 있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전파력을 감안할 때, 선거기간 중 핵심 쟁점이나 이슈에 대한 실언을 할 경우, 많은 팔로어의 보유가 자칫 ‘독(毒)’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난 6.2 지방선거 직후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트위터의 리트윗 기능으로 인한 20~30대의 오후 투표율의 급증은 이번이 최초의 사례로 이것이 앞으로 어떤 파급력을 가져올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20대 초반 대학생 등 첫 투표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우리의 참여로 권력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체험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트위터의 진원지인 미국에서는 SNS업체인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이달에 열린 중간선거 당선자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경쟁자보다 많은 페이스북 팬을 확보한 하원의원 후보의 74%. 상원의원 후보의 81%가 각각 당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미국 언론들은 2012년 차기 선거에서 후보들의 관심이 페이스북에 보다 집중것이라고 전망했다.[데일리안 = 신동규 기자]